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에서 도전하는 생애 첫 손칼국수!

옥포동 몽실언니 2017. 5. 1. 09:00

영국은 4월 말인데도 아직 기온이 너무 낮다.  늘 4월은 날씨가 제멋대로 왔다 갔다 엉망이긴 했으나 올해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아침 8시, Tintin은 출근 전 짧게 달리기나 하겠다며 날씨를 체크하는데, 이런, 0도다!! 이게 뭐야!!! 낮최고기온은 11도일 거라고 한다.  너무 추운 나머지 달리기는 바로 패스.  날이 추우니 지난주부터 나에게 붙어있던 감기도 떨어지질 않는다.  심하게 앓는 건 아닌데도 시름시름.. 기운이 빠지게 하는 요 몹쓸 감기! 

이렇게 날이 추우니.. 자꾸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데, 왜 그런지 유독 맑으면서 걸쭉한 국물이 그리도 생각난다.  어제는 그래서 떡국을 해먹었는데, 오늘은.. 왠지 칼국수가 너무너무 땡긴다.  사실 며칠전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는 칼국수 한그릇 먹는게 그리 맛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엄마 생각 플러스 칼국수 생각이 같이 나면서 며칠동안 칼국수가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기는 하였다.

칼국수야 한국에서는 얼마나 흔하냐만은 한국슈퍼도 없고 한국식당도 없는 작은 동네에 사는 우리는.. 꼭 먹고 싶은 한국음식이 있으면.. 뉴몰든의 한인타운을 가거나.. 직접 해먹어야 한다.  집에 밀가루야 늘 있으니.. 반죽만 해서 육수만 만들어서 국수 풀어먹으면 그걸로 칼국수 완성일텐데.. 문제는 칼국수 면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밀가루 반죽을 내 손으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터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인터넷 폭풍검색.. 대부분 밀가루 3컵에 물 1컵, 소금 반스푼, 기름 조금 넣으려면 넣고.. 로 하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밀가루 4컵에 물 1컵을 넣는다고 하고, 고소하고 더 맛난 칼국수를 하려면 밀가루 3컵에 콩가루를 얼마간 더 넣고 물을 1컵을 넣으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밀가루 285그램에 물은 백몇그램으로.. 아주 더 세부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몇가지 레서피를 보고 나니.. 그래, 결국 적당히 눈대중으로 하라는 거구나 싶어 무조건 시작.  

  •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도전 치고 성공적.  
  • 과정 자체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음.  특히 반죽 관련해서.  이후 설명할 예정. 
  • 총 소요시간: 장작 3시간!!!! 처음이라 반죽에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음.  다음에는 더 짧게 걸릴 듯 하긴 하지만.. 바로 그렇게 잘 될 것 같지는 않음.. 한 서너번 하면 잘 하게 되려나? --;;;;
  • 맛은?  간을 약하게 해서 그런지, 그냥 아주 건강한 맛?!  면은 쫄깃쫄깃 맛있고, 야채를 듬뿍 넣어 나중에는 거의 야채수프를 먹는 느낌?!  식당에서 파는 칼국수를 먹어본 게 적어도 10년은 된 듯해서 ㅠㅠ 시중에 파는 칼국수가 어떤 맛인지 몰라 비교는 힘들지만.. 그냥 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고 소금 약간과 국간장 한스푼으로 간을 한 맑고 건강한 칼국수.  

자, 칼국수 만들기 시작.  일단은 밀가루를 세컵 넣고, 물은 세컵이 좀 안 되게 넣었고, 식용유를 약간.. 한스푼 정도? 넣고, 소금을 반스푼 정도 넣었다.  뜨거운 물을 넣었다.  (후술하겠지만 이렇게 하면 반죽이 너무 되다.  물이 더 필요!!!ㅠ) 익반죽을 해야 더 쫄깃쫄깃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레서피들에서 말하는대로 젓가락으로 휘적휘적하니 소보로처럼 모양이 나왔고, 그 때부터 손으로 반죽하기 시작.  그렇게 했더니 정말로 손에 하나도 안 붙었다. 

자, 아래 사진에 보다시피 손이 말갛지 않은가?! 정말로 손에 안 붙고 반죽 덩어리 만들기 성공

아래처럼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서 비닐팩에 싼 다음 숙성을 위해 냉장고 행.  자,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보통들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반죽이 질어서 밀가루를 추가하고 또 추가하는 방식이 되는 모양인데, 내 경우는 정반대.  반죽이 너무 되어서 잘 치대지지가 않았다. ㅠ 그래서 발효를 1시간이나 했는데도 아직 반죽이 너무 되어서, 뜨거운 물을 계속 조금씩 추가하며 반죽 만지고, 또 조금 추가하고.. 이 작업을... 엄청.. 아주 오랜시간 계속했다. ㅠㅠㅠㅠㅠㅠ 그로 인해 총 소요시간이 더더욱 길어지게 되어 버림.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밀가루를 3컵했는지, 4컵을 했는지.. 혹시 4컵 해놓고 물을 1컵도 안 되게 넣어서 그런건 아닌지.. 그것조차 헷갈린다.  어지럽고 좀 피곤한데 무리해서 요리를 했더니.. ㅠㅠ 더 그런가보다.  역시.. 뭐든 맑고 깨끗한 정신에 해야 실수가 안 생긴다. 

