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유모차 끌고 출근하는 남자

옥포동 몽실언니 2018. 5. 17. 18:19

그건 바로 우리 남편, 틴틴이다. 

생후 5개월이 넘도록 새벽똥과 함께 새벽 4-5시에 기상하는 잭.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도 아침잠을 잘 수가 없다.  아이는 4-5시에 깨면 한두시간 놀다가 다시 자곤 한다.  초기에는 주로 내가 아침당번을, 엄마가 계신 동안에는 나와 엄마가, 그리고 엄마가 가신 후부터는 틴틴이 나를 위해 아침당번을 해왔다.  틴틴은 아이가 노는 동안 간단히 본인의 아침을 챙겨먹고, 아이가 졸려하면 유모차에 넣고 부엌에서 "야외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아이를 재운다.  

유모차 "야외 시뮬레이션" 은 틴틴이 개발해낸 유모차 운행방법(!)으로,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야 잠이 드는 아이를 위해 실내에서 마치 이곳이 실외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유모차를 끌어주는 방법이다.  손바닥으로 유모차 손잡이를 탁탁 치면서 좌우로도 살짝씩 흔들흔들 해주며 입으로는 적당한 소음도 만들어내서 마치 울퉁불퉁한 야외에 있는 것처럼 유모차를 미는 것!

이 시뮬레이션은 때때로 성공적이어서 이렇게 아이를 재우는 데 여러번 성공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보라, 아이가 잠들었다!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유모차를 손으로 '치고 흔드는' 틴틴의 손! (잠옷 노출 쏘뤼!)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틴틴은 그 방법을 시도했으나..오늘은.. 안타깝게도 실패! 

그런 날은 두가지이다.  내가 집안에서 아이를 업어재우거나, 아니면 아침부터 아이 유모차를 끌고 나가 강제산책을 하거나.  

오늘은 날도 좋고 하니 산책을 하기로 결정.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근준비를 마친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9시가 출근시간이라 9시에 가까우면 출근인파가 많아서 남편 회사 쪽으로 가기가 민망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이르니 남편 회사 쪽으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남편 회사까지는 도보로 6분! ㅋ  이건.. 사내 기숙사가 있다면 이런 거리일까..?  ㅋ 오늘은 왠일인지 아이가 일찍 잠들어서 남편 회사쯤 도착하니 아이 눈이 감겨있다.  아래 사진 저 길 끝이 남편의 회사.

날씨도 좋고 아침공기도 상쾌하니 커피 한잔이 간절해졌던 나는 아이 낳고 처음으로 시내 카페에서 혼자서 커피 한잔 하자 싶어 남편과 헤어지고 15분을 걸어 시내 카페로 도착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디카프 플랫화이트와 팽오쇼콜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 왠걸.. 카페 앞 광장을 청소하는 청소기계 소리가 너무 커서.. 아이가 바로 깨버리는 것 아닌가!!!! 

정신없이 빵을 우걱우걱 삼키고 커피를 원샷한 후 아이가 울기 전에 재빨리 집에 돌아온 후.. 아이도 맘마를 먹이고, 잠시 놀아준 후.. 결국....아이를 업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었다!!

업은 채로.. 블로그를 쓰는 나...  이렇게라도 나의 즐거움을 찾지 않고서는 못 견디다니.. 나도 참..어쩔 수 없다. 

* * * 

육아 아이러니

아이를 원해서 가지고, 아이를 낳고 기뻐하고, 아이와 함께 놀며 행복해하면서도 왜 아이가 잠만 자면 이리도 기쁜 것일까... 

잭.. 너를 업고 있자니.. 어깨, 등, 다리, 발목까지 다 아프지만.. 그래도 엄마 등에서 기분이 좋아서 팔딱팔딱 거리며 웃는 너를 보면.. 엄마도 좋아.  뭐가 그리 좋다고 엄마 등에서 그리 좋아하나.. 싶어서.  오늘은 낮잠 많이 자자~ 엄마도 여유 좀 즐기고, 너도 푹 잘 자야 쑥쑥 큰다고 외할머니께서 그러셨잖니~ 2시간 자자~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