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5주, 36주, 셀프산후조리 준비하다가 몸살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10. 12:16

힘들다 힘들어. 

애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부터 앓아누울 기세.  이번에도 남편이 먼저 시름시름 앓더니, 남편 보살피느라 신경쓰며 출산 준비하며 동분서주하다가 나까지 끙끙 앓게 됨.. 결국 오늘 나는 입술도 부르트고, 남편은 입안이 헐고..  애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 힘들어서야.. 애가 나오면 어찌 되려나..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나와 남편을 앓아눕게 한 우리의 출산준비 및 셀프산후조리 준비는?

우리가 피곤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지난주 금요일 11월 3일, Tintin회사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러 간 날이었다.  영국에서는 11월 첫주 일요일이 Guy Fawk's Day라고, 그 주말에는 여기 저기서 불꽃놀이가 열리고, 모닥불도 피고..하는 날이다.  학교를 다니던 중에는 우리 칼리지에서 칼리지 앞 뜰에서 꽤 큰 규모로 불꽃놀이를 해줘서 늘 집앞에서 즐길 수 있었는데, 아빙던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칼리지로 다시 불꽃놀이를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남편 회사에서도 불꽃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둘은 남편 회사의 불꽃놀이 입장 티켓을 샀더랬다.  1인당 5파운드를 내면 술/음료 1잔에 음식도 하나를 먹을 수 있고, 불꽃놀이도 관람 가능.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니..지난주에도 바쁘기도 바쁘고 둘다 몸도 힘들어서 금요일이 되니 너무나 피곤했다.  불꽃놀이고 뭐고.. 가기 싫은 그런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갔다!  남편은.. 그래도 예약한 것이니 가겠다고 하고, 나는.. 이 기회에 남편 회사에 가서 남편 직장 동료들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남편 내조한다 생각하고 집을 나섬.  그런데 실제로는 둘 다 거기서 주는 저녁으로 밥도 대충 잘 때우고, 불꽃놀이는 생각보다 더 괜찮아서 즐겁게 즐기다 옴!  우리가 먹은 음식은 아래의.. 돼지고기를 넣은 버거.  보기는 좀 그런데 맛은 괜찮아서 하나를 뚝딱 다 먹었다.  사람들 분위기도 좀 찍을껄..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사진 찍을 기운도 안 났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이어진 불꽃놀이!  우리 칼리지에서 하던 것도 괜찮았는데, 여긴 그래도 사기업이라 그런지 돈을 더 쓴 듯 하다 ㅋ 눈 앞에서 펼쳐진 멋들어지게 디자인한 불꽃놀이!!!  게다가 팝 음악에 맞춰 불꽃놀이를 연출하니 더욱 신났다!

그 다음날 아침 우리는 토요일 아침 9시에 있는 산전 수업을 다녀왔고, 오후에는 레딩에 사는 시누가 아기 낳기 전에 우리도 보고, 우리의 새로 이사한 집도 보러 놀러왔다.  시누를 위해 나는 닭백숙을 하고, 닭죽을 끓이고, 시누가 돌아갈 때 닭죽을 한그릇 싸주었다.  그러고 나니 나도 남편도 피곤..

피곤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일요일, 우리는 임신 36주를 이틀 앞두고.. 이제는 아기 용품을 사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계획에 없던 쇼핑을 떠났다. 빠른 시간 내에 쇼핑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얻거나 선물 받아서 갖고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작성한 후, 몇달 전 친구에게 얻은 출산용품리스트를 보면서 우리가 안 갖고 있는, 즉 쇼핑해야 할 물건들의 목록도 작성한 것이 아래의 리스트.  저것을 들고 쇼핑하러 고고.

