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9주, 하는 것 없이 너무 피곤한 주간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2. 14:00

지난 화요일이 되면서 드디어 임신 39주에 접어들었다.  12월 5일이 예정일이니.. 이젠 정말 카운트다운이다. 

39주 운동

운동은 무슨..  운동은 커녕 산책도 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자발적 가택연금 상태.  춥고,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이 많다 보니 나갈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그나마 가끔 Tintin따라 가던 Gym에서 깨작깨작 하던 운동이 내 활동량의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아무리 Tintin이 gym을 간다고 해도 따라 나설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종

지난주 후반부터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손이 퉁퉁 붓고 손가락 관절이 다 아파서 손을 접었다 폈다 할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 이런 부종이 계속되고 있다.  임신 중기에는 저녁이면 많이 부어서 아침이면 붓기가 가라앉았는데, 지금은 희안하게 아침에 손이 퉁퉁 부어서 아프다.  그래도 이렇게 말기가 되어서야 부종이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임신 중에 더 길게 부종에 시달리는 임신부들이 많을텐데, 그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태동

태동은 여전하다.  아기가 더 내려왔는지 방광보다 더 아랫쪽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때가 많고, 같은 태동도 좀 더 아랫쪽에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숨쉬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진 것을 보면 아기가 아래로 많이 쳐지긴 쳐졌나보다.  태동이 활발할 때는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데도 내 배가 불룩불룩 올라오는 게 내 시선에 잡힐 정도.  다리를 꾹 밀어낼 때는 그 다리를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이 불룩하게 올라오고 요 작은 녀석이 힘이 꽤나 좋다.  

식사

그리 식욕이 막 땡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잘 먹고 있다.  일단 먹었다 하면 많이 먹는다는.  이 충동조절이 안 되는 나의 기질을 어찌할꼬.  얼마전 티비 수요미식회에 순대국밥편을 보고는 순대국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순대국을 먹으려면 런던 외곽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까지 차로 1시간 반 이상 걸려서 가야하는터라.. 예정일이 5일 남은 현재로서는 순대국은.. 꿈에서나 먹어야 한다.  겨울이라 그런가.. 야채들이 별로 땡기지가 않고, 최근 몇주간은 마치 몸을 키우려고 작정이라도 한 사람처럼 탄수화물을 과하게 섭취하고 있다.  밥, 토스트, 떡 등으로.  고기가 별로 땡기지 않고, 생선도 사실 별로 땡기지 않고.. 새우, 굴, 홍합이 너무 땡기는데, 굴도 생굴은 임신 중에 먹지 말라고 권하는 편이니.. 결국 먹을 수 있는 건 새우, 홍합 뿐.  새우 홍합을 넣고 된장찌개도 끓여먹고, 미역국도 끓여먹었다.  

산후조리 준비

이번 주에도 마늘을 잔뜩 까서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잘게 간 후 큐브로 만들어 냉동시켰다.  마늘 까는데만 몇시간 걸린듯 ㅠㅠ 한국같으면 깐마늘을 쉽게 구할텐데, 여기선 손수 일일이 까야한다.  어릴 때 엄마를 도와 마늘을 까던 일들이 기억나는 순간. 

닭안심과 돼지고기 안심을 사서 치킨까지, 돈까지도 잔뜩 만들어 냉동을 시켰고, 잡채도 큰 후라이팬 두 개에 그득하게 하여 6번 정도 먹을 분량을 소분하여 몽땅 냉동.  지난주에는 마늘쫑 장아찌와 오이/양파/샐러리 피클도 만들어뒀다.  그런 나를 보더니 Tintin왈, 누가 보면 우리가 겨울내내 야채를 구할 수 없는 곳에 사는 줄 알겠다고 ㅋㅋ말은 그렇게 하더니 반찬으로 장아찌나 피클을 내어주니 잘만 먹는다. 

오늘은 견과류도 후라이팬에 구워두고, 얻어온 멸치로 멸치볶음도 만들어두었다.  밑반찬이 뭐라도 있으니 밥먹기가 수월하다.  그런데 영국에서, 아니 우리가 사는 이 작은 동네 아빙던에서는 냉장고에 두고두고 보관하며 먹을만한 밑반찬 재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나마 아는 언니가 남은 잔멸치를 좀 준데다가, 옥스포드 한국슈퍼에 이번주에 멸치가 들어와있던 덕분에 멸치볶음이라도 해둘 수 있게 되었다. 

컨디션

뭐하느라고.. (요리해두느라고 그런가?  그러고보니 벌써 며칠사이 빨래도 3번이나 했다.  빨래 돌리고, 널고, 정리하고..) 몸은 너무 피곤하다.  입술이 다 부르튼 게 다 낫기도 전에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니 윗입술이 왼쪽, 오른쪽, 쌍으로 다 부어올랐다.  하루 자고 일어나니 오늘은 더 볼록볼록 부어올랐다.  우리 애기 살찌우느라 내가 힘든가..  지금 같은 컨디션이라면 병원에서 애를 낳게 힘을 주라 해도 애를 꺼내려면 꺼내가든지 말든지, 나는 모르겠다 하고 뻗어버릴 기세다.  남은 며칠, 컨디션 회복에 힘써야한다.  애 없이도 이런 컨디션이면.. 애를 어찌 낳고 키울꼬.. 걱정이다. 

외식

외식은.. 해봤자 2주에 한번정도 하려나..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10월에 한번, 11월에 두번했구나.  이제는 밥 하는데도 이력이 난데다 지치기도 해서 이제는 더이상 요리하지 않으리라.. 선언했다.  사실 이번주 내내 요리하지 않겠노라, 우리 계속 외식하거나 파스타 요리해서 간단히 먹자고 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한채 목요일 저녁이 되었다.  내일은 아마.. 스파게티 생면 사둔 것으로 파스타를 해먹게 되지 않을까.. (결국 또 직접 해야 한다 ㅠ) 주말에라도 이번주는 꼭 외식해야지!!!!  둘만의 마지막 외식이 될 수 있으니.  스타터, 메인, 디저트 다 먹어야지!!  꼭!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