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이유식은 5개월 반쯤부터 시작한 것 같다. 아이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면 혹시라도 체중이 더 불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5개월 반에 시작하고도 어떤 날은 까먹어서 건너뛰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귀찮아서 건너뛰기도 하다가 그럭저럭 7개월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쌀미음을 먹이다가, 이후에는 한두가지씩 재료를 섞었는데, 나는 힘들다는 핑계로 한가지만 섞어주던 6개월차에 우리 아이에게 그리 다양한 재료를 맛보여주지 못했다. 감자, 단호박, 양배추, 청경채, 사과, 배. 그 정도였던 것 같다.
6개월 후반기에 접어들어 인터넷과 책을 보니 다들 어쩜 그리 이유식을 정성들여 만들어서 잘 해서 먹이는지.. 급 반성모드로 들어간 후, 나도 우리 아이에게 다양한 재료를 얼른 얼른 맛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재료를 맛봐야 편식도 하지 않고 먹는 즐거움도 배우게 될테니 말이다.
나름 마음 먹고 메뉴도 구상해보고, 그에 맞춰 장도 보면서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 노력이 지속될지..). 그런데 문제는 책에 나온대로 따라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 여기서 정석이라 함은 각 재료를 따로 데치고, 잘게 다진 후, 쌀 미음에 섞어주는 것. 이건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 싶어 몇 달 전 수민이가 (실명등장 ㅋ) 물려준 이유식 만드는 기계를 꺼내들었다. 그 기계는 분량의 재료와 물을 넣으면 스팀으로 재료를 익힌 후 원하는 정도의 굵기로 재료를 잘게 썰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해준다. 그런데 쓰려고 보니 일단 기계의 물탱크를 한번 청소해야 한다. 식초 섞은 물을 써서 하면 된다고 나오는데, instruction을 보고 그걸 따라할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안 생겼다.
그래서 그 기계의 원리대로 일단 집에서 온갖 재료를 한번에 넣어서 스팀으로 익힌 후, 그 재료를 도깨비 방망이 세트에 들어있는 "다지기"를 이용해 잘게 다지면 되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어차피 식재료를 익힐 것이니, 나와 남편도 함께 먹을 음식을 간을 하지 않고 만들어서 일부만 덜어내어 아이 이유식 재료로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미국 육아책 (What to expect first year)에서 얻은 팁!)
그렇게 내가 시도한 초간단 중기이유식 만드는 방법:
- 일단 집에 있는 다중 스테인리스 냄비 (아주 두꺼운 냄비)에 온갖 재료를 넣고 약불에서 자체수분으로 익혔다 (즉, 따로 물을 넣지 않음). 첫번째 메뉴는 소고기야채미음. 지방이 5% 미만인 다진 소고기, 주키니 호박, 표고버섯, 양파를 적당히 썰어 넣은 후 뚜껑을 닫고 약불. 물을 넣지 않은 것은, 어차피 식재료에서 물이 나오니, 재료를 갈아서 냉동보관한 후 다음에 쓰기도 좋다고 생각해서이다.
- 그리고 다른 불에는 불린 쌀을 갈아서 쌀미음을 만들었다. 이렇게 쌀 미음 베이스를 만든 후, 스팀해서 갈아준 부재료를 섞어서 이유식을 만들 요량으로.
- 적당한 시간이 흐르자, 스테인리스 냄비에 모든 재료가 잘 익었다. 고기에서 나온 육수에 야채 자체의 육수도 섞여서 약간의 물이 생겼는데, 냄새만 맡아도 고소하니 입맛이 돈다.
- 그 중 아이 이유식용으로 일부를 덜어냈다. 요리 중에 생긴 야채와 고기에서 나온 국물은 죄다 아이 이유식용 재료에 부어줬다. 이 재료와 국물을 함께 푸드 프로세서 (다지기)에 넣고 슥슥 갈았다. 그릇에 덜어냈을 때 밥그릇 한공기 정도 분량이었는데, 갈고 나서도 양이 제법 된다. 이번에 쓸 분량 두어스푼을 제외하고 나니 6개 짜리 큐브판에 딱 5알이 만들어졌다. 그건 냉동실로 고고~ 다음에 쓰면 되겠다.
- 마지막으로, 좀 전에 만들어 둔 쌀 미음에 부재료를 적당량 넣고 슥슥 비벼서 오늘 저녁에 먹일 이유식을 그릇 하나에 담아두고, 내일 또 한번 먹일 분량도 덜어내어 유리컨테이너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
남은 음식 (다진 소고기, 양파, 표고, 주키니 호박)은 나와 남편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해먹었다. 밥 위에 두툼하게 익힌 호박, 다진 쇠고기, 양파를 얹어 고추장 양념을 한스푼 얹어내니 틴틴이 연신 맛있다고 하며 잘 먹는다. 표고는 부드러운 머리는 죄다 아이 이유식에 들어가고, 우리는 딱딱한 기둥만 먹었다. ㅋㅋ 어쨌든 별 것도 아닌 것을 늘 틴틴은 맛있다 해주니 나도 기분이 좋다. 둘이 그렇게 한그릇씩 먹고 나니 양이 딱 맞다.
이렇게 새로운 초간단 방법으로 만든 잭의 이유식에 대한 반응은? 대만족!
아이가 연신 입을 쫙쫙 벌리며 이유식을 받아먹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이유식에 영 관심이 없어서 다른 것으로 입을 벌리게끔 유도해서 입을 벌렸다 치면 재빨리 이유식을 입에 넣어야 겨우 먹였고, 그렇게 먹이는 양도 50밀리도 채 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왠일, 아이가 입을 쫙쫙 벌리며 나 쪽으로 몸까지 기울이는 게 아닌가!
사진: 위 사진은 오늘의 포스트 내용과는 관계 없음.ㅋ
아.. 이 전에 내가 너무 내 멋대로 이유식을 만들어줘서 애가 맛 없어서 관심을 안 보이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정말 그랬나보다. 사실.. 내가 먹어도.. 참.. 별로 맛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이유식은 물이라고는 미음을 만들 때 들어간 물 외에, 모두 음식 자체의 수분으로 요리한 부재료가 들어가서 맛에 풍미가 좀 더 좋았는지, 야채와 고기를 따로 데쳐낸 후 미음에 섞어줬을 때보다 훨씬 잘 먹었다.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잘 먹으니, 이유식 기계를 손보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렇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생각. 우리 부부의 먹을 거리도 생기고, 아이 이유식도 생기니,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주에는 닭고기도 먹여보고, 이젠 소고기도 먹여봤으니, 다음은 생선을 먹여볼 차례. 냉동 가자미를 사서 야채와 함께 넣고 이번처럼 작은 냄비에 죄다 익힌 후 갈아서 만들 생각이다. 쌀미음 베이스는 좀 넉넉히 만들어서 여러 분량 냉동실에 보관을 좀 해 두면 편할 듯.
* * *
육아는.. 정말.. 노하우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도 하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요령이 생긴다.
아직 겨우 7개월이고, 가보지 않은 단계가 너무 많이 남아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하나 하나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겠지. 초보엄마는 늘 이렇게 모든 것이 서툴다. 그런 엄마라도 늘 좋아해주는 우리 아이, 웃어주는 아이 (울기도 많이 울지만 ㅋㅋ), 우리 아이 고마워~ 엄마가 앞으로도 늘 노력할게!
(Written on 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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