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7개월 기념 출산 후 처음인 나홀로 나들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8. 7. 12. 16:00

사실 생후 7개월을 기념하려고 외출을 기획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첫 나들이를 계획한 날이 우리 아이 생후 7개월이 되던 날이었다.  

실은 겨울 한국행을 위해 빼둔 남편의 휴가를 제외하면 우리가 12월 중순까지 쓸 수 있는 연차라고는 딱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최근 남편의 건강이 나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내 체력도 덩달아 바닥난 터라, 우리는 큰 맘 먹고 "무급"육아휴직 일주일을 신청했고, 그 주가 바로 이번주! 

작년 초 결혼 후 신혼여행도 따로 가지 못했던 우리는, 상견례를 위해 한국에 갔던 작년 5월이 남편이 가졌던 마지막 휴가였고 (우리는 "선"결혼 "후"상견례..^^;;) 그 후로 14개월만의 첫 휴가이니.. 우리 둘 모두 고대하던 한주였다. 

이 한주간에 둘이 함께, 또 각자 따로 하고픈 일들이 너무나 많았으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일차 (월): 함께 밀린 집안 청소, 집안일 (김치 구입 등등)

2일차 (화): 오전 - 나의 자유시간

3일차 (수): 오전 - 나의 자유시간

4일차 (목): 오전 - 남편 나들이

5일차 (금): 오전 - 남편 자유시간; 오후 - 손님맞이 대비 집안청소

6일차 (토): 금요일 손님 방문겸 친구들 집으로 초대하여 모임

7일차 (일): 손님 보낸 후 뒷정리 청소; 휴식 

자유시간에 뭘 하고 싶으냐는 남편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없이 "옥스퍼드 가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도 좀 만나고 싶어!!!" 라고 대답했다.  최근 느닷없는 더위가 영국에 찾아왔는데, 이 더운 날에 입을 반바지는 커녕 제대로 된 여름옷이 없었기에 가벼운 여름옷도 좀 구입하고, 오랫만에 "성인사람"과 만나 대화도 나누고 싶었다.  맛난 먹거리는 당연히 빠질 수 없다!

그렇게 나의 옥스퍼드 방문 첫날, 남편이 나를 옥스퍼드에 9시반에 내려줬고, 나는 오랫만의 시내구경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드디어 10시에 후배를 만나 브런치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Paul 빵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빵들을 서둘러 구입한 후 버블티가게로 가서 고프고 고팠던 버블티를 한잔 사서 거의 원샷의 속도로 버블티를 들이키며 버스에 올라탄 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부터는 경보대회에 나가기라도 하는 듯한 속도로 서둘러 귀가. 

둘쨋날인 어제는 남편이 오전 11시반에 나를 시내에 떨궈줬다.  집에서 옥스퍼드 시내까지는 차로 20 정도.  어제 군침만 흘리고 사지 못했던 옷가게로 들어가서 반바지, 여름치마, 여름 티 3벌, 세일 중인 여름 블라우스 두벌 사고, 허리벨트가 없어서 허리가 큰 바지를 접어입고 있던 터라 저렴한 벨트도 하나 구입, 그리고 묶음으로 된 머리끈도 두개 집었다.  얼마나 빠른 속도의 쇼핑이었는지, 옷가게에 11시 35분쯤 들어가서, 11시 48분쯤 빛의 속도로 옷을 입어보고, 11시 53분에 계산대에 섰다는! ㅋㅋㅋㅋ 급하게 사다 보니 반바지와 여름티, 치마는 다시 가게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긴 하지만 (출산 후 늘어난 내 사이즈를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작은 옷들을 갖고 와 버렸다), 그래도 이 얼마만에 쇼핑이며, 얼마만에 입어보는 새옷들인가!  

보행자 전용 횡단보도를 건너서 새로 확장 오픈한 옥스퍼드 쇼핑몰 West Gate로 고고~ (영국에는 아래와 같이 노란색 등이 달려있고 바닥에 줄이 그어져있는 횡단보도는 보행자 우선이라, 사람이 서 있으면 차량이나 자전거가 무조건 정지한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는 이같은 줄무늬 (zebra무늬라고 부름 ㅋ) 가 그어져있지 않다.  이 곳에서는 멀뚱멀뚱 신호를 기다릴 필요없이 적당히 주위를 둘러보고 길을 건너면 된다.)

