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출산 후 탈모에 대처하는 자세

옥포동 몽실언니 2018. 5. 22. 16:47

우리 아이 생후 5개월을 맞아.. 머리카락을 직접 잘랐다. 

아이 머리카락을? 아니면 남편 머리?  노노~  우리 아이는 생후 5개월이 되도록 아직 머리카락이 별로 없고 짧기도 짧아서 자르고 말고 할 머리카락이 없다.  이번에 자른 것은 바로 내 머리카락!  내 머리도 그리 긴 편이 아니지만.. 이 머리를 자르게 된 것은.. 바로 출산 후 탈모 때문! 

산후 탈모의 시작, 출산 4개월

출산 후 100일 정도까지는 머리가 별로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오.. 나에게는 탈모가 일어나지 않으려나?  

왜, 다들 자신만은 특별하고, 자신만은 예외이기를 기대하지 않는가.  그러나!!  100일이 지나고 언제부터였을까, 머리카락이 하염없이 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자고 일어나서 침대 시트와 베개에 빠져있는 머리카락만 모아도 이 만큼이다.  

출산 후에 빠지는 머리는 임신 중에 빠지지 않던 머리카락들이라 하는데, 이유야 어찌됐건 자고 일어나면 저 만큼의 머리카락이 빠져있고, 샤워를 하면 저 사진의 2배 이상은 빠지고, 머리를 말리고 빗으면.. 그 만큼이 또 더 빠진다.  그리고 나서도!!!  하루 종일 쉴새 없이 빠지고 또 빠지는 머리카락!

그러다보니 집안 온 곳곳에 내 머리카락이 뒹군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눈에 띌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아이의 빨래에도, 아이의 이불에도 내 머리카락이다.  심지어는 아이 기저귀를 가는데 아이 엉덩이에 내 머리카락이 붙어있다.  기저귀를 갈면서 바닥에 뒹굴던 머리카락 한 올이 들어간 모양이다.

으악~ 이게 뭐야!!  우리 아기 엉덩이에 엄마 머리카락이~!  미안해!!

아이에게 이렇게 사과하는 것도 한번 두번.  그래서 결심했다.  머리를 자르기로.  많이 빠져도 길이라도 좀 짧으면 덜 지저분하지 않을까 싶어서. 

머리를 어디서 자를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미용실을 갈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미용실을 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머리를 자르고, 집에 돌아오고 하면 동네 미용실을 가더라도 2시간은 잡아야 한다.  

게다가 비용은 더 하다.  영국에서는 여자 머리를 자르는데 아무리 안 해도 30-50 파운드 (4만5천원에서 7만 5천원 사이) 는 줘야 하고, 잘 하는 곳에서 자르려면 70파운드 (10만원) 가 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영국 사는 10년동안 영국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본 건 딱 2번.  그나마 두번 모두 가장 낮은 급의 미용사에게 (즉, 가장 저렴한 미용사에게), 그것도 학생할인을 받은 금액으로만 잘라봤을 뿐.

문제는 현재의 나에게는 '돈'과 '시간' 모두가 없다는 것.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직접 머리 자르기!! 

셀프 헤어커팅

만능박사 Youtube를 검색했다.  직접 머리자르기, self hair cutting, DIY hair cut 등등.  전에도 이렇게 검색해서 머리를 한번 직접 자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머리가 꽤 길어서 머리결이 상한 끝부분만 정리하느라고 자른 것이라 큰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별로 길지 않은 머리를 자르려면 단발머리인데, 직접자르는 단발이라.. 그건 엄두도 안 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모양이야 어찌됐건 그냥 대충 자르자 싶어 긴머리의 끝부분을 손질하듯이 욕실에서 싹둑 머리를 잘랐다.  어차피 애 때문에 거의 대부분 머리를 묶고 있으니.. 모양이야 좀.. 어설프면 어때.. 하며.. 

그렇게 자른 머리는 짜잔~ 다음과 같다 (최근 내가 머리를 풀고 있는 유일한 사진). 

* * *

한국에 살았더라면 엄마에게 아이를 잠깐 맡기고 동네 아무 미용실이라도 후다닥 뛰어가서 머리를 자르고 왔을텐데.  여기선 그런 일이 꿈만 같다.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그렇게 사는 게 외국살이다.  다행히 여기서는 아무도 내 머리모양에 대해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아무도 내 머리모양 자체를 신경쓰지 않는다.  게다가 늘 지지적인 남편은 이 머리마저도 이쁘다고 칭찬이니, 직접 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고!  

다음에 한국에 가서 시간이 좀 된다면 동네 미용실에 가서 '내 머리, 남편 머리, 아이 머리 직접 자르기' 같은 주제로 2시간 집중 과외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  틴틴, 그리고 잭, 내 머리카락까지 모두 내가 자를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