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예민한 아기, 유모차에서 낮잠재우는 요령

옥포동 몽실언니 2018. 6. 29. 13:21

"유모차" 아니면 "엄마의 등", 바로 이 두 곳이 우리 아이 낮잠으로 최고 인기 장소이다. 

우리아이는 엄마 젖을 물다가 자는 건 밤잠을 잘 때 뿐이다.  대부분 낮에는 잠에서 깨서 놀다가 먹지, 젖을 먹다 자는 일은 스무번에 한번쯤 있을까 말까하다.  아이를 재우기 위한 여러 시도 끝에 우리 아이를 가장 쉽게 재울 수 있는 곳은 유모차와 어부바로 귀결이 되었다.  오늘은 그 중 유모차에서 아이 재우는 요령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아이는 생후 3개월 이후부터는 유모차 안에서 잔 낮잠이 유모차 밖에서 잔 낮잠보다 더 많을 것이다.  아이가 10킬로가 되기 전까지는 아기띠로도 많이 재웠는데, 아이가 10킬로를 넘어 10.5-11킬로를 오간 생후 4개월부터는 유모차 아니면 아기포대기를 이용했다.  포대기는 허리가 아프니,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해서 외출하기 힘들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모차다. 

그 결과 우리 부부는 "유모차로 아이재우기" 신공이 생겼다.  오늘은 지난 석달간 아이 낮잠을 위해 유모차를 활용하며 우리가 터득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아이가 졸려하는 타이밍을 잘 잡을 것!

일단은 아이가 졸려할 때 귀신같이 알아채고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나가야 한다. 아이가 너무 졸려 마구 울어댄다면 약간 늦은 것.  일단 나가면 자긴 자겠지만, 나가는 동안 동네에 우리아이 울음소리가 떠나가도록 울려대는 민망함을 버텨야한다.  

아이가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고, 그래서 눈두덩이가 발그스름하면 바로 그 때가 아이가 졸린 타이밍!

그렇게 해서 졸린 것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시간 계산법을 쓰면 된다.  5-6개월쯤 되면 아이가 깨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에서 2시간 반이라고 한다 (What to Expect the First Year 책에서).  그러니 아이가 깨어있었던 시간이 2시간쯤 되어간다 싶으면 낮잠 타이밍이 가까워오고 있다.  아이가 나이가 점점 들수록 이 시간이 길어지겠지만 5개월 정도되었을 때는 정말 우리 아이도 1시간 정도 놀다보면 칭얼거리기 시작해서 내내 칭얼거리며 1시간쯤 더 놀고, 그러고 나면 30분쯤 열심히 애를 재우기 위해 애 쓰다보면 잠이 들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아래와 같이 "멍~"을 때리는 상태가 되면 일단 성공.  아이는 얼마 못 가 잠에 들 것이다. 

아래와 같은 상태도 또한 성공!  저런 상태로 넋을 놓고 있다가 잠이 드는 게 보통이다. 

2.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유모차가 덜컹거리는 곳을 찾아라!

바닥에 요철이 심한 곳을 지나면 유모차가 덜덜덜 거리게 된다.  바로 그 덜덜거림이 아이를 잘 잠들게 한다.  J에 따르면 영아산통이 심한 경우에도 유모차로 덜덜 거리는 곳을 지나다니면 아이가 좀 진정된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자주 활용하는 곳은 바로 아래와 같은 보도블록.  장애인용으로 바닥에 울퉁불퉁한 요철이 있는데, 그 곳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아이가 잠이 든다.  

이런 요령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너무 졸려하며 세차게 울어대는데, 저런 바닥을 지날 때마다 희안하게 아이 울음이 진정되면서 아이가 너무너무 졸려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저런 곳만 왔다 갔다 하기를 5-10분 하다 보니 아이가 잠이 든 것!  그래서 아이가 너무 졸려 마구 울어댈 때는 저런 곳으로 재빨리 달려가 저 구간만 무한 왕복한다.  말그대로 "무한왕복"!

바로, 아래처럼 말이다.  

위 사진을 보면 저렇게 도로에 울퉁불퉁한 구간이 40미터쯤 되는 구간에 4곳이나 있다.  저 곳을 저날 틴틴이 한 열번쯤 왕복했으려나.. 결국 아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저 길은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로 가는 길이라 평소 행인도 많고 차량도 많이 지나간다.  그런 곳에서 저렇게 유모차를 계속해서 밀고 있자면 처음에는 좀 민망하지만 그 민망함도 무릅쓸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나는 우리집 인근에 저런 '오돌도돌' 구간이 어디에 많은지 상당히 많이 꿰고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오돌도돌' 구간은 남편 회사 진입로로 향하는 길이라, 내가 그 길을 무한왕복하는 것을 남편 회사 동료들도 종종 목격한다.  그런 날은 남편이 "오늘 루카쉬가 네가 유모차 끌고 가는 거 봤대" 라고 어김없이 전해준다.  

3. 유모차로 재우면 좋은 점

우리 아이는 자다가 울거나, 뒤척일 때가 많다.  뒤척거리다가 아예 잠이 깨버릴 때도 많다.  그래서 힘들게 재워도 15분만 자고 깨버리거나, 30분만에 깨버리거나 할 때가 많았다.  그럼 정말 힘이 빠진다.  30분을 고생해서 재웠는데 이렇게 짧게 자고 깨 버리면 얼마 안 있다 또 졸려할 게 뻔하기 때문에.  

