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두달간의 '트림과의 전쟁'이 끝났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5. 16. 18:31

생후 3개월부터 우리 부부의 육아는 "트림과의 전쟁"이었다.   아이가 어느 때부터인가 트림이 아주 잘 걸리면서 트림이 걸릴 때마다 수유 중 내 가슴을 손으로 팍팍 치면서 "으아아앙!" 울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생후 첫 두달간은 트림하지 않고도 수유 후에 잘만 누워자던 아이가 어느날부터인가 그렇게 변했다.  모유수유 아이들은 트림이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모두 거짓말이었던가!

우리 아이는 젖을 물렸다 하면 1분만에 트림이 걸리고 아이는 울며 짜증을 내서,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이면 항상 수유 중인 내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가 트림이 걸렸다 하면 남편이 아이를 받아서 트림을 시키고, 트림이 나오면 나는 다시 수유를 이어갔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을 "트림마스터"라 불렀고, 트림쏭 (song)도 개발하였으며, 트림 후 수유를 이어가는 것을 CF (수유를 계속하다, continue feeding 의 약자 ㅋ)라고 줄여부르기까지 했다.  너무 힘든 과정이어서 그렇게라도 '재미'를 붙여서 수유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트림이 급격히 많이 걸리기 시작한 생후 3개월에서 4개월 사이의 사진은 대부분 남편이 아이를 트림시키기 위해 안고 있는 모습이 많다.  아래는 남편 다리에 올려서 트림시키는 중  (스마트폰을 보면서ㅋ).  아이가 크지만.. 생후 3개월된 아이라는 점.. ^^;;

남편이 트림을 시키는 중에 아이가 잠들기도 했다.  덤으로 아래와 같은 러블리한 샷이 연출되기도~

아이 트림의 고충

아이가 가스가 찰 때마다 너무 힘들어하며 울고 화를 내다 보니 나도 너무 힘들었다.  백일에 이미 10킬로를 넘어버린 우리 아이를 들어올려서 트림을 시키는 것 자체도 물리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검색을 정말 많이 했다.  트림이 많이 걸리는 모유수유 아이.. 왜 그런지..

모유수유 아이인데도 트림이 걸리는 이유

영국의 한 모유수유 상담사이트에 따르면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아이가 급하게 먹거나, 수유 자세가 좋지 않아서, 아이가 젖을 제대로 못 물어서, 엄마 젖이 너무 빨리 나와서, 아이의 소화기관이 약해서 등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가스를 덜차게 하는 (그래서 트림이 덜 걸리게 하는) 수유자세로는 아이를 세워서 수유하는 방법이나, 누워서 옆으로 수유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 누워서 수유하니, 이미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이가 젖을 제대로 물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 아이는 엄마젖만 먹고 저렇게 많이 컸다.  모유수유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을 때도 우리아이 젖 물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트림이 잘 걸리는 건가?!!!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우리 아이가 급하게 먹거나, 엄마 젖이 너무 빠르게 나오거나, 둘 모두이거나.. 거기에 아이가 아직 어리니 소화기관도 약할 것이고..

흥미로운 점은 그 모유수유 전문사이트에서 덧붙인 마지막 한마디.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하든지 간에, 트림이 잘 걸리는 아이들은 어느정도 계속 트림이 걸릴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그 글을 보고 나서, 나와 남편은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그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의 트림이 해결되었다.  생후 6개월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이 tummy time도 더 쉽게, 또 더 오래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저 자세로 놀다보면 애 스스로 트림을 한다. 

목을 가누게 된다 함은 비단 목만 가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리에 힘도 더 좋아졌다.  제 힘으로 다리도 번쩍 번쩍 들어올리니.  약간의 보조가 있으면 스스로 앉아있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는 스스로 트림을 하기 시작했다.  Tummy time을 하면서도 트림을 하고, 내 다리 위에 아이를 앉혀둬도 트림을 하고..  허리가 많이 펴지면서 트림이 더 쉬워진 것 같다. 

트림만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인데도 수유시간이 훨씬 편해졌다.  4개월 이후부터 수유시간 자체도 상당히 짧아지긴 했는데, 이제는 수유 중에 아이를 들어올려 트림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 이제야 모유수유가 한결 편해졌어!

아이가 트림을 스스로 하면서 내가 틴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 * *

수유는.. 어렵다.  그리고 힘들다.  그런데 트림은 그 수유를 더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다 해결이 된다.  신기하다.  '육아'라는 것 자체가 그런 것 같다.  단계 단계별로 어려운 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그 어려움들이 하나씩 저절로 해결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어려움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모유수유든 분유수유든 우리 부부와 같이 아이의 트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다 지나간다고..  시간이 약이라고.  당신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가 트림이 잘 걸리는 건 아니라고.  아직 아이의 소화기관이 약하고, 허리가 약하고, 힘이 약해서 그럴 뿐..  조금만 기다리면 스스로 트림하는 때가 올테니 그 때까지만 수고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