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나는 얼마나 체중이 증가할지, 얼마나 늘어도 괜찮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늘었는지, 또 출산하고 나면 그 체중이 언제, 얼마나, 또 어떻게 줄어들지가 많은 임산부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신체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가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바디라인과 체중의 변화이다 보니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적어보는 나의 체중변화 기록.
임신 중 체중변화
임신 중에는 나는 서서히 체중이 늘어났던 것 같다. 159센티 단신에, 평소 체중은 52-53kg 사이였다. 물론 아침 공복 체중이다. 저녁에 gym에 운동을 가면 적게 나와야 53kg에서 54kg를 왔다갔다 한 것 같다. 임신 3-4개월에는 한국에 잠시 다녀오면서 오히려 체중이 50-51kg으로 줄었다. 나는 한국에만 갔다 하면 체중이 준다. 한국에 가면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다녀야하다 보니 자연스레 활동량도 많을 뿐더러, 영국에서 겪는 타향살이 스트레스가 없으니,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 일도 없어서 더 그렇다. 출산 예정일 4일이 지나 양수가 터졌고, 그날 오전 병원에서 체중을 달았을 때는 64kg 이었다.
출산 후 체중변화
출산 후에는 적어도 4-5킬로는 빠질 줄 알았다. 왠걸.. 3.27kg 의 아이를 출산하고, 1kg에 가깝다고 하는 태반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커다란 소 간 처럼 빨간 무언 가가 내 뱃속에서 빠져나왔다), 1리터에 가깝다고 하는 양수가 다 빠져나갔는데도, 출산한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내 몸무게는 62킬로였다. 겨우 2킬로만 빠진 것!!!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언니는 엄청 웃으면서, 자기가 아는 한 엄마는 애 낳고 집에 왔는데 몸무게가 만삭때와 똑같아서 충격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2킬로라도 빠졌으면 많이 빠진 거라고.
이 미스테리는 출산 후 5일 가량 되었을 때 어느정도 풀렸다. 회음부 감염으로 항생제를 복용한 첫날 밤, 밤새 오한이 들고 땀이 뻘뻘 나더니 그 다음날 바로 내 체중은 57-58킬로로 내려가있었다. 상당 부분이 부종이었는지 뭔지.. 엄청난 땀을 한바가지 쏟더니 4킬로에 가까운 체중이 줄어든 것!
그리고 나서 출산 후 2주 가량 되었던 때인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는 아이 황달 수치 재검을 위해 병원에 갔고, 병원 복도에 설치된 체중계에 올라가보니 56.6킬로. 그것이 내가 출산 후 관찰한 가장 낮은 몸무게이고, 이 몸무게는 아이 생후 5개월이 되도록 다시 오지 않았으니.. ㅎㅎㅎ
내 체중은 그 후로 57-58킬로로, 이 몸무게는 출산 후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수유가 체중감소에 미치는 영향
수유를 하면 체중이 쭉쭉 줄어드는 줄 알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면서 임신 전 옷을 입고 나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비록 산후조리원은 가지 않지만..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었다. 나의 경우 거의 완전모유 수유인데도 (생후 5개월까지.. 우리 아이가 분유를 먹은 횟수는.. 6-7회쯤 되려나..) 모유수유와 체중감소의 정확한 관계는 모르겠다.
수유를 하면.. 체중감소는 몰라도.. 입맛은 엄청 당긴다. 끊임없이 배가 고프다. 이런 증상은.. 처음 한달동안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새벽에 수유를 하느라 일어나면 얼마나 배가 고프던지.. 돌아서면 배가 고프고 돌아서면 또 배가 고팠다. 밤중에 먹긴 좀 그렇고 하니, 아침 수유를 할 때면 일단 바나나 2개를 먹고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침실에는 항상 바나나와 여러 간식거리가 놓여져있었다.
