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한국의 70배나 되는 영국의 높은 주민세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26. 10:09

유럽의 세금이 높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경우 유럽 대륙 국가에 비해서는 세금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대륙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적연금, 즉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에 들어가는 기여금이 한국보다, 그리고 영국보다도 훨씬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세후소득이 더 줄어들게 되는 경향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세금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인들이 영국에 오면 가장 놀라게 되는 부분이 바로 한국의 '주민세'라고 볼 수 있는 "Council Tax"입니다.  이 카운슬 택스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주민이면 누구든 납부해야 하는 주민세로, 한국인 기준에서 생각할 때는 그 수준이 말도 못할 만큼 높습니다.  

주민세는 지방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민세를 부과하고 걷는 지방에 따라서 세액과 세율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도시일수록 소도시보다 주민세가 높고, 농어촌 지역은 더 낮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주민세가 높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강남에 있는 구들 조차도 2017년 개인별 주민세는 한달에 6000원 입니다.  좀 비싼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값쯤 되려나요..  조금 저렴한 커피숍에서는 커피 한잔에 작은 쿠키나 쵸코렛도 한조각 살 수 있는 돈이겠네요.  

그렇다면 영국은 어떠할까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민세는 지방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금액에 차이는 있겠지만 여기서는 몽실언니와 Tintin이 거주하는 옥스포드 지역 안에 있는 Abingdon이라는 도시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저희가 거주하는 아빙던이라는 도시는 옥스포드 인근의 작은 도시로 인구가 3만이 조금 넘는 도시입니다.  이곳으로 이사온 이유는.. 한국에서 서울 살던 사람들이 경기지역으로 나와서 집을 구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기존에 저희가 살던 옥스포드의 월세가 너무 비싸서 작은 도시로 나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옥스포드를 벗어나게 되면 월세도 저렴해지지만 주민세도 아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옥스포드는 기본적으로 집값이 매우 비싼 동네입니다.  아무리 옥스포드에 월세로 세를 들어 산다고 해도 주민세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 내는 것이므로 월세든 자가든 관계없이 집 값의 수준에 비례하여 시에서 정해준 수준의 주민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동일한 조건의 집이라 해도 옥스포드에 있는 집이 아빙던 보다는 더 비싸므로 같은 월세를 주고 산다고 하더라도 주민세는 아빙던 같은 소도시에서 내는 것보다 옥스포드 같이 집값이 비싼 동네에서는 그 집값에 비례하여 주민세 또한 더 높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의 주민세는 거주하는 집의 가치에 따라서 주민세 등급이 정해지게 됩니다.  

아빙던의 주민세 등급이 A부터 H까지 8등급으로 나뉘는데, A등급 구간의 세금이 가장 저렴하고 H가 가장 높습니다.  저희가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은 Band C에 해당하는 집입니다.  저희가 사는 집은 이 동네에서 저렴한 집 중 하나이다 보니 월세도 좀 저렴한 편이고 주민세도 덩달아 저렴해집니다.   유사한 수준의 집을 구하려면 옥스포드에서는 적어도 월세를 3-40만원은 더 내야 하며, 주민세 등급도 왠만해서는 Band E로 두 단계나 더 높았습니다.  그러니.. 저희같은 젊은 부부는 그냥 지방으로 나오는 선택을 하게 되지요. 

아래가 바로 저희가 1년간 내야 하는 주민세입니다.  연간 총 1564.71파운드로, 아래 표는 전체 주민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보여줍니다.  요즘 환율 파운드당 1450원으로 계산할 경우 세금이 연간 약 227만원에 해당합니다.  매달 납부하는 세금이니, 한달에 평균 19만원을 주민세로 납부하고 있지요.  

위 표에서 보시면 주민세 Council Tax가 세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보여줍니다.  

Parish는 영국의 지방정부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지방정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내는 택스가 109파운드, Vale of White Horse District Council은 아빙던이 속해있는 지역이고, 이 아빙던은 전체적으로 가장 큰 Oxfordshire County, 한국으로 치자면 '도' 단위라 할 수 있는 옥스포드셔 카운티에 속하는데 이 카운티 카운슬에 내는 돈이 1196.08파운드입니다.  마지막으로 Thames Valley Police는 옥스포드셔, 버크셔, 버킹엄셔 지역이 하나의 경찰행정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이 지역의 경찰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따라서 지방 경찰서비스에 들어가는 세금이 151파운드입니다. 

