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한달 전기/가스세 고지서를 7번이나 보낸 영국가스회사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6. 19:38

영국에서는 이사를 하고 나면 늘 가장 번거로운 일이 "Bill을 관리하는 일"이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기숙사 생활만 해 온 나는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인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기숙사를 벗어나 일반 집에서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게 뭔지 너무나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스와 전기세를 더 절약하기 위해서 우리는 에너지요금 (전기/가스 요금) 비교 사이트를 통해 SSE에서 EON이라는 회사로 변경을 했다.  

전기가스요금 절약하기 위해 가입회사 변경한 이야기 http://oxchat.tistory.com/187

그 변경을 하는데 있어서 엄청 복잡한 일이 일어났고, 그 와중에 우리는 British Gas (영국가스) 회사에서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되는데.. 자그마치 요금고지서를 7번이나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아래 사진을 보라!  사진을 찍었던 당시에는 마지막 고지서이자 우리가 최종적으로 요금을 납부한 고지서는 빠져서 6장 뿐이다. 

놀랍게도 각 고지서마다 금액도 다르다.  우리가 결국 납부한 요금도 위의 그 어느 고지서 금액과도 다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영국의 공공서비스 수준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먼저, 우리는 SSE라는 회사의 가스,전기를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어떤 계약이든 14일 안에는 취소하면 계약이 취소된다.  우리는 EON이라는 회사가 더 저렴한 요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다 SSE에 연락해서 우리는 너희 회사 요금 안 쓰고 다른 데로 옮기기로 했다고 알려줬다.  

SSE에서는 우리가 새로 이사온 집에 대한 계정을 닫았고, 그에 따라 우리는 이 집 주인이 그 전에 사용하던 British Gas가 공급하는 전기/가스를 쓰게 되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신규 가입한 EON이라는 회사는 우리가 변경/가입 신청을 하고 나서 약 17일이 지난 후에서야 우리 계정을 열어주었고 (영국에서는 뭐든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 ㅠ), 그러다 보니 이 집에 이사온 이후부터 EON에서 우리 계정을 열어준 날 사이의 1달 하고도 5일의 시간에 대해서는 British Gas에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British Gas에서 우리에게 고지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첫 고지서가 위 사진의 가장 왼쪽 고지서, £95.90 라 적힌 고지서이다.  이건 전기/가스요금을 한 회사를 통해 이용할 경우 dual fuel discount가 적용되어 조금 할인된 요금.  그래도, 얼마 살지도 않았고 (초기에는 이 집에 이사오지 않아서 가전만 들이고 우리는 살지 않았던 기간이 며칠 있었다), 들어와서 산 이후에도 날이 춥지가 않아서 가스보일러를 거의 쓰지도 않았는데.. 근 15만원이나 되는 95.90파운드의 Bill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면을 살펴보니 이 금액은 estimated usage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고지서.  즉, 실제로 우리가 사용한 가스와 전기량에 대해 부과된 금액이 아니라, 우리가 어느정도의 전기/가스를 썼을 거라고 British Gas에서 가정하여 고지서를 발급한 것이다. 

이게 또 무슨 이야기인지 한국적 상황에서는 매우 생소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가스회사에서 가스검침원이 와서 가스사용량을 확인해간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가구원수, 집의 방 갯수 등을 기반으로 이 집 식구들이 어느 정도의 가스와 전기를 쓸 것이라고 추정된 금액으로 요금을 부과하고, 3개월이나 6개월, 때로는 1년에 한번에야 실제 가스/전기량을 검침한 다음, [회사에서 추정한 사용량]과 [실제사용량]간의 차이를 계산한 후 너무 많이 냈을 경우에는 돈을 돌려주고, 실제 사용량이 훨씬 많았을 경우에는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정산한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없는 British Gas는 적당히 우리가 사용했을 거라는 가스/전기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했고, 나는 이건 말이 안 된다 싶어 British Gas 로 전화했다.  실제 내가 검침을 했고, 그 수치가 이러이러하며, 나는 이 수치에 기반하여 돈을 내고 싶다고. 