조만간 영국을 떠나 호주로 이주하는 친구 가족을 위해 잘 가라는 인사를 전할 카드도 하나 사고, 

막내딸이 쓰던 카시트를 우리에게 선물해준 남편 동료에게 감사인사를 전할 "Thank you"카드도 하나 사고, 

그 외 이번 여름 생일을 맞는 친구들을 위한 카드도 구입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그간 너무 더웠으나 이날은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서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날씨였다. 

나는 후배와 함께 West Gate의 루프 테라스에 있는 "Breakfast Club"이라는 곳을 가려고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너무 이쁜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후배의 찬조출연 ^^;; 조화로 꾸며둔 것인데도 조잡하지 않고 너무 이뻤다!

우리는 츄로스를 함께 나눠먹고, 후배는 잉글리쉬 머핀에 계란과 홀랜다즈 소스가 올라간 에그 베네딕트를 먹고, 나는 처음 보는 메뉴 Breakfast Hash라는 것을 주문했다.  후배는 계란이 보통 2개가 나오는데 여긴 하나 뿐이라 양이 적다고 했고, 나는 생각 외의 메뉴에 별미라고 하며 내 음식도 후배에게 한점 떼어줬다.  둘이서 냠냠~ 맛있게 먹으며 수다 삼매경!

우리가 간 식당 Victors에서 처음 먹어본 브렉퍼스트 해쉬.  멕시칸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타코 요리.  맛있었다.

츄로스는.. 스페인에서 먹는 맛에는 비할바가 안 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가성비?  양이 너무 적다! ㅋ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오전 내내 수고한 남편을 위해 Paul에 들러 토마토 모짜렐라 샌드위치도 사고,

남편과 나눠먹을 과일타르트도 샀다.  Paul은 프랑스 빵집이다 보니 프랑스의 월드컵 준결승 진출을 응원하는 프랑스 국기모양의 타르트도 팔고 있었다. ㅋ 그래서 그것도 하나 구입!

딸기 타르트는 당연히 빠질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하트모양 서양식 엄마손 과자.  Palmier라고 부르는 이 과자는.. 내 favourite 중 하나!  바삭바삭.. 좀 고급스러운 대형 엄마손 쿠키 느낌? 

아래는 Chouquette 인데, 예전에 우연히 먹었다가 반하게 된 맛.  겉은 바삭한데 속은 매우 부드럽고 얇은 페스트리로 비어있는 맛이라.. 프랑스식 공갈빵이라고나 할까.. 은근 중독성이 있다. 

이렇게 빵을 구입한 후, 재빨리 버블티 가게 Formosan으로 가서 내가 좋아하는 Baked Oolong Tea에 버블을 넣고, less suger, without ice로 주문.  설탕은 적게 넣고, 얼음은 빼주세요~ 했다.  두어모금 쭉쭉 마시며 버스정류장으로 왔는데, 버스가 와 있어서 음료를 든 채로 버스에 승차.  다행히 뚜껑이 덮여 있는 음료라 쏟아질 염려도 없고, 재빨리 쭉쭉 마신 후 빈 통은 내 가방에 쏙!

남편과 단 둘만의 오전을 보낸 아들.  남편의 육아스킬이 레벨 업 되었고, 아이는 남편과의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  또한 엄마의 어부바나 찌찌 없이 낮잠을 자야 했던 아이는 의도치않게 수면교육을 당하게 되었다는 ^^;;

잠자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면 아이가 더 잘 잔다는 것을 터득한 남편이 왼손으로 아이의 손을 꼭 잡은채 사진에 나오지 않은 오른손으로는 열심히 핸드폰을 보고 있다. ㅋ

둘쨋날은 서둘러 H&M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후다닥 쇼핑을 마친 후 West Gate에 새로 생긴 런던의 유명 일식라면집 소류 Shoryu 로.  우리는 야채모듬튀김과 이 가게의 signiture 라멘이라 하는 돼지고기국물의 라면을 먹었다.  튀김은.. 한국 일식횟집의 튀김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이런 튀김이라니 놀랄만한 맛이었고, 기대치않게 고로케도 아주 좋았다.  

