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생후 11개월 4주 우리아이 최애 장난감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2. 4. 06:46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 오늘은 저희 아이가 요즘 푹 빠진 장난감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건 바로 다름아닌 나무 주걱인데요!  제가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면 잭이 항상 제 주위를 맴돌아요.  뜨거운 불 근처라 아이에게 위험하니 최대한 아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부엌 서랍에 있는 것들 중 아이에게 위험하지 않을 만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주며 아이의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 나무주걱을 접한 후로는 아이가 항상 이것만 갖고 놀아요!

아래 사진에서 저희 잭이 손에 들고 있는, 바로 저 낡은 나무 주걱이지요. 

아직 걷지 못하는 잭은 이동할 때면 한손에 주걱을 쥔 채로 기어다닙니다.  그것도 사진으로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사진이 없어요! ㅠ

오늘 저녁에는 식탁 의자를 잡고 서서 저 주걱으로 식탁 의자 등받이를 탕탕 치며 놀았어요.

등받이 사이로 주걱을 밀어넣어 보기도 하구요. (우리 아이 콧물.. 어쩔... ㅠ)

엄마가 사진을 찍으니 이내 포즈를 잡아주는 잭!  아이와 기저귀 갈다 지친 아빠가 바지입히기는 포기해버리는 바람에 하의실종 패션이 되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아이는 신이 나서 좋아합니다.

밥주걱도 줘 보고, 포크모양으로 생긴 나무주걱도 줘 보고, 실리콘 스페츌라도 줘 보고, 플라스틱 채도 줘 보고, 여러 가지를 다 줘 봤는데, 모두 몇번 만져본 후 내팽개치고 엄마에게 다시 달려들었으나, 저 나무주걱만큼은 예외입니다. 

얼마전 감기가 걸린 후부터 외풍걱정이 없는 거실에서 잭을 재우고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잠자리에서 기어나가 거실에 놓인 저 나무주걱을 잡을 정도예요. 

심지어 오늘은 낮잠을 재우려고 아이를 업었는데, 아이가 저 주걱을 손에 꼭 쥔 채로 제 등에서 잠이 든 거 있죠!

저희 잭보다 4개월 반 빠른 제 친구네 아들은 이케아 바가지를 그렇게 좋아해서 하루 종일 그것만 들고 다니며 논다고 하는데, 저희 잭은 똑같은 바가지에는 관심이 없더니 저렇게 저 주걱을 좋아하네요.  저 어린 아이들도 모두 벌써 자기만의 ‘취향’이 있나봅니다. 

저 나무주걱 외에도 오늘은 가장 작은 크기의 스테인리스 소스팬을 내어줬더니 그것도 엄청 잘 갖고 놀았어요.  뚜껑을 열었다가, 덮었다가, 뚜껑과 냄비를 부딪히며 소리를 쨍쨍 하고 나게 하다가, 구두주걱으로 냄비를 탕탕 쳤다가, 냄비 뚜껑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며 (?!!!) 쨍그랑 하는 소리를 냈다가..  그렇게 말이죠.  이케아 바가지를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에 따라 생수병에 콩을 담아주기도 했고 (이것도 상당히 좋아해요!  자기 눈에 띄면 방앗간을 지나는 참새처럼 꼭 그걸 잡아서 두어번 흔들고 나서 내동댕이 친답니다 ㅋ), 다 마신 우유통에 물을 담아주기도 하구요 (영국은 우유통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손잡이가 달려있어서 아이가 좋아해요).  작은 쥬스병을 쥐어줘도 좋아하고, 뚜껑을 개봉하지 않은 플라스틱 영양제 통도 오늘은 잠시 쥐어줬습니다 (새로운 물건으로 시선을 끌어서 그 틈을 타 기저귀를 갈기 위한 절실함 ㅠ).  

꼭 거창한 장난감이 아니고도 아이들은 이렇게 일상 속의 물건에 의외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또 굉장히 즐겁게 잘 노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보다는 (돈도 아낄겸) 집에 있는 물건들 중 아이가 위험하지 않게 잘 놀 수 있을 만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주는 편입니다.  단 위험한 물건들은 절대 줄 수 없지요. 날카롭거나 위험한 것들.. 저희가 쓰는 가위, 스카치테이프, 젓가락 등 자기에게 위험한 것들을 자꾸 만지고 싶어하는데, 그런 건 절대 내어 줄 수가 없습니다.  자기 기저귀 발진에 바르는 노란 연고도 자꾸만 물고 싶어하는데, 줄 수 없지요.  특히 잭은 제 안경은 언제나 (반드시, 예외없이!)  탐내지만 이미 아이가 제 얼굴의 안경을 잡아당겨서 이미 두개나 망가뜨린터라 안경도 절대 아이 손에 닿지 못하게 합니다.  아이가 울더라도 안경은 “안 돼!  엄마 안경은 안 돼!”라고 거절합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모두 차치하고 저희 잭은 당분간은 저 나무주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저것도 싸들고 한국에 휴가를 다녀와야 하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 중일 정도입니다. ㅋ (하지만 정말 가져가진 않을 생각입니다. ^^)

우리 아이의 집안용품 장난감 취향은 머떤지 여러분도 한번 알아보세요.  의외의 물건에 꽂혀서 좋아라 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인생 참 별 것 없구나, 저 주걱 하나로도 저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게 인생인 것을!’

모두들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