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6만원으로도 넉넉한 부부의 한주간 식량 장보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5. 8. 09:00

지난 주 우리 부부의 주말 장보기 한마당.  이 글이 사진만 등재된 채로 업로드 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발견.  이럴 수가!  

집에서 가깝기는 웨이트로즈가 가깝지만 웨이트로즈 마트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은 테스코를 가서 장을 보기로 하고 지난 주말은 드디어 테스코로 차타고 슝슝.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이곳에도 평일에는 24시간이나 하는 마트이다.  우리가 사온 것은 42파운드.. 요즘 환율로 6만원 정도가 나왔다.  테스코에서 사는 대신 나름대로 유기능 물건을 많이 샀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웨이트로즈보다는 테스코가 싸긴 싸다!

이 만큼이나 장을 봐도 6만원 정도.  서울 물가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것 같다.  

소고기도 하나 사고.. 이건 사실 미역국 용으로 산 것인데, 미역국이 아닌 감자, 당근과 함께 소고기카레가 되셨다는.. ^^;

바로 그 카레를 가능케했던 감자와 당근들..

다른 건 몰라도 우유만큼은 늘 유기농을 먹기로 했는데, 큰 우유가 다 떨어지고 없어서 작은 녀석 두개로 사왔다.  하나에 1파인트로, 568밀리이다.  우리는 보통 1리터가 조금 넘는 2파인트 짜리 우유를 사는데, 이번엔 작은 거 두개로.  이상한 단위를 아직도 영국은 고집하고 있다.  맥주도 파인트 단위로 팔고, 우유도 파인트 단위로 판다.

자, 앞쪽은 이렇게 생겼다.  손잡이 부분의 디자인이 너무 귀엽다.  특별한 브랜드의 우유를 제외하고는 영국에서는 대부분 우유통이 이렇게 생겨서 장을 보고 나서 손에 우유를 들고 가는 사람들 종종 볼 수 있다.  귀엽고 깜찍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

Tintin은 맥주도 한병 샀다.  세계 여러 맥주가 있으니 어차피 술이 약한 우리는 이 맥주 저 맥주 시도해보는데 이번에는 네덜란드에서 아주 오래된 맥주, 19세기부터 만들어진 맥주라고 한다.

니더작센 장금이 추천대로 중동에서 나온 견과류도 사봤다.  이란 출신의 친한 언니를 둔 장금이왈, 중동 견과류가 좋단다.  기분 탓인지 아몬드는 이 아몬드가 더 맛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 큰 테스코를 가면 잊지 않고 사오는 것이 바로 아래와 같은 모듬 버섯!! 한국에서 즐겨먹는 버섯들이 이것 저것 들어있다.  새송이버섯이 한국에서는 싸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정말 금값이다.  그래도 테스코에서 사면 가격이 좀 저렴하니, 한팩을 사오면 이래 저래 유용하다. 

봄은 바야흐로 여러 베리의 계절!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할 것 없이 모두 맛이 끝내주고 값도 싸다!  딸기 £1.40, 블루베리 £2.65!  득템!  블루베리 400그램에 2.65파운드라니, 역시 테스코가 싸긴 하지만 이날은 특히 쌌다.  우리돈으로 4000원도 안 되는 값에 저 신선한 블루베리가 한가득!

소고기를 사면서.. 그냥 아스파라거스와 양파와 함께 스테이크로 구워먹을까..하는 마음도 있어서.. 아래처럼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봤으나.. 결국 초간단 카레가 되어 버렸다는.. ㅋ 양파는 각종 다른 요리에 (된장찌개 등등), 아스파라거스도 따로 데치고 무쳐서.. 맛있게 먹었다. 

한참 달달구리 디저트를 끊고 살던 우리 부부에게 맛난 입가심이 되어줄 죄책감 적은 요거트 디저트.  달코미 과자들을 넣어 먹는 요거트이다.  아마 한국에도 똑같은 것인지 비슷한 것인지.. 파는 것 같은데.. 그리고 왼쪽 과자는 내가 좋아하는 비스켓!!

야채도 듬뿍 샀다.  사과도 사고, 칼칼한 된장찌개 끓여먹으려고 매운 고추와 두부, 방울토마토도 두 봉지 사고, 오이무침 해먹으려고 오이도 사고.. 양배추 잘게 썰어서 샐러드도 해먹으려고 양배추도 샀다. 

이렇게 넉넉한 우리의 주말장이 42.42파운드.  어쩜, 숫자도 42.42다!! ㅋㅋ 

얼마전 Economist 잡지에 세계 생활비 비교표를 발간했는데, 자그마치 서울이 6위, 런던은 24위를 했다.  이게 작년 브렉싯 (영국의 EU탈퇴 투표 결정) 후 파운드 환율이 뚝 떨어져서 더 그렇다고 하기는 하지만 체감하기는 확실히 서울보다 영국 생활이 더 저렴하다.  런던 한가운데 살려고 하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한국에서도 서울의 한 가운데, 가장 좋고 비싼 곳에 살지 않으면서도 느끼던 물가와 비교하는 것이기에.. 비록 아빙던 촌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 생활 물가는 확실히 여기가 더 저렴하다. 

이제 냉장고가 슬슬 비어가니.. 남아있는 음식들은 오늘 내일 모레 먹다 보면 또 주말이고.. 또 음식을 사러 가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 가끔은 재밌지만 몸이 피곤할 때는 또 귀찮다.  아직은 늘 우리가 직접 가서 장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더 귀찮아지면 우리도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편리한 게 있으면 이용하고 사는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