라면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서 수유를 하면 우리 잭이 밤새 심한 설사를 하곤 해서 MSG가 들어갔을 법한 음식은 피해왔는데, 이 라면은..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S가 '일본 현지 유명 라멘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던 시식평이 무색하게.. 밤새 아들의 설사로 남편이 잠을 심하게 설쳤다는 ㅠㅠㅠㅠㅠㅠ 틴틴, 미안해요 ㅠㅠ 나의 식탐이.. 밤새 당신을 설사받이로 만들었네요 ㅠㅠ

라면과 튀김을 먹은 후, 우리의 디저트는 젤라또.  사실 옥스퍼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면 Covered Market에 있는 젤라또 가게를 Iscream에 가서 해인이 (실명등장 ㅋ)의 강력추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으나, 시간 절약을 위해 쇼핑몰 내에 있던 젤라또 가게로 갔다.  (옥스퍼드의 Iscream은 이탈리아 아주머니와 영국 아저씨 부부께서 직접 만든 젤라또를 파는 곳이다.  강추!)

나는 티라미수와 쵸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티라미수는.. 그리 강렬한 맛은 아니었고, 쵸코는 그냥 쵸코더라는.. ^^;; 역시 다음에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Iscream으로 가서 먹기로~

옥스퍼드에 이렇게 큰 쇼핑몰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옥스퍼드에 원래 있던 West Gate를 리노베이션 하고, 그 뒤에 John Lewis라는 영국의 백화점 체인이 들어와서 정말 큰 쇼핑몰이 되었다.  우리가 출산하기 직전인 작년 겨울에 개장한 쇼핑몰.

이 곳의 3층 roof top에는 유명 식당도 많고 이렇게 휴게공간도 잘 되어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정말.. 최고의 장소!  

집에 돌아와서 귀여운 우리 잭 실컷 안아주고, 아빠가 서툴러서 오전에 세숟갈밖에 먹이지 못한 이유식을 먹였다.  엄마랑 아빠 모두와 함께 있을 때 더 즐거운 우리 잭.  이번주부터 하이체어에 제대로 앉아 식사를 하니, 잭도, 우리도 모두가 편하다. 

이렇게 나의 이틀간의 나들이는 끝.  아... 다시 나가고 싶다.  너무너무 좋았다.  밖에 나가 있으니 아이 생각..보다는 아이로 인해 버둥거리고 있을 남편 생각이 많이 났고, 고마움도 컸다.  놀랐던 것은 생각외로 남편과 아이의 친밀도가 정말 많이 높아졌다는 것.  처음으로 아이가 남편에게도 자기를 안아달라고 두 팔을 쭉쭉 내밀었고, 나와 함께 있을 때도 내가 아닌 남편에게 아주 편하게 안기고, 매달리고, 남편 다리에서 뒹굴며 놀았다.  둘만의 시간이 주는 예상치 못한 장점에 우리 모두 만족. 

이렇게 외출은 즐거웠으나.. 그 후폭풍은 피로와 함께 밀린 일들.  나는 오늘부터 재빨리 밀린 일을 해야 한다.  새벽 5시 수유와 함께 기상하고 랩탑을 켠 것은.. 일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지금 아니면 블로그 글 쓸 시간도 없을 것 같아 딱 10분만, 아니 20분만.. 하면서 자리에 앉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벌써 6시가 넘었다. 

오늘은.. 밀린 일도 좀 하고, 잭과 다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그간 힘들었을 남편에게도 자유시간을 주자.  남편은 옥스퍼드에 가서 혼자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이발도 하고 돌아올 예정. 

우리의 휴가가 벌써 끝나가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남은 이틀도 알차게 보내보기로!!

잭, 오늘도 엄마 잘 부탁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