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우편서비스는 Royal Mail이라 하여 이름 그래도 "왕실우편"이라 불립니다. 영국은 1970년대 영국의 대처 총리는 상당수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영화를 단행하였으나 우편서비스 만큼은 민영화 되지 않고 영국 왕실의 자존심처럼 지켜지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유럽의 경제위기 당시에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논의는 활발하였을지언정 영국의 우체국 축소는 많은 시민들의 반발을 살만큼 아직까지 영국인들에게 있어서 우체국, 그리고 우편서비스들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생일이나 결혼, 졸업, 자녀출산, 가족의 병환, 크리스마스, 새해 등등 중요하게 챙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서로에게 직접 쓴 카드를 띄움으로써 인사를 전하는 편이고, 그런만큼 카드 판매 시장도 한국에 비해 훨씬 발달해 있고, 우편서비스도 여전히 개인들의 사회관계 유지에 상당히 많이 이용되고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이야기하는 '서구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렇게 우편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다니! 영국 생활 초반의 저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지요.
요즘도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모든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많이 판매하는데, 이것은 한국도 매한가지일테지만, 영국에서는 실제로 카드에 우표를 붙여서 크리스마스든 크리스마스가 아니든 우체통에 편지나 카드를 넣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축하할 일이 있거나 위로할 일이 있을 때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은 부담스러울 때, 한장의 카드를 띄우거나 주고 받는 것은 아주 간편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일이지요. 저도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던 당시 퇴원을 하고 돌아오니 기숙사로 학교 직원들이 모두 함께 써 준 "Get Well" (쾌유를 빕니다) 카드가 도착해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약혼 소식을 전했을 때 또한 칼리지 직원이 약혼을 축하한다는 카드를 보내주어서 아주 깊은 감동을 했답니다.
이렇게 카드를 주고 받는 일이 일상적인 만큼 영국 슈퍼 어디를 가나 카드를 파는 코너가 있습니다. 테스코에 가도, 막스앤스펜서에 가도, 슈퍼 규모에 따라서 작으면 작게나마 크면 아주 크게 카드 코너가 항상 있어요. 그렇지만 특별한 날을 위해, 특별한 친구들을 위해 우리가 카드를 사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은 바로 Paperchase! 페이퍼체이스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Paperchase는 다양한 문구를 파는 곳인데, 특히 예쁘고 특색있는 문구들이 많아서 본인이 쓰기 위한 것을 사기도 좋지만 선물을 구입하기도 좋은 곳이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의 시내에는 하나씩 있고, 가끔 런던에는 큰 기차역에 매장이 들어와있기도 합니다. 스윈던에 있는 아울렛에도 이 페이퍼체이스 매장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게입니다. (이 글은 페이퍼체이스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출처: Paperchase 홈페이지 https://www.paperchase.co.uk/
화려해보이죠? 들어가보고 싶게 생겼어요!!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카드부터, 각종 문구, 선물포장지, 작은 스티커, 공책들 등등이 즐비합니다.
옥스포드 시내에도 매장이 하나 있는데, 가끔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글 쓰기를 좋아하거나 문구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려가면 공책부터 귀여운 문구류까지 꼭 하나 이상씩 사서 가더라구요. 단점이라면.. 이쁜만큼.. 다소 비싸다는 것.. ^^;;; 학생증이 있으면 10% 학생할인을 해주니, 그건 또 유용합니다.
사진출처: Paperchase 홈페이지
그런만큼 우체통을 찾는 일도 아주 쉽습니다. 동네마다 흔치않게 하나씩 보이는데, 학과 건물 앞 작은 공원 옆에도 우체통이 하나.. (아래 사진 참조) 아래 사진을 찍은 날은 과로 가다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원의 펜스가 다 무너져서 공사중이더라구요. 그래서 공사중인 사진을 담았는데, 막상 찍고 보니 우체통이 있어서.. 그날 찍은 사진 재활용 ^^
아래 사진은 옥스포드 기차역인데, 맨 우측에 남자화장실 표시 앞에 외국인 커플이 서 있는 게 보이시나요? 그 뒤에 빨간 통이 바로 우체통입니다. 이 작은 기차역에도 우체통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저희도 이곳 풍습에 물들어서 크리스마스나 생일이 되면 서로에게 카드를 보내곤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미국과 독일에 있는 친구들이 하나씩 크리스마스 카드를 손수 보내줬네요. 아래는 그날의 기록으로 찍어뒀던 사진.
이렇게 카드를 주고 받는 일이 흔하다 보니 늘 중요한 때에 대비하여 카드 한두장을 집에 여분으로 사두곤 합니다. 갑자기 카드를 써야 할 일이 가끔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시내까지 카드를 사러 가기가 힘드니까요. 아래 사진이 제가 가진 카드들이에요. 첫째줄과 둘째줄 카드들의 왼쪽 절반 가량은 제가 갖고 있는 아직 쓰지 않은 새카드들이고, 나머지는 제가 받은 카드들 중 일부입니다. 생일에 받은 것, Tintin과 사귀던 중에 Tintin에게 받은 것, 마지막 줄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이번 결혼식 때 친구, 지인들에게 받은 카드 중 일부이지요.
영국사람들은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여 카드를 많이 보내는데, 다른 공공서비스에 비해 우편은 여전히 잘 되어 있어서 First Class, 1등급 서비스를 이용해서 보내면 바로 다음날 도착하고, Second Class, 2등급 서비스를 이용해서 보내면 2-3일 사이, 최대 5일까지 걸려서 도착합니다. 우표값은 2등급의 경우 2017년 3월에 인상된 가격이 일반우표가 56펜스, 큰 대형봉투용 우표는 76펜스이고, 1등급의 경우 일반우표 65펜스, 대형봉투용이 98펜스입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두어정거장만 가도 버스요금이 1.80파운드 가량이나 하는 등 영국은 공공요금 서비스가 꽤나 비싼 편인데, 이와 비교할 경우 우편서비스는 상당히 저렴하고 잘 되어 있는 편이지요.
우표는 저렴하지만 사실 카드 구입비가 그리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밋밋한 것을 마트에서 구입하는 게 아닌 이상은, 좀 예쁘고 센스있는 메세지도 들어있고 디자인도 독특한 것으로 고르게 되면 왠만하면 2.50파운드에서 3.50파운드까지 합니다. 즉, 카드값만 4-5천원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카드를 받는 것은 마음과 함께 '카드'라는 선물을 받는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저 또한 선물을 주기에는 부담스러운 사이일때 예쁜 카드 한장에 마음을 띄워보내곤 한답니다. 예쁜 카드와 거기 담은 내 마음과 메세지를 '선물'로 주는 거지요.
오늘은 영국이 가진 의외의 모습을 전해보았습니다. 아직까지 손으로 직접 쓴 메세지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영국. 이메일과 핸드폰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정겨운 문화가 남아있는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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