사정이 그렇다보니 우리 아이의 경우 유모차에 재우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유모차에서는 잠에서 깨려고 뒤척거리고 불편해 할 때 유모차를 재빨리 유모차를 좀 움직여주면 아이가 다시 잠에 들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밀어도 짧게 자고 바로 깨 버릴 때도 많다. ㅠ)

단점은, 아이가 유모차에 자고 있더라도 반드시 아이 옆에서 "꼼짝마"하고 대기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자면서 안 좋은 꿈을 꾸는지, 잘 때 크느라 몸이 아픈지, 아래와 같이 울음을 터뜨려가며 자곤 하는데, 아이가 자다가 울더라도 잠에서 깨지 않도록 얼른 달려가 유모차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면 좋다. (아무리 그래도 깰 때가 되면 귀신같이 깨버리곤 한다ㅠ)

4. 유모차로 재우면 힘든 점

아무래도 늘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유모차에 바퀴가 있어도, 11킬로의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이곳 저곳으로 산책을 하다보면 유모차를 미는 손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얼굴도 타고 손등도 탄다.  내 손과 발은.. 이렇게나 탔다.

나름 피부가 흰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유모차의 손잡이를 손으로 말아서 쥐다 보니 손 끝쪽은 덜 타고, 햇볕에 노출이 많이 되는 손등과 손가락의 절반 정도만 더 까맣게 탔다.  발등에도 신발자국이 선명하다.  내 다리에 손을 올려보면 손등이 얼마나 많이 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요즘은 날이 너무 뜨거워 유모차로 재우기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도 내 발은 여전히 까맣다.

이 사진의 포인트는 호랑이무늬 옷을 입은 우리아이가 아니라, 사진에 찬조출연한 내 까만 발! ㅋ

2년전 남편과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며 2시간씩 야외에서 뛰곤 했던 재작년에도 손등이 저렇게 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이렇게 탈 줄이야.  게다가 하루걸러 하루 비가오다 시피 하는 영국에서 해 구경도 잘 못하며 저렇게 손발이 타니 어이가 없다. 

5.  유모차 재우기에 실패하는 경우

우리의 저런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애가 졸려서 징징대다가도, 유모차에서 바깥 구경을 하다가 잠이 깨버리거나, 아니면 유모차에 기댄채로 좀 쉬다가 잠이 깨버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아래 사진의 날이 그런 날이었다. 

저 날은 집앞의 '오돌도돌길'을 지나고 지나서, 공원의 울퉁불퉁한 길까지.. 한 30분을 넘게 산책을 했지만 아이는 졸린 눈을 하고도 잠에 들지 않았다.  날이 너무 더웠던 것 같기도 하고, 의식있는 채 (=잠 들기 전에) 공원을 구경한 게 또 처음이라 너무 신기한 것들이 주변에 많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애가 자질 않길래, 결국 아이를 유모차에서 꺼내서 강 구경도 시켜주고, 오리 구경도 시켜주고, 남편과 함께 셋이서 가족 셀피도 찍었다.  아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너무 신기해서 고개를 왼쪽 오른쪽 돌리며 계속해서 구경.  그날은 그렇게 놀다 돌아왔다. 

지난 주에도 아이가 졸려해서 아이를 유모차에 넣었다.  그 날은 비가 왔기 때문에 남편이 집에서 유모차로 재우기에 도전하겠단다.  그러나.. 아이는 유모차에서 자지 않았다.  엄마가 자기를 바라보고 이름을 부르자 아래와 같이 세상 다시 없을 이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유혹했다.  결국 유모차에서 꺼내서 내 등에 어부바를 하고서야 잠이 들었다. 

6. 유모차에서 자는 아이 셋팅하기

유모차에서 아이가 눈이 감기면 나는 1-20초만 기다렸다가 곧바로 유모차를 최대한 젖혀서 아이를 눕힌다.  이 때, 남편은 조심스럽게 하느라 천천히 눕히는데,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아이가 깨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등받이를 최대한 빠르게 "확" 젖힌 후, 유모차를 곧바로 밀어준다.  그럼 아이가 살짝 눈을 뜨더라도 이내 다시 눈을 감는다. 

바로 아래처럼,

그리고 또 아래처럼,

자고,

자고, 

또 잔다.  오른손을 들고 자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 ㅋ

아이를 재우러 집근처 공원으로 나간 날, 잠이 든 아이를 거위와 함께 찍으려고 다가갔는데, 거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재빨리 저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는~

얼마전 한국에 다녀온 성당언니가 말하길, 한국은 인도마다 턱이 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유모차로 동네를 다니는 게 너무 불편했다고 하며, 우리가 여기서 유모차로 아이를 이곳 저곳 다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게다가 우리는 지방의 작은 동네에 살고 있는 덕에 좋은 공원과 녹지가 가까이 있어서 집에서 10-20분만 나오면 좋은 자연 속을 산책하며 아이를 재울 수 있으니, 더더욱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 졸려하면 어쩔 수 없이 집 앞 큰길가에서 장애인용 보도블록 구간만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

우리 아이, 언제쯤 유모차 낮잠 떼고 집에서 편히 낮잠을 잘른지..  비나 바람이 잦은 영국에서는 외출하기 힘든 날이 많기 때문에, 특히 가을부터 겨울은 하루걸러 하루꼴로 비가 오기 마련이므로.. 유모차 낮잠에만 의존할 수가 없다.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파란우체통님의 경험을 전수받아 나도 우리 아이 낮잠재우는 요령을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 

아이 재우기로 고생하는 엄마들이여.. 생각만 해도 몸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아이는 계속해서 변한다고 하니, 지금의 힘듬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오늘 하루도 즐겁게 화이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