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 3주, 우리 부부는 밤중수유 중단에 성공하여 4시간 이상의 통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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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쁘고 좋을 데가 어디있겠냐만은, 이 밤중수유 중단에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새벽기상'과 '현격히 줄어든 아이의 낮잠시간'! 그 바람에 나의 총 육아시간은 더 늘어난, 아주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포스팅에서는 이같은 밤중수유 중단의 장단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밤중수유 중단의 장점 1: 아이의 숙면
먼저, 좋은 점은 엄마 아빠가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것이야 당연하고, 거기에 더하여 아이 또한 잠을 더 잘 잔다는 것이다. 우리아이는 장도 예민하다 보니 밤사이 먹지 않고 자니 속도 더 편해하는 것 같고, 본인도 깨지않고 죽 자서 그런가 아침마다 아주 기분좋게, 푹 잘 잔 얼굴로 일어난다. 우리는 밤중수유 중단을 얼떨결에 한 경우다 보니, 밤중수유 중단이 아이에게도 이렇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아이가 잘 자서 기분이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다.
밤중수유 중단의 장점 2. 밤똥 졸업
우리 아이는 지난주까지도 한밤중에 깨서 응가를 하곤 했다. 그야말로 지난주에도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서 응가를 하고, 그리고는 잠마저 홀라당 다 깨버려서 그 시간부터 내가 아이와 놀아줘야 했다.
밤중수유를 끊으니, 밤사이 먹는 게 없어서 그런가, 밤똥도 사라졌다. 사라질 때가 되어서 사라진 것일 수도 있지만, 그토록 6개월 반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던 밤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꼭 밤똥이 아니더라도 매일 모닝똥으로 수퍼왕똥을 누던 아이었건만, 그 아침똥도 점점 줄어 오늘은 아침에도 방귀만 꼈다. 신기한 변화! 아이가 밤에 똥을 누지 않으니 남편도 한밤중에 일어날 일도 없다 (우리는 밤중에 기저귀는 남편이 간다).
밤중수유 중단의 장점 3. 길어진 낮수유
밤중수유를 끊으면 아침에도 우유를 잘 먹고, 낮 동안에도 우유를 잘 먹는다더니, 정말 그랬다. 우리 아이는 밤새 찌찌를 자주 물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도 별로 입맛이 있질 않았다.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가량 놀고 나서야 배고파하곤 했는데, 밤중수유를 중단하니 아침 첫 수유가 길어졌다. 첫 배를 제대로 실컷 부르게 먹는다.
어찌보면 길어진 낮수유를 단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로서는 아주 반기는 장점이다. 최근 한달 넘게 우리 아이는 낮동안 수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내 속을 썩였기 때문. 1-2분 먹는듯 하다가 이내 젖을 물었다 뗐다 손으로 한번 잡아보고, 눈으로도 한번 보고, 고개도 다른 데로 돌렸다가 다시 젖을 물고.. 그래서 수유를 중단하고 아예 데리고 놀면 이내 또 배고파하며 짜증을 부리고. What to Expect First Year 책에 따르면이앓이를 하면 아이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책에서도 아이들의 이런 행동 양상이 엄마를 아주 괴롭게 한다고 적혀있었다. 너무 배고파하다가, 잠깐 우유를 먹고는 바로 우유에 관심을 끊어버리고, 그리고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심하게 우유를 찾는다고.
밤중수유를 끊은 후로는 낮 수유가 여전히 잦긴 해도 전보다 좀 더 집중적으로 우유를 잘 먹는 때가 늘었고, 충분히 좀 먹고 나서야 딴짓을 부리니 나도 편하고 좋다.
밤중수유 중단의 단점 1. 새벽 기상
그 전에도 아이가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밤똥을 누게 되면 어김없이 아이 잠이 다 깨버려서 우리의 육아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밤똥은 많이 줄어들어서 그 시간에 기상하는 일은 일주일에 두어번이었는데, 밤중 수유를 끊고 나서는 아이 기상 시간이 새벽 5시에 시작해 4시 반, 4시 15분.. 이렇게 점점 빨라졌다.
그 시간에 기상하여 수유를 하면, 다섯번 중에 두번만 계속 잤지, 나머지는 아예 잠이 깨서 아이가 놀았다. 그럼 나도 아이와 놀아줘야 했다. 남편이 밤사이 아이 옆에 잤으니, 당연히 아침당번은 내 몫이다. 친정엄마가 다녀가신 후 남편이 아침당번을 한 기간 외에는 아침당번은 왠만하면 내가 섰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에너지가 많고 저녁에는 아이가 자는 시간에 곯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벽에 기상해서 놀기 시작하면 하루가 정말 길다.
밤중수유 중단의 단점 2. 짧아진 낮잠
이건.. 위의 단점보다 더 심각하다. 내 블로그에 업데이트가 늦었던 것도 이 이유가 있다. 아이가 낮잠을 좀 자야, 나도 좀 편히 밥도 먹고, 빨래도 하고, 시간이 남으면 블로그도 할텐데, 아이가 밤잠을 푹 자면서 낮잠이 현격히 줄어든 것!
그렇잖아도 잠귀가 예민해서 조그만 소리에도 잘 깨고, 낮잠 중에 속이 불편하면 20-30분도 안 되어 잠에서 깨서 방귀며 똥을 싸던 우리아이인데, 밤잠을 잘 잔 뒤로부터는 낮잠이 줄어도 너무 줄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전 낮잠에서 11시에 일어난 이후, 남편이 퇴근하여 우리 부부가 저녁식사를 마친 저녁 6시가 되도록 아이가 잔 시간은 딱 40분.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은 "활동시간"이 2시간 반에서 3시간이라 하는데, 우리 아이는..다른 아이들이 두세시간 낮잠 잘 시간에 겨우 40분 낮잠을 잤다.
새벽기상에, 아이의 낮잠까지 짧아지니, 밤잠을 연속해서 잘 수 있게 된 대가로 하루 중의 육아시간이 두 배가 된 느낌같은 느낌~ㅜ
그러다보니 이제는 아이가 낮잠을 자면 나는 까치발로 뛰어다니며 빨래를 널고, 빨래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하게 된다. 효율성이 증가하고,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게 되는.. 좋은 현상이라면 좋은 현상이지만, 아주 피곤한 일이라면 피곤한 일인.. 그런 상황.
* * *
총평: 밤중수유로 고생하고 있는 부부들이여, 밤중수유 중단을 고려하지만 아이를 울릴 게 두려워 머뭇거리고 있다면 한번쯤 시도는 해봄직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도 아이 울음소리 듣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굳이 밤중수유 중단을 해서 아이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나도 아이 울음으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다 밤중수유를 중단해보니.. 아이도 좋고, 우리 부부도 좋다.
물론 아이에 따라서 밤중수유가 꼭 필요할 수도 있고, 엄마가 젖을 물리기 전까지 절대절대 울음을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엄마 외의 사람이 아이와 함께 자며 며칠을 견뎌줘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안 되는 수도 있다. 또 밤중수유를 끊는다고 우리 아이처럼 다른 모든 아이들이 숙면을 취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각자.. 모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최선의 육아만 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밤중수유 중단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니.. 밤중수유를 중단하지 못했다고 그저 괴로워만 할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남기며.. 아이를 등에 업어 재우며 블로그하는 몽실언니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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