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출산 4개월만에 엄마가 방문하셔서 3주를 머물다 가셨다. 엄마와 지낸 3주간의 시간..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엄마와 지내보니.. 역시 아이 넷에, 손자 셋을 키워본 경험자의 손길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편과 내가 셀프산후조리에 셀프육아를 해보겠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육아가 뭔지 전혀 몰랐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던 것 같다. 엄마의 기술과 노하우를 진작에 배웠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오늘은 엄마에게 배운 육아 한 수를 공유할까 한다.
우리가 배운 육아 한 수의 그 첫번째는 "어부바" 기술! 엄마 덕에 아이 업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포대기 쓰는 법이야 인터넷에 잘 나와 있어서 인터넷으로도 배울 수 있었지만, 막상 뒤로 업는다는 것이 겁이 났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를 업는 게 나도 편하고 애도 편하다"고 하시며 오신 다음날부터 아이가 좀 졸린다 싶으면 무조건 업으셨다. 유모차로 외출하지 않고서는 낮잠을 죽어라고 자지 않는 우리 잭도 할머니 등에서라면 잠에 들고 말았다. 할머니 등에 기대에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또 잤다.
그래서 틴틴도 저녁에 어부바로 잭을 재우고,
어깨와 허리가 좋지 않는 나도 어부바로 잭을 업고 놀았다. 등에 아이를 올리고 포대기로 안정적으로 묶을 때까지는 아이가 버둥거리고 낑낑거리며 싫은 듯한 소리를 내도, 막상 다 업고 나면 대롱대롱 매달려서 좋아하더라. 그런데 나는 애가 버둥거리면 '싫은가보다'하고 얼른 내려놓고 포기했던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잭 낮잠 재우는 방법을 배운 것!! 우리 잭은 12-13주에 얘가 왜 이러나 싶게 낮잠을 좀 자더니, 그 뒤로는 잠투정은 심한데 도통 낮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 잤다 해도 15-20분만에 깨기 일쑤였다. 엄마도.. 3주간 머물며 별에별 수를 다 써보셨지만.. 잭이 엄마 성에 차게끔 잔 것은 아마 2-3일 정도 되려나.. "얘가 아기 치고 정말 안 자는 편이다"며 엄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그래도 나보다는 엄마의 내공이 확실히 높았다.
엄마는 아이 머리가 허전하면 안 된다며, 수유용으로 사용하던 V자 베개를 잭 머리 뒤로 둘러주셨다. 조금 어둡게 해야 애가 잘 잔다고 거실에 커텐도 쳐서 방이 너무 환하지 않게 하셨다. 나는 낮에는 낮인 걸 알게 해야 한다고 낮에는 늘 너무 환하게 했었나보다. 그리고 잭이 자면 나도 무조건 그 옆에 누워서 같이 자라고 하셨다. 그래야 애가 더 잘 잔다고. 내가 옆에 누워있을 상황이 못 되면 엄마라도 옆에 누워계셨다.
자다가 애가 버둥버둥거리면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주며 아이가 깨지 않고 계속 잘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다. 자다가 애가 배가 고파서 젖을 찾으면 바로 젖도 물리라고. 그렇게 해서 애가 푹 잘 자고 해야 무럭무럭 자란다고. 애가 깰 때 울지 않고 개운하게 깨야, 그게 애가 잘 잔 거라고.
엄마의 내공이 높긴 하지만 잭은 여간해서는 낮잠에 잘 들지 않는 아이라 엄마에게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는 잭을 업어서 살짝 재운 후 바닥에 내려주시면 내가 바로 젖을 물려 수유를 하다가 잠을 재웠다. 그렇지 않으면 졸려서 칭얼대는 아이를 엄마가 업어서 진정을 시킨 후 바닥에 내려주면 내가 젖을 물려서 재우고. 엄마가 힘들 때는 내가 업어서 잠시 애를 가수면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절반쯤 잠에 들었을 때 바닥에 내려서 젖 먹이며 잠 재우기.. 뭐.. 이런 식이었다.
3주간 우리와 함께 지내며 잭이 얼마자 낮잠 재우기 힘든 아이인지 알게 되신 엄마는 결국 우리에게 "너희는 날이 춥든, 애가 감기가 걸리든, 잭 재우려면 유모차 태워서 나가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셨다. 다행히 잭은 잠이와서 졸려할 때 유모차에 태워 나갔다 하면 10분안에 잠이 들기 때문. 함정은.. 이곳 날씨가 비가 너무 잦고, 날씨 변덕도 심해서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어 보일 때 또한 잦다는 것.
엄마는 잭에게 끊임없이 반응하셨다. 잭이 재채기만 해도 가만히 계시는 법이 없이 "후세~ 런던으로 가거라~" 소리치셨다. 원래는 "후세~ 저 강 너머로 가거라~"하고 감기기운을 쫓는 것인데, 여기서는 "강 건너"를 "런던"으로 대체하셨다. ㅋ
어쩌다가 한 행동에 잭이 까르르 넘어가면 엄마는 신이 나서 그 행동을 또 하고 또 하며 잭을 즐겁게 해주셨다. 잭의 반응이 너무 재밌고 좋지 않냐며 아이와 쉴새없이 대화하시고, 아이의 반응에 또 반응을 하시며..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셨다.
생후 10주 이후 젖병을 거부해 온 잭이었건만, 엄마는 내가 유축해 둔 우유를 잭에게 먹이는 데 성공하셨다. 젖꼭지에 구멍을 더 뚫어서 아이가 마시기 좋게 해 주고, 우유도 적당히 데워서 애가 먹기 좋게 만들어주셨다. 애가 칭얼거리며 젖꼭지를 밀어내도 엄마는 요령껏 잭을 어루고 달래며 잘 먹이셨다. 그렇게 하면 잭도 먹는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또한 엄마는 우리가 해 본 적 없는 포즈로 잭을 편안히 안으셨다. 아래와 같은 자세로도 잭이 편하게 "폭" 안긴다는 사실에 우리 부부는 놀랐다. 우리가 저렇게 안을 때는 버둥버둥 거리며 불편해 했던 것 같은데.. 엄마의 품에는 잭을 포근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이.. 잭은 할머니의 품에 편하게 안겼다.
엄마 다리에 앉아서도 버둥거리지 않고 잘 놀았다. 난 저 자세로 잭을 앉히면.. 뭔가 애가 불편해하는 것 같았는데.. ㅠ
엄마의 육아스킬에 나도 틴틴도 한 수 배웠다. '저렇게 아이를 보살필 수 있구나.. 저렇게 아이를 세심히 살펴야 하는 거구나.. 저렇게 아이와 소통할 수 있구나.. 많이 감탄하고 배우고 익히는 감사했던 소중한 시간. 엄마, 감사해요. 벌써 보고싶어요!!! 꼭 다시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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