출산/육아 용품 전문점인 Mothercare에서 주로 사고, 또 다른 한두가지는 Boots (영국 약국) 에서 폭풍 쇼핑.  목록은 저렇게 길고 우리는 약 4시간이 넘는 쇼핑을 하였으나, 우리가 구입해 온 것은 아기이불 하나, 신생아용 젖병, 이후 좀 더 큰 아기 젖병, 신생아용 분유 한통, 아기침대의 매트리스 커버, 기저귀 매트, 젖병소독기 하나. 

환불해야 할 물건은 아기 욕조 안에 넣을 작은 의자인데, 우리가 지인에게 얻은 욕조에는 그게 맞지 않아서 환불해야 한다.

당장 필요없을 것은 사진만 찍고 돌아옴.  안 사고 돌아온 것 중 하나가 아래의 아기 분유 탈 물 온도 맞춰주는 기계.  분유를 얼마나 먹이게 될 지 아직 모르니.. 일단은.. 나중에 필요해지면 사기로.. 

아래는 신생아용 분유 키트.  한국에도 이런 게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S가 알려준 액상 분유 키트.  한박스를 사면 액상분유가 6팩이 들어있고, 거기에 젖꼭지를 붙여서 바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즉, 젖병 없이 쓸 수 있다.  총 6개가 들어있는데 거의 분유 한통 값이어서 우리는 일단 일반 분유 한통을 사오고 이건 사진만 찍어옴.  나중에 급할 때 사서 쓰면 될 듯.

폭풍 쇼핑 뒤에는.. 집에 돌아와서 빨래 정리.  남편이 개어 둔 아기 손수건 (아래 사진의 오른쪽)을 하나하나 다시 다 펴서.. 왼쪽처럼.. 내가 다시 접었다.  일일이 다 접어준 남편이 너무 고맙긴 했으나..그래도..우리 아기가 처음 쓸 손수건들이니.. 깔끔하게 보관해서 아기에게 쓰고 싶은 나의 쓸데없는 욕심이.. 나의 불필요한 노동을 만들어냄.

그렇게 다 정리하고 나니..아래와 같이 손수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도대체 몇시간을 썼는지.. 왜냐하면 손수건 뿐만 아니라 큰 천기저귀 및 대형 가제 수건 들을 모두 다시 다 펴서 새로 접어야 했기에!  힘들긴 했지만 단순 노동의 묘미, 명상하는 맛도 나고, 보람도 있고 기분도 좋음!  

그리고 나서..  드디어 음식 준비 할 타임.  주말에 delivery로 받은 식재료.  대부분 고기였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음식은 닭안심 치킨까스와 돼지고기 목살 돈까스.  사실은 돼지고기 불고기를 하려고 목살을 엄청 많이 주문했는데,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아무 고기 부위로나 돈까스 해도 된다고 해서 절반은 돈까스, 나머지 절반은 돼지고기 불고기로 하기로 결정.

먼저 소금 후추 간을 해서 고기를 좀 쟁여뒀다가,

밀계빵.  밀가루-계란-빵가루 뭍히기.

다 하고 나니 아래와 같이 한가득 쌓였다. 

일일이 랩에 싸서 서로 붙지 않게.. 나중에 냉동실에서 빼서도 하나씩 꺼낼 수 있도록 싼 다음 봉투에 담음.  그리고 냉동실로 직행.

여기서 끝이 아님.  소고기, 돼지고기 얼렸다가 직접 얇게 썰었다.  왜냐?  불고기 양념을 재우기 위해!  여기는 불고기용으로 얇게 썬 고기를 따로 팔지 않으므로, 덩어리 고기를 살짝 얼려서 직접 썰어야 한다.  먼저 비계를 다 떼어내고, 일일이 고기를 얇게 썰다가.... 밤새 팔뚝이 아려서.. 죽는 줄 알았다 ㅠ