이렇게 간식을 많이 먹지 않았더라면.. 아마.. 체중이 더 감소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거의 그랬을 거다. 그 기간 중.. 나와 남편이 먹던 음식량을 생각하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출산 후, 하루 24시간 중에 5-6시간을 수유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집안일과 아이 돌보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먹는 것 외에는 에너지를 보충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산후 5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산부복을 입고 있고.. 임신 전 옷은.. 헐렁한 상의를 제외하고는 전혀 맞지 않다. 상의의 경우 수유로 가슴이 너무 불어있어서 맞지 않고.. 하의에 대해서는... 굳이 말 하지 않는 걸로.. ㅋ
나의 늘어난 체중에 대한 친정엄마의 견해
출산 4개월만에 우리집에 오신 엄마는 내가 늘어난 식사량으로 엄마보다 더 많은 밥을 매끼니 먹어치우는 것을 보며 아주 좋아하셨다. 거기에 군것질까지 더하니 더 좋아하셨다.
엄마가 남기신 기억에 남는 한마디.
"네 등에 살이 두둑한 것을 보니,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다. 니가 건강한 것 같아서!"
엄마에게는 네 자녀 중 내가 유일하게 평균체중을 가진 자식이었다. 그러나 엄마 기준에서는 평균체중의 몸은 "약한 몸"으로 여겨졌고, 엄마에게는 "살집이 좀 있는 몸이 건강한 몸"이었다.
"엄마~ 엄마 기준에는 등에 살이 두둑한 게 건강의 잣대야? ㅋㅋ 나 예전 옷이 하나도 안 맞아~ 어떡해, 엄마~"
"꿈깨라~ 너는 수유하는 산부야, 산부!"
하시질 않나! ㅋㅋ 그 소리에 나는 빵 터졌다. "꿈깨라~" 너무 현실적이고 뼈 있는 한마디! 엄마만이 할 수 있는 한마디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너는 키가 159니까 59킬로는 되어야 해. 59킬로까지는 쪄도 돼."
라는 엄마만의 논리를 펴셨다.
사위에게 남긴 장모의 마지막 당부
그랬던 엄마가 다시 한국으로 출국하시는 날. 항공 수하물을 보내기 위해 줄을 서 계시며 틴틴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기셨다.
"김서방, 몽실이 체중이 59킬로는 되게 만들게! 반드시 59킬로는 되야 하네. 60은 넘어가면 안 되고 59!"
그리고 엄마가 가신 다음날.. 나와 틴틴은 우리 잭의 몸무게 측량을 위해 체중계에 아이를 안고 올라갔다. 내가 아이를 안고 올라가니 68킬로. 아이를 빼니 58킬로. 잭이 10킬로요, 내가 58인 것을 보더니 틴틴이 말한다.
"어? 장모님이 말씀하신 목표체중이 얼마 안 남았네? ㅋㅋ 장모님이 신신당부 하셨는데, 생각보다 달성하기 쉽겠는데?"
푸핫! 그랬다. 그게 사실이었다.
늘어난 체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출산 3개월 즈음해서는 스트레스가 좀 많았던 것 같다. 3개월안에 원래 제 몸무게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살들은 주욱 가는 살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4개월이 넘어가고 5개월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임신 전의 옷을 보면 "내가 저 옷을 입었다고?" 싶고, 매일 보는 내 얼굴과 내 배, 내 엉덩이, 다리가 익숙해졌다.
일단은.. 체중감소보다는.. 건강유지가 우선이다. 백일 즈음해서부터 10킬로의 몸무게를 유지해오는 잭을 들었다 놨다, 눕혔다 일으켰다, 데리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데에 체력소모가 너무 크다. 무릎, 등, 허리, 목이 다 아프다. 살을 빼려면 식이조절을 해야할텐데, 고립된 삶에서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인 이 곳에서, 또 이 상황에서 어떻게 먹는 것까지 조절한단 말인가!
장기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 * *
줄지 않는 체중으로 고민하는 동료임산부들이여, 우리, 체중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구요~ 건강이 먼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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