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의 한인들이 사랑하는 반찬, 훈제고등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25. 09:00

지난주 시름시름 감기를 앓은 탓에 장보기도 귀찮고 요리하기도 귀찮고.. 신혼 재미 내느라 매일 같이 이것 저것 요리를 해먹던 몽실과 Tintin은 당분간은 그냥 좀 간단히 식사하자고 뜻을 모았다.  

일요일, 오후 4시면 죄다 닫아버리는 마트들이 문을 닫기 바로 20분 전에 황급히 마트에 들러 우리가 사 온 것은 훈제고등어와 달걀, 파, 우유, 견과류, 페퍼민트 티.  새로운 한주를 앞두고 본 장인데도 불구하고 이 간단한 물품들은 요리에 별 뜻이 없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듯.

우리가 오늘 사온 훈제고등어는 영국 슈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영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반찬거리다.  우리가 산 것처럼 아무런 특별한 양념도 되어 있지 않은 훈제고등어가 있는가 하면 후추가 잔뜩 뿌려져 있는 것도 있고, 무언가 맛이 가미된 것도 있는데, 이것 저것 먹어본 결과 나는 그냥 아무 것도 되어 있지 않은 그냥 순수 훈제고등어가 가장 좋다.  아래 사진에서 맨 왼쪽이 black pepper가 마구마구 뿌려져있는 것이고, 가운데가 일반 플레인 훈제고등어, 가장 오른쪽이 빨갛게 뭘 뿌린걸까..사실 저 빨간 건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Photo@Waitrose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와서는 부엌 선반에 있던 과일을 주섬주섬 먹다가 밥을 제대로 먹어야겠다 싶어서 밥을 차려 먹었다.  나 혼자 하는 아침/점심 식사는 늘 간편한 식사이게 마련이지만 이번주는 더더욱 특별한 반찬도 없고 재료거리도 없기에 더더욱 간편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저께 먹고 남아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식은밥 한덩이에, 어제 먹다 남은 된장국 약간과 결혼 후 내가 첫 도전한 김치 조금, 어제 사온 훈제고등어 한조각, J가 준 양념 안 된 마른 돌김에 약간의 간장/참기름/깨를 섞은 간장소스.  남은 밥이 조금밖에 없는데 새로 밥 하기는 귀찮아서 된장국에 있는 감자가 듬뿍 들었으니 밥은 좀 적지만 일단 아침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듯 하여 그대로 먹기로 했다.  간단한 식사지만 그래도 막상 차려놓고 나니 그럴싸한 밥상 같아 보이기도 해서 기분이 좋다. 

김과 함께 놓여있는 저 길다란 무언가가 바로 훈제 고등어이다.  

영국 슈퍼 어디를 가나 살 수 있는 훈제고등어.  훈제연어, 익힌 연어살, 구운 깔라마리 등을 파는 코너에 보면 늘 함께 있다.  

우리는 집 근처 웨이트로즈 (Waitrose)에서 구입했는데, 내 밥상에 놓인 저런 fillet가 8조각쯤 들어있는 것 같다. 필레 두조각이 한판이니, 고등어의 등, 배, 등, 배, 하여 결국 한 두마리 쯤 되는 고등어살이 훈제되어 있는 것일 수 있겠다.  훈제라 짭쪼롬해서 가볍게 약한 강도로 20초쯤 돌려주거나 계란후라이를 하고 나서 후라이팬에 남은 열기로도 충분히 데울 수 있다.  그럼 저 단단해보이는 고등어 살이 아주 부들부들해지면서 먹기가 좋아진다.  이런 짭쪼롬한 반찬은 계란후라이에 곁들어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아침부터 기름 냄새 맡기 귀찮아서 후라이는 생략. 

가까이에서 보면 아래와 같은 필레 (생선살)이다.  기름기 많은 생선 답게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  처음 영국 마트에서 훈제고등어를 발견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아직 잊지 못한다.  클레오파트라가 그렇게 고등어케밥을 좋아했다고 하더니, 영국 사람들도 훈제고등어를 먹구나!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영국 사는 한국인들은 이 훈제고등어를 요긴한 밥반찬으로 즐겨 먹는다.  영양도 뛰어나고, 특별한 조리도 필요없고, 따뜻한 밥에 이 짭쪼롬한 훈제고등어살이면 밥 한그릇은 다른 반찬 없이도 뚝딱 해치울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다 보면 뭐든 질리게 마련이지만 특별한 반찬도 없고 요리도 하기 귀찮을 때, 그렇다고 빵이나 스파게티도 질리고 질렸을 때, 이 훈제고등어만 있으면 흰 쌀밥만 해도 한끼, 아니 여러끼가 해결된다.  

훈제고등어가 사랑받는 이유는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만이 아니다.  훈제요리이다 보니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는 기간도 긴 데다가 무엇보다도 가격마저 아주 착하다.  

우리가 장을 본 곳은 영국에서 가장 비싼 슈퍼라인인 웨이트로즈라서 저 훈제고등어가 3.99파운드로 다소 비싼 값이었는데 (한국돈으로 5-6천원), 테스코만 가도 저런 훈제고등어를 2.30-2.50파운드 (3000-3500원 가량)사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린 테스코까지 가려면 차로 가야하는데다가 도착해도 이미 문을 닫을 시간이 되는터라 부지런하지 못할 때는 가장 비싸지만 가장 가까운 슈퍼를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끔 조금 더 비싸더라도 편리함을 취하게 된다.  어쨌든, 3,4천원 돈에 며칠간 요긴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반찬을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래도 이렇게 김치, 김에 훈제고등어만 며칠 먹다 보면..결국 또 그마저도 음식이 동날터이니.. 며칠 뒤에 또 장을 봐야한다.  그 때마저도 요리하기가 귀찮으면.. 결국 우리는 아마도..스파게티를 해먹게 될 듯.. 집에 있는 파스타면에 비상으로 비축해두고 사는 파스타소스를 활용하여 아주 간단한 스파게티.  왠지 이번주는 이렇게 간단히 떼우는 한주가 될 듯 하다.  오늘로 결혼한지 딱 한달.  우리는 아직 신혼이니까, 밥이 좀 간단하면 어때!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한 신혼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