그렇게 반죽에 물을 더 넣고 또 치대고 하기를 반복하다가 적당한 반죽이 된 듯 싶었을 때 냉장고에 다시 넣어 숙성을 시켜줬다.  그리고 한덩이 잘라내어 아래와 같이 밀대로 얇게 펴줬다.  모양이 좀 제멋대로다.  

긴 면이 되도록 우측에서 좌측으로 지그재그로 접어준다음, 아래 사진과 같이 칼질 시작!  얇게 민 면이 겹쳐지는 부분이 서로 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잘 발라준 후 접어야 한다.  두 판을 썰었는데, 첫판에서는 밀가루를 좀 적게 발랐더니 금새 붙으려 해서 일일이 떼어내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두번째 판에는 밀가루를 좀 더 듬뿍 발라줬고, 썰기도 더 얇게 써는데 공을 좀 들여보았다.  보기에는 그럴듯하다. 

자, 아래 사진은 두번째 판을 썰어준 것.  뭔가.. 정말 그럴싸하지 않는가?! 

두번째판에서는 겹쳐지는 면에 밀가루를 더 충분히 발라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서로 금새 붙으려 하기 때문에 칼질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아래와 같이 면들을 다 풀어줘야 한다. 

자, 반죽 숙성을 기다리는 동안 육수를 만들어두었는데, 국물용 멸치도 때마침 떨어지고 없어서 다시마 큰 것 한조각 (이마저도 오늘 쓴 게 마지막 조각.. ㅠㅠ 이젠 멸치도 다시마도 없이 한달을 버텨야 한다.. 5월 말에 한국에 갈 때까지.. 그 전에 아무래도 뉴몰든까지 한국장을 보러 갈 시간이 없을 듯 ㅠㅠ 빨리 옥스포드에도 한국슈퍼가 생기면 좋겠다).  그리고 칼국수에 넣을 여러 야채를 그냥 국물용으로 일치감치 넣고 끓여버렸다.  당근 1/3개, 애호박 반개, 파 한단 모두 송송송.  그리고 소금 반스푼과 국간장 한스푼, 후춧가루로 간 하는 게 전부.  우리 부부는 심심~하게 먹는다.  나도 꽤 싱겁게 먹는 편인데 나이가 들수록 뭔가 강하게 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Tintin은 나보다 더 싱겁게 먹는 편이라.. 우리집 음식은.. 우리만 좋지 남들에게 대접하기에는.. 간이 부적절하다. ㅋ

그래도 여러 야채가 들어가서 보기에는 꽤 좋다!  무엇보다 탱글탱글한 면발!  집에서 한 것치고 너무 굵지도 않고!

반죽 숙성 중에 준비해둔 고명도 올려줬다.  계란 지단도 색깔별로 구워냈고, 마른 돌김을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잘게 썰어줬다.  오늘의 깨달음은.. 계란 지단 또한 찢어지지 않게 구워내는 게 아주 힘든 일이라는 점..! 특히 흰자 부분은 너무 부드러워서 쉽게 찢어진다.  또한 계란 흰자를 너무 휘휘 저어줄 필요가 없다.  아니, 저어서는 안된다.  거품이 생겨서 지단을 구우면 지단에 구멍이 뽕뽕 생긴다.  결국 찢어짐으로 다다른다.  아래 사진은 지단 올린 칼국수.  아주 큰 대접 한가득 담은 것은 Tintin 용.  

나는.. 사실 이미 오늘 세끼를 먹은지라.. 약간의 면과 (사진으로 보니.. 꽤 많은 면으로 보인다 ㅋ 헉.. ㅋ) 야채 듬뿍 넣어 고명을 얹어먹었다.  두어젓갈 먹다가 기분이 좋아 사진 한장!

아, 이제와서 생각난 것이, 냉동실에 있던 얼린 모듬 해산물을 넣어서 해산물 칼국수로 만들려고 했는데.. 반죽 망칠까봐 반죽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해산물 넣는 것을 깜빡했구나!!  다음에는 해산물도 넣어서 해 봐야겠다..싶지만.. 과연 그 다음은 언제가 될지?!! 

내 생애 첫 손칼수가.. 마지막 칼국수가 될 것 같은.. 이 불길한 기운.. ㅋ 팔이 부들거려서 국수를 먹을 때 젓가락질에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가 김치를 집는 것은 더욱 더 힘들었다는.. ㅋㅋ 기술문명이 발달하면 그걸 이용하고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왜 손칼국수, 손짜장을 한단 말인가!! 이렇게 힘든 것을!  우리가 사는 이 작은 아빙던은 한국슈퍼도 없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번 도전은 해봤다만은.. 앞으로도 내가 이 칼국수를 다시 한번 도전할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