상담원은 지금 받은 고지서는 무시하고 기다리면 내가 보고한 수치에 따라 새로운 고지서를 발행하여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그 고지서대로 요금을 납부하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시간이 열흘쯤 지났을까.. 드디어 새 고지서가 왔다.  놀랍게도 가스와 전기 고지서가 별도로 발급되었는데, 처음 나온 96파운드보다는 적었지만 아주 적지는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고민하고 있는데, 다음날 다시 한장의 고지서가 발급되어 왔고, 이게 뭔가 하며 생각하고 있던 중, 그 다음날 우리는 또 한장의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 하나의 고지서가 도착!! 그렇게 우리집에 도착한 고지서는 총 5개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뒤, 우리는 또 하나의 고지서를 받게 되었고,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얘들은 우리에게 언제까지 새로운 고지서를 보낼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결국 British Gas 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상담전화를 전화를 걸자, 전화량이 많아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기다려달라..는 안내말이 흘러나오며 시간이 5분이 지나고..10분이 지난다..  영국에서 왠만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면, 특히 공공서비스 관련해서는.. 이렇게 10분, 15분 대기시간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  (영국 배경의 영화 I, Daniel Blake에 나오는 전화상담의 답답함은.. 비단 복지서비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기를 하다 하다 답답함에 견디지 못한 나는 고지서에 나온대로 British Gas 홈페이지로 가서 고지서에 나와있는 고객번호를 이용하여 신규회원가입을 했다.  그렇게 하면 온라인으로 bill을 볼 수 있고 납부도 할 수 있다고 나와서.  그런데 이게 뭔가!!  또 웹사이트에 접속을 해보니 이제껏 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고지서가 내 계정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온라인 계정을 만들면서 전화연결을 끊어버린 나는 다시 British Gas에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5분..10분.. 15분쯤 기다리니 드디어 상담원이 연결되었다.  이래저래 나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도대체 나는 어떤 고지서에 맞게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거냐고 물었더니, 이 상담원의 말.  온라인에서 내가 본 것처럼 그 돈만 내면 된단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받았던 £95.90의 절반도 안 되는 £44.69!!  이건 또 뭥미!  처음 내라고 했던 요금에서 반토막이 되었다.  

이게 확실하냐고, 이게 9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의 요금이 확실하냐고, 나 이 돈만 내면 너희한테 빚진 거 없는 거 맞냐고 두번 세번 물으니, 상담원 말이 그렇단다.  그렇다면 나도 좋다, 당장 돈 내겠다, 하고 돈을 내고, 그 외에 또 하나의 고지서가 9월 6일부터 9월7일까지 이 집 거주자에 대해 요금이 나왔는데, 그 기간에 우리가 살지는 않았어도 우리가 내야 하는 고지서이니 그것도 내겠다 하여 그 요금을 약 8파운드를 냈다.  그렇게 우리는 총 53파운드가 안 되는 돈을 내게 되었다. 

그 기가 막힌 이야기를 저녁에 퇴근한 Tintin에게 해 주었고, 우리는 어쨌든 돈을 아꼈으니 됐고, 그 요금이 정확한 것인지, 자기들 실수로 우리가 적게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 할 도리를 했으니 됐다고, 이젠 신경쓰지 말자고 한다. 

다음날!! 두둥!! 놀갑게도 우리집에는 또 하나의 고지서가 도착했다!  바로 British Gas로부터.  뜨아!!! 이건 또 뭐야!!!! 하고 열어본 순간, 그건 우리가 최종적으로 냈던 44.69파운드에 대한 고지서였다.  아.. 이미 납부했으니.. 과감히 그 고지서는 찢어버..리려고 했으나 그래도 불안했던 Tintin은 모든 고지서를 자기가 일주일 가량 보관한 뒤 그 이후에도 아무 일이 없으면 그 때 처분하자고 하며 자기 방으로 갖고 갔다.  

그렇게 우리의.. British Gas와의 거래는 종료!  휴우.. 살다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