그렇게 양념에 재운 소고기 (아래 왼쪽), 돼지고기 (아래 오른쪽).  수유 중 먹어야 하므로 돼지고기도 간장양념이다.  소고기 작은 분량 남은 것을 남편과 저녁에 해서 먹어봤는데.. 영.. 밍밍하니.. 별로다 ㅠㅠ 덜 달고 덜 짜게 하다보니.. 그 특유의 맛이 전혀 안 남 ㅠㅠ 맨날 간장양념을 쓰니 나는 벌써 질린 듯.. ㅠ

그리고.. 마지막이 소고기 장조림 만들기.  메추리알을 넣어서 쌂을 생각은 캠브릿지 J가 메추리알 장조림을 좋아해서 J에게 놀러갈 때 조금 싸가려고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 임신 말기의 몸의 피로 때문에 캠브릿지 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J 말이 수유 중에는 계란이나 메추리알도 별로 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아기에게 알러지 생길 위험이 높다고).  그런데 J에게 주려고 했던 메추리알 장조림을 남편이 어찌나 잘 먹던지.. 이 계란귀신, 닭귀신, 메추리알 귀신!  그래서 이번에도 메추리알 4박스를 사서 삶았다.  계란보다 더 비싼 메추리알.. 여기서는 무조건 직접 삶아서 일일이 다 까야한다.. 한국처럼 까 놓은 메추리알은 9알인가 12알에 9천원정도나 하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할 수밖에 없다.

고기를 삻은 후, 고기국물에 각종 양념 넣고 졸여줌.  이번에는 고추도 넣었다.  맵지 않은 고추를 넣으면 향이 좋고 맛도 좋다고 하여.  그러나!  실은 실패!  뜨거울 때 고추를 그냥 담그면 고추의 식감도, 향도 산다고 하는데, 그걸 몰랐던 나는 고추를 함께 넣고 졸여줬더니.. 고추가 흐믈흐믈.. 그래도 고추맛이 달달하니.. 괜찮았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던 중.. 남편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고열을 보였고, 그 남편을 보살피느라 낮에는 위의 온갖 집안일을 하면서 저녁에는 남편 밥을 해먹이고.. 하다 보니.. 나도 결국 뻗었다.  그 와중에 Midwife 만나러 병원까지 걸어갔다 돌아오고 (왕복 5킬로쯤 ㅠ 걸어서 ㅠ), 잠옷 사러 옥스포드까지 다녀오고 ㅠㅠ 밤마다 땀이 너무 나서 옷이 다 젖는데, 하룻밤에 옷을 두세벌씩 갈아입으니..밤에 입을 옷이 없어서..아침에 헐벗고 있는 일이 너무 잦다.. 그래서 이 바쁜 와중에 급하게 쇼핑까지 다녀옴..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입술이 부르트고, 오늘은 하루종일 누워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반복.  남편도 입안이 다 헐었다고 입안을 까서 나에게 보여준다 ㅠㅠ 

오늘 금요일은 드디어 36주 초음파를 찍으러 병원을 가야 해서 옥스포드를 가야한다.  이번 주말에는 출산할 병원도 미리 방문하기로 했고, 아기 낳기 전 마지막으로 한인 미사도 참여하고, 지난 주에 잘못 구입한 몇가지 출산 용품을 환불하러도 가야하고, 차량 내부 세차도 해야 한다.  차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아기 카시트 설치 전에 내부 세차를 한번 하기로 했다.  참, 온라인으로 주문한 잠옷 한벌도 옷감이 안 좋아서 환불하러 가야 한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침실에 둘 수유용 의자를 구입해야 하는데... 뭐가 이리 바쁘냐... 이러다 보면 이번 주말도 다 날아갈 예정.. ㅠ

식구 하나 들이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결혼 준비부터 출산까지..1년에 해치우고 있는 우리 부부.  바쁘다 바빠.  얼른 얼른 준비해서.. 아기 낳기 전에 1주일이라도 우리 부부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아가야, 급하게 나오지 말고.. 때 되면.. 그 때 나와~ 엄마랑 아빠가 너 나오기 전에 오붓한 시간 좀 가질 수 있게!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