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6개월 3주, 밤중수유 중단 성공!

옥포동 몽실언니 2018. 6. 29. 05:19

딱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 꿈은 3시간이라도 깨지 않고 자 보는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오늘은 5시간 반을 연속해서 자고 일어났다.  심한 수면부족과 짧은 수면에 시달려서인가 이제는 5시간 반만 자도 말똥말똥 정신이 든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일이!"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밤중수유를 중단하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밤중수유 중단 1일차 (6월 22일 금요일)

우리의 밤중수유 중단은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지난 약 한달간 남편이 아프면서, 나의 육아/집안일 부담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 체력도 바닥날대로 바닥났다.  지난주 금요일, 그 힘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남편이 제안했다. 

"몽실, 오늘은 몽실 방에서 조용히 자.  잭이 밤에 깨더라도 내가 토닥토닥 할게.  몽실도 잠을 좀 자야 회복하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위험해!"

"정말 할 수 있겠어?  아직 틴틴도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잖아.."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지금은 몽실 네가 더 위험해.  그러니 가서 조용히 혼자 잠 좀 제대로 자."

지난 몇주를 밤에 10번이 뭐야.. 도대체 셀 수 없는 횟수로 잠이 깼다.  이앓이 때문인지, 그냥 크느라 그런건지, 이유없이 아이가 자다가 "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낑낑거리며 잠을 제대로 못자고 뒤척이고 칭얼거리는 횟수가 말그대로 셀수 없이 많았다.  아이가 낑낑댈때마다 나는 아이를 달래고, 젖을 주고, 토닥이고 하다보니, 내 잠이 좀 들만하면 아이때문에 깨고, 들만하면 깨고 하기를 반복, 잠고문이 그런 잠고문이 없었다. 

"응, 그럼 나 진짜 혼자 좀 잘게.  부탁해.  정말 고마워!"

우리는 아이 목욕을 시키고, 좀 놀아주다가 수유를 하고 아이를 재운 뒤, 나는 내방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한 20분 있었을까, 침실에서 "으앙!!!"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난 5초쯤 기다리다 울음이 그치지 않자 침실에 가서 다시 수유.  틴틴은 나에게 왜 올라왔냐며, 자기가 할테니, 나를 부르러 본인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침실로 올라오지 말고 자란다. 

그의 그 말에서 나에 대한 염려와 사랑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까지 내 건강을 생각해주는구나'.  게다가 아이를 6개월 넘게 키우며 육아방식에 대한 서로의 의견차도 많이 좁혀지고, 서로의 육아스킬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기에, 틴틴에게 아이를 맡기는 게 그리 마음이 불안하지는 않았다.  나는 "잘 부탁할게.  고마워!" 틴틴에게 인사를 남기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잠이 좀 들랑말랑할때, 심한 울음이 또다시 들려왔다.  울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그쳤다.  그리곤 또 잠시 뒤 심한 울음이 들려왔다.  아이를 재운게 9시쯤.. 11시부터 심한 울음이 계속 된 것 같다.  나는 잠을 청했다가 잠이 깼다가.. 반복하다가, 울음이 계속되자 결국 다시 올라갔다.  

침실로 가니 아이는 침대에 누워있고, 틴틴이 아이의 가슴을 토닥이고 있고,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괜찮아?" 

"응, 결국 너무 잠 오면 자게 되어 있어.  아까까지는 계속 안고 왔다갔다 해야 울음을 그쳤는데, 이번에는 토닥토닥만 하는데도 잠이 드네.  애 잠들었으니, 얼른 가서 자."

그 시간이 12시반쯤이었으려나.. 나는 다시 내 방에 돌아와 정신없이 잠에 들었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니 새벽 5시다.  얼른 침실로 돌아가 아이에게 수유를 하니, 아이가 꿀꺽꿀꺽 젖을 먹더니 다시 잠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7시가 되도록 곤히 잤다. 

그날 아침, 우리는 이렇게 밤중에 수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얻어걸린 "밤중수유 중단" 1일차!

이전에 밤중수유 중단에 대한 어느 블로거의 이야기를 읽고는 틴틴에게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었다.  한 2주 고생하면 된다고.  그 이야기를 기억했는지, 틴틴이 물었다.

"한 보름만 하면 된다고 했지?  이참에 우리도 해보자.  2주 동안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잘 테니, 몽실은 몽실방에서 자."

나는 일단, 주말이니 틴틴의 직장 부담도 없고 하니 금토 이틀 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밤중수유 중단 2일차

우리는 아이가 잠에 들면 처음 1-2시간이 가장 자주 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아이가 잠들고 1-2시간은 내가 옆에 붙어서 필요하면 수유를 하고, 아이를 토닥이며 아이가 깊은 잠에 확실히 드는 것을 확인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35-40분마다 깨더라.  아이가 8시반쯤 잠에 들고, 나는 10시 정도까지 아이 옆에 있었다.  그 시간 틴틴은 본인 방에서 자기 일을 좀 했다.  그리고 밤, 우리는 교대.  나는 내 방으로 내려갔고, 틴틴은 잭 옆에서 잠을 청했다.

이날은 새벽 4시반.  아이 울음이 들렸고, 나는 얼른 침실로 돌아가 수유를 했다.  