이 주민세는 기본 2인이 거주하는 집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것이므로, 만약 같은 집에 한 사람만 거주하고 있을 경우 1 가구에 대한 할인으로 세금을 25%까지 할인해 줍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금액은 매달 14만원, 1년이면 170만원 돈에 이릅니다.  한국에서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강남 3구에 산다고 하더라도 1년간 내는 개인별 주민세가 7만2천원인 것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높은 세금입니다.

그럼, 저희가 내고 있는 주민세 등급 C를 가장 낮는 밴드인 A 등급과 비교해볼까요?  

가장 낮은 구간에 해당되는 주민의 경우 1년간 납부하는 주민세가 170만원.  C 구간에 해당하는 집에 single person이 살 때와 동일한 금액이 되네요.  C등급보다 약 25% 저렴합니다.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네요.  (아래 표 참고)

그렇다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가장 높은 구간의 카운슬 택스를 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일까?  가장 높은 구간은 H 구간으로, 그 세금은 아래와 같습니다.  

총 금액 3520.60파운드.  C 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의 2배가 훨씬 넘는 금액으로, 이는 한국돈으로 1년에 510만원 입니다.  한달에 43만원 정도를 내야 하네요.  오로지 주민세로만 말이죠.  

이런 높은 주민세는 몇천원에 불과하던 주민세를 내 오던 한국인들에게는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하여 대개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렇게 주민세를 내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이 탄탄하고 그 재정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많이 해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도 살면서 내가 내는 주민세가 이렇게 쓰이겠구나..눈으로 확인하거나 체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길을 가다가 도로 공사하는 차량이나 시설을 보면.. 내 세금으로 도로 깔고 있구나.. 또 도로변에 잘 가꿔진 화단이나 꽃들을 보면 아.. 내 세금으로 여기에 꽃을 심어놨구나.. 하며 웃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내는 주민세는 어디에 쓰일까?  영국 각 지방정부의 웹사이트에서는 해당 지역의 주민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기 쉽게 잘 정리하여 인터넷에 올려져 있습니다.  아래는 해당 사이트의 일부분을 캡쳐한 것입니다.   

출처:https://www.oxfordshire.gov.uk/cms/content/council-spending%20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학교 부분을 제외할 경우) 성인 및 아동에 대한 각종 사회서비스에 쓰이는 돈이 52%이고, 교육에 쓰이는 부분이 14%, 도로 및 교통 10%, 공중보건에 6%, 자금대출비용에 5%, 소방구출 등 지역안전서비스에 5%, 쓰레기 관리 5%, 도서관 및 문화서비스에 3%가 지출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경우 학업 등의 목적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을 경우 주민세 면제를 신청하면 이미 납부한 주민세까지도 환급이 가능합니다.  영국의 경우 학생이 기숙사에 살고 있는 경우 주민세가 면제되고, 학생들끼리 shared house에서 지낼 경우에도 면제가 됩니다.  그러나 학생이 단 한사람이라도 학생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살 경우, 가령 3명이 집을 공유하는데 그 중 한명이라도 직장인이 끼어 있게 되면 주민세를 납부해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일부러 학생들끼리만 집을 쉐어하거나, 학생들의 경우 학교 기숙사에 기거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기도 하죠. 

이렇게 높은 주민세는 가끔 가혹해 보이기도 합니다.  저소득계층의 경우 임금소득이 낮으면 주민세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혜택을 줘서 감면된 금액의 주민세를 내게 해 주는 경우가 있고, 18세 미만의 사람들만 거주하는 집에 대해서도 주민세가 아예 면제됩니다.  집 주인이 고령으로 요양보호가 필요하여 요양보호소로 옮겨간 경우 집이 비어있는 기간에 대해서도 주민세가 면제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경우에 대해 적절한 면제/감면 조치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 보니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한 소득을 버는 직장인들은 세금을 내고 나면 저소득층이 세금을 내고 난 뒤에 손에 쥐는 '가처분소득'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나라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유사한 딜레마들이라 할 수 있지요.  영국이라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이들은 열심히 일 해 봤자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소들은 얼마 되지 않고,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러다 보니 저축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있을 때 있는대로 써버리는 식의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경우들도 많고 이런 부분들이 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오늘은 영국의 주민세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가장 높은 등급의 주민세 구간의 경우 한국, 서울, 그것도 강남 3구 주민이 내는 개인주민세에 비해 높게는 70배까지 더 되는 영국의 주민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영국으로 이주를 해서 들어오고 공부를 하러 들어오는 것을 보면 세금을 낮춰주기만 한다고 해서 더 살기 좋은 곳이 아니고, 세금이 더 높다고만 해서 살기 힘든 곳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