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9월 초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고, 이사를 하면서 전에 쓰던 전기/가스 회사를 새로운 회사로 옮기기로 했다. 왜냐하면 기존에 쓰던 회사보다 더 싼 요금제를 제공하는 회사를 찾았기 때문!
영국생활 근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늘 학생기숙사에 살면서 전기세, 가스세를 별도로 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번 이사와 함께 에너지 요금 (가스, 전기) 을 관리하는 것은 새롭고, 그래서 또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영국의 경우 가스, 전기 등의 공공서비스가 모두 민영화되어서 수많은 회사에서 서로 다른 요금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요금제를 제공하는 회사를 찾고, 그 회사로 내 계정을 옮기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업체들에서 제공하는 고객서비스 또한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 모든 이야기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매우 생소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 더 싼 전화요금제를 찾아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더 싼 가스세, 전기세를 찾아 가스/전기요금 회사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구가 되는 곳이 바로 이 영국이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나의 남편 Tintin이 바로 그런 호구로 몇년을 살아왔다!).
실제로 영국에서 약 60%의 사람들이 '스탠다드 요금제'라고 불리우는 전기/가스 요금제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스탠다드'지 실제로는 가장 비싼 요금제이다! 그렇다 보니 굳이 가스/전기 회사를 옮기지 않고도 동일 회사 내에서 요금제만 변경하는 것으로도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을 한 웹사이트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있는데,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 First Utility 라는 회사의 경우, 이용자가 동일한 양의 전기/가스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스탠다드 요금과 가장 저렴한 요금제 사이에 연간 전기/가스 요금이 234파운드나 차이가 난다! 한국돈으로 35만원돈!!!! 이 돈이면 저가항공으로 제주도 1박2일을 다녀올 돈이다!!!
어쨌든 우리는 전기/가스 요금을 아끼기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가장 싼 요금제를 제공하는 회사를 몇군데 알아냈고, 저렴한 회사들 중 그나마 믿을 만한 EON으로 옮기기로 했다.
영국에는 에너지 요금 (가스세, 전기세)을 비교하는 사이트가 여러 곳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여러 비교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본 다음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우리는.. 돈은 아끼고자 하지만.. 그 정도로 여러 가격비교사이트를 다시 비교할 정도의 부지런함은 없었기에 아래 사진과 같은 Compare the Market (comparethemarket.com) 이라는 사이트 한 곳만을 이용하였다.
가스/전기세 비교 메뉴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이어진다.
위 사이트에서 본인의 집 주소를 입력하고, 기존에 가스/전기 사용량을 알고 있던 사람은 그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기반하여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회사를 추천해준다.
만약, 지난 1년간의 가스/전기 사용량을 정확하게 모를 경우에는:
집에 방이 몇개인지, 난방에 사용하는 연료가 전기인지, 가스인지 (영국에는 전기로 난방을 하는 집들도 꽤 있다), 그리고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지 전기를 이용한 전기 쿠커를 사용하는지, 낮에는 집에 사람이 얼마나 머무는지 등등의 상세한 정보를 입력하면, 그런 정보에 기반하여 내가 어느 정도의 전기/가스를 사용할지 추정을 해 주고, 그 추정치를 기반으로 가장 저렴한 전기/가스 요금회사와 요금제를 추천해준다.
우리집 정보를 이용하여 가격비교를 해본 결과, 우리는 EON이라는 회사를 추천받았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기존에 쓰고 있는 SSE라는 회사의 요금을 그대로 이전해서 가져올 때 가스/전기의 1년간 요금 (가스 505파운드, 전기 671파운드)을 먼저 알려주고, 그 아래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EON이라는 회사로 우리가 옮겨갈 경우 요금이 얼마인지 제시해주고 있다.
위 사진의 맨아래에 EON이라는 회사로 옮길 경우 같은 양의 가스와 전기를 쓸 때 가스세는 연간 356.32파운드, 전기세는 495.40파운드를 내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스와 전기세 모두를 합하면 회사/요금제에 따라 연간 약 335파운드나 되는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건 한국돈으로 생각하면 연간 50만원에 가까운 금액차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당장 가스/전기 회사를 EON으로 옮겼다!
이런 가격비교사이트조차 믿지 못하고 의심병이 있는 나는, 우리가 대략 어느정도의 전기/가스를 쓰게 될지 알아본 다음 기존에 우리가 쓰고 있던 SSE라는 회사의 요금제에 따라 연간 전기/가스요금을 직접 계산해보고, 새롭게 옮겨갈 회사의 요금제에 따라서도 내가 직접 계산을 돌려보았다. 그랬더니..실제로..큰 차이가 났고, 그 중에서도 우리는 가스를 통한 난방을 많이 쓰게 될 예정인데 EON이 가스요금의 단위별 요금이 더 저렴했기에, 가스와 전기 중 가스를 더 많이 쓰게 될 경우 EON으로 옮겨가는 것이 확!실!히! 더 싸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EON으로의 변경을 경정!!
변경 신청은 위와 같은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바로 신청할 수 있는데, 영국인들의 행정처리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나는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통해 회사 변경 신청을 완료했다!
이제 난방도 전기도 좀 더 맘 편히 쓸 수 있겠다.
영국생활에서는 전기/가스 회사가 모두 민영화되면서 가격경쟁도 있지만 실제로 그 요금자체가 한국에 비해 많이 비싸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energy poor'라고 불리는, 즉, 돈이 없어서 가스와 전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전기/가스 회사 변경을 신청하는 것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이 모든 일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후, 우리는 이전신청이 되기 전의 한달의 기간에 대한 전기/가스세에 대한 고지서를 자그마치 7회나 받는 일을 당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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