오늘은 왠걸.. 아이가 수유를 하더니 더 자지 않고 완전히 밤잠이 깨버렸다.  그러나 아주 기분좋게 잘 잔 얼굴로.  

나는 틴틴에게 더 자라고 하고, 거실로 아이를 데려 내려려 새벽 5시부터 아이와 놀다가 7시쯤 되어서 다시 함께 2시간쯤 잠을 청했다.

밤중수유 중단 3일차

이날부터 우리는 저녁에 분유를 한통 먹였다.  우리 아이는 생후 4개월까지는 분유를 2-3번쯤 먹었으려나..  가끔 남편이 내가 잘 때 분유를 줘보려고 했으나 늘상 10밀리에서 20밀리도 제대로 못 주고 끝나곤 했다.  그러다 얼마전 남편이 아침 당번을 섰을 때, 내 아침잠을 위해 분유를 다시 시도했는데, 그래도 30-50밀리를 먹더란다. 밤중수유를 끊는 것만으로도 나는 몸이 너무 편해짐을 느낀 나머지, 늘 주저했던 분유주기를 내가 먼저 제안했다.  수유시간이 가장 긴 게 잠자기 직전이니, 분유로 아이 배를 적당히 채운 뒤, 엄마찌찌로 아이를 진정시키며 잠을 재워보자고.  

틴틴은 언제나 분유수유에 대한 마음이 열려있었기에 흔쾌히 오케이.  분유를 넉넉히 150밀리를 만들어 먹였더니 딱 80밀리를 먹었다.  많이 남겼지만 그래도 우리 기준에는 아주 많이 먹은 거라 우리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분유를 좀 먹은뒤 좀 더 놀다가 아이에게 젖을 물려 재우니, 아니 이렇게 편할데가!

그리고 그 날 밤도 틴틴이 아이와 자고, 나는 내 방에서.  이날은 새벽 4시 15분에 아이가 깼고, 나는 그 시간에 수유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도 수유 후 아이가 잠이 완전히 깨버려서, 나는 아이를 데리고 놀다가 새벽 6시반에 아이와 함께 자서 9시쯤 일어났다.

밤중수유 중단 4일차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 4시반.  다행히 이날은 새벽수유 후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이 깬지라 남편 도시락을 준비하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밤중수유 중단 5일차

이게 바로 어제다.  6월 27일 저녁.  이날은 8시 반쯤 아이가 거의 잠에 들었는데, 목욕 후 방이 더워 아이에게 옷을 못 입힌채로 아이가 잠이 든 탓에, 아이에게 옷을 입히느라 애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아이가 잠이 완전 깨버렸다.  그 바람에 우리는 10시까지 아이와 놀아주고서야 아이가 잠들었다.  어제는 분유를 주는 것도 깜빡하고, 그냥 모유만 먹여서 아이를 재웠더니 틴틴이 말했다.

"확실히 모유수유가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네.  분유였으면 벌써 다 끝났을텐데.." 

아이 옆에서 한참을 수유하느라 누워있는 날 보며 새삼 안쓰러워했다. 

수유 후 아이는 잠들었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내려와 잠을 청했다.  온라인으로 식료품 구입을 해두느라 11시쯤 잠들었나.. 눈을 뜨니 아침 5시 38분!!  아이를 낳은 후 최고 장시간 취침 기록!!!  5시간 반을 연속해서 자다니!!!  입가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혹시 침실에서 소리가 나나 귀를 쫑끗해봐도 아무소리가 나지 않았다.

나는 누워서 잠시 뒤척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책상에 앉아서 밀린 일을 하다가, 부엌에 내려와 틴틴 도시락을 준비했다.  아침 7시가 되도록 아무 소리가 안 났다.  이거 뭐야.. 무슨 일이야!!  도시락을 다 싸고 나니 침실 화장실에서 물을 쓰는 소리가 났다.  '잭이 일어났구나!' 방으로 얼른 올라갔다.

아이는 기저귀 매트 위에 누워있고 틴틴이 기저귀를 갈고 있다.  

아이에게 다가가서 이마에 뽀뽀세례를 날렸다.  

"잭, 잘 잤어?? 너무 고마워!!! 진짜 진짜 고마워!!!" 

틴틴말이, 새벽 3시반에 엄청 낑낑대서 한참을 잠을 설쳤는데, 다시 잠들더니 새벽 6시반이 넘었을 때부터 눈을 떠서 아빠 팔을 잡아당기고 긁고 하며 혼자서 누워서 놀았단다.  본인은 너무 졸려서 아이가 깼지만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었다고.  흠.. 나였더라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결국 잠에서 깨서 아이와 놀아주느라 피곤했을텐데, 남편은 그러지 않으니.. 이럴 때는 남편이 애를 보는 게 좋다.  아이 혼자서도 어쨌든 놀 수 있는 시간에 우리의 체력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으니. 

이렇게.. 우리의 밤중 수유는 5일간 중단되었다.  아직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확신하기는 힘들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런 밤중수유 중단이 너무나 달콤한 수확 같아 보이지만, 그에 파생되어 나타난 어려운 점도 있었으니.. 

우리 부부의 밤중수유 중단, 그 장점과 단점은 보러가기 --> http://oxchat.tistory.com/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