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4주, 힘든 고비의 시작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0. 30. 03:30

임신 34주, 나의 증상들

입덧이 별달리 없었던 나는, 임신 28주 정도가 되었을 때는 아기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도 적어지고 하다 보니 임신이 이런 것이라면 두어번 정도는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낳아본 친구들은 나에게 "언니, 30주 지나면 완전 컨디션 달라요, 막달 되면 정말로 힘들어요.  나중에 되서도 그 소리 하나 두고봅시다" 등등의 이야기로 경고의 메세지를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2-3주 지나자.. 나는 이내.. 나의 그 생각이 매우 오만방자하고 임신 말기의 'ㅁ'자도 모를 때나 할 수 있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조한 컨디션

임신 33주에는 이런 저런 집안일로 너무 바빠서 운동을 단 하루도 가지 못했고, 그렇게 바쁘게 한주를 보내고 나니.. 그 결과는.. 심한 피로감과 미열로 인한 4-5일간의 앓음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운동은 당연히 따로 하지 못했고, 밥을 먹고 움직이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좀 쉬려고 침대에 누우면 이리 누워도 불편, 저리 누워도 불편..  누워있다가 일어나려고 하면 힙 쪽에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  결국 이번주 내내.. 화요일부터 어제 금요일밤까지.. 거의 하루종일 누워있다 시피 하는 생활을 하며 먹고, 쉬고, 자고, 쉬고를 반복.. 5일째가 되자 컨디션이 다소 회복되었다. 

빈뇨

그 와중에 소변은 또 어찌나 자주 마려운지..  힘들게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와도 이내 또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고. 그래서 또 화장실로 가보면.. 앗, 속았다!  전혀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아기가 무거워지면서 소변이 나올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방광에 대한 자극으로 인해 소변이 마려운 느낌만 있었을 뿐.  이럴 때는 나에게 내가 속은 듯해서 괜히 약이 바짝 오른다.  이건.. 뭐.. 해결책이 없다.  그냥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는 수밖에.

어깨와 엉덩이 통증 (환도)

임신 중기 이후 배가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다리도 잘 붓고 등 근육에 부담이 가서 남편이 매일 저녁마다 종아리와 등을 마사지해줬었는데, 언젠가부터 다리는 잘 붓지 않는데 계속되는 등 통증에 더하여 어깨와 힙 쪽의 통증이 새로 생겨 이제는 남편이 등, 어깨, 힙쪽까지 마사지를 해줘야 잠 자기가 편하다.  이래 자도 불편하고 저래 자도 불편하고, 화장실 가느라 한번 깼다 하면 아기는 어찌 그리 활발히 움직이는지.. 뱃속에서 격한 체조라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큰 움직임이 좀 잠잠해질라 치면 딸꾹질을 하는지 자잘하면서 규칙적인 진동이 계속되어 잠에 다시 들기가 불편해진다.  Tintin의 마사지 덕에 그래도 산다.  긴 시간도 필요없다.  5-10분의 마사지로도 충분!  남편들이여, 귀찮아말고 하루 5-10분만 투자해서 임신한 부인에게 감동과 숙면을!  

그러다 오늘은 드디어.. 남편과 배불리 브런치를 먹고 나니..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숨쉬기도 힘들며, 먹은 것이 위로 올라올 것 같은 느낌!  소화를 하느라 피가 모두 위장으로 몰렸는지 두통도 스믈스믈 올라오기 시작한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Clash of Clan 이라는 게임에 몰두한 남편 두 다리 위로 내 다리를 얹지고, 2인용짜리밖에 안 되는 이 소파의 다른 한쪽 자리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있으니 스스륵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건.. 사실.. 말이 브런치지, 너무 거창하게 차려 먹은 탓이기도 하리라.

우유에 찹쌀가루를 넣고 만든 타락죽 한그릇에, 식빵만 둘이 6장 (거기에 이후 2장의 토스트가 추가되어서 총 8장!!!!), 감자샐러드 (집들이 하고 남은 것), 계란후라이 4개, 각종 치즈, 견과류, 포도 알맹이를 집어넣은 요거트까지.. 이건 부부의 브런치상이 아니라.. 두 장정.. 아니 어쩌면 세 장정이 배를 채울 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내가 속이 안 올라올래야 안 올라올 수가 없었겠지.  

어쨌거나.. 이 정도쯤 되니 왜들 임신 말기로 가면..임신 경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고들 했는지 잘 알 것 같다.  앞으로의 5주간의 시간이 고비겠구나..  그래도.. 5주만 더 고생하면 되니.. 아직은 이 정도면 할만 하다 싶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그 기간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아이는 나오게 될테니.. 나오면 또 나오는대로 헬육아의 세상이 펼쳐진다고는 하지만, 개나 고양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사람 한사람 키우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싶어.. 두렵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두렵지는 않다.  (이 생각도 어쩌면 아이 낳고 나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  그래도 박사논문 쓰는 것보다는 덜 힘들다는 생각에.. (이런 것을 보면.. 나는 박사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주 후면.. 드디어 20주 초음파 검사 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36주 초음파 검사가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게 될 병원의 사전 방문도 예약.  드디어.. 그 날이 다가온다.  두근두근.. 아가야, 쑥쑥 잘 크다가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