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한국사람에게 영국이 살기 힘든 이유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2. 00:33

외국살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고 한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좋은 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한국에 사는 것도 편하고 좋은 일이고, 어렵고 힘든 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상 어디에서 우리가 천국을 찾겠는가!  어디든 좋은 점과 힘든 점은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사람에게 영국생활이 힘든 것은 날씨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에게 영국이라는 나라는 양복차림의 키가 큰 신사가 큰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이미지로 상징되던 나라였다.  당시에는 그 '우산'과 '양복'이 상징하는 바를 잘 몰랐던 것 같은데, 영국에 살면서 보니.. 양복은 영국인들의 격식 갖추기를 좋아하는 모습과, 여름 한철을 제외하고는 늘 흐리고 비가 올듯 말듯 하거나 비가 오거나 하는 날씨인 영국의 전형적인 기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하루에도 변덕이 심한 날씨라 늘 우산을 갖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Tintin또한 차와 가방에 우산을 하나씩 꼭 넣고 다닌다).

매일 아침 우리의 일과는 날씨를 체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이유는 영국의 일기예보는 놀랍게도 그 정확성이 매우 높은데, 웃기게도 시시각각 예보가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ㅋ 그래서 언제든 외출하기 직전에 앞으로 몇시간 간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아래를 보라.  오늘을 포함하여 열흘간 해가 나는 날은 단 하루 뿐!!!!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오늘, 그리고 일요일, 월요일, 열흘 중 단 3일 뿐이다.  그나마 겨울에 한국만큼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 한국만큼 기온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1년 중에 해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여름 한철 뿐.  가을부터 겨울, 초봄까지.. 거의 1년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이렇게 흐린 날씨 속에 살아야 한다.  이렇게 적은 일조량은.. 사람을.. 우울하게 하거나.. 환장하게 한다.  

그저 흐리기만 하면 말을 안한다.  해는 7시반에 떠서, 4시면 해가 진다.  저 해지는 시간은 겨울이 더 깊어갈 수록 점점 더 당겨져서, 12월 말이 되면 해는 8시가 넘어서 떠서, 3시반이면 해가 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기후가 이렇다 보니.. 성인 중 "계절성 우울증 또는 감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영국에서 일기예보를 볼 때 중요한 것은 그날 바람이 얼마나 부느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위에서 보면 오늘은 바람이 시간 당 9마일.  이 정도면.. 영국에서는 온화한 날씨다.  시속 4-5마일 (시속 16킬로의 바람) 인 경우 놀랍게도 바람이 적은 날이고, 바람이 좀 분다 싶으면 그 때는 시속 14마일 (시속 22킬로) 이상이다.  바람이 심한 날은 20마일이 넘어가고, 30마일, 40마일을 넘기도 한다.  특히 봄이면 심한 강풍이 부는 날이 많다.  이런 영국 바람을 이야기했을 때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정도 속도의 바람이 어떻게 매일 그렇게나 부냐고.  말이 되냐고. 그러나 일기예보 창을 보여드리자.. 그 말씀을 쏙 집어넣으셨다. 

한국의 경우 서울은 겨울이라 해도 대부분 바람이 시속 2마일에서 3마일, 바람이 좀 분다 싶을 때는 4마일 정도이다.  (한국 날씨도 늘 체크한다. 한국의 햇살이 너무 그리워서 ㅠ)  한국에서 바람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제주는 그럼 어떠한가?  캬... 오늘부터 열흘간 제주에는 비가 3일있고, 나머지는 구름도 좀 끼지만 해도 있는 날씨란다.  멋지다.  이건 거의.. 겨울에 남부 유럽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날씨!

해 뜨는 시간도 영국보다 빠르면서 해 지는 시간은 무려 한시간 이상 더 늦다!  게다가 바람이 많은 섬으로 알려져있지만 바람이 시속 7마일에 그친다니!!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제주도에 발령이 나셔서 가족이 제주도에 살았더랬다.  아버지께서는 제주도에서의 삶을 참 좋아했지만 살기는 너무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랬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 딸은.. 제주만큼, 혹은 제주보다 더 한 바람이 늘상 부는.. 영국에서 살고 있다..  

흐린 날에는.. 아침도 아침 같지가 않다.  대부분의 겨울 날이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Tintin은 우리 옥탑방 침실의 창을 활짝 열었다.  그랬더니.. 이건.. 뭐.. 아침인지 오후인지 알 수가 없는 전경이 펼쳐진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그저 하얀 하늘..  아래 사진과 같은 흐린 날씨가.. 가을부터 초봄까지 가장 흔한 날씨이다.  물론 사진에 찍힌 것처럼 가끔 새도 집 근처를 날아다니고, 한국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가 없다는 것은 좋다.  그건..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작은 외곽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다. 

우리집 거실은 동향.  즉, 아침에 해가 뜨면 해가 잘 드는 방향에 큰 창이 있다.  그런데... 아침 9시에도 거실이...어..둡...다... ㅠㅠ

이런 날씨에 힘들어 하는 것은 비단 한국인만은 아니다.  외국인들의 경우 다들 일자리 사정이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영국으로 이주를 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날씨는 힘들어도 버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영국의 은퇴한 노인들은 남부 스페인이나 그리스로 그렇게나 이주를 간다고 하니.. 그들 또한 스페인과 그리스의 해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나라들에 휴가를 가장 많이 가는 나라 또한 영국이니.. 적은 일조량과 흐린 날씨 때문에 힘든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찬가지.  특히, 한국인들에게 그것이 힘든 이유는 1년 4계절 쏟아지는 햇살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살다가.. 정반대의 나라에 와서 살아야 하니 더욱 더 그러한 것 같다. 

여름에 유럽 여행을 온 한국인들은 잔디밭에 자유롭게 뒹굴고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하는 유럽인들을 보며 그들의 자유로움, 여유로움, 가득한 녹지를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영국에 오래 살다 보면..반짝 하고 해가 있는 그 여름날이라도 밖에 나가서 해를 쬐지 않고서는 영국에서는 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해만 났다 하면 사람들이 다 미친듯이 밖으로 나가서 잔디밭이든 어디든 드러누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 어둠의 계절은.. 3월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10월부터 겨울 코트를 꺼내입기 시작해서 3월까지 계속 입게 된다.  ㅠㅠ)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와 남편과 함께 자체적으로 가택연금 생활에 맞먹는 생활을 당분간 이어가게 된다.  해를 자주 보지 못해도, 해가 잠깐 나오는 날에도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더라도.. 남편과 나와 아기 모두 좋은 정신건강 상태로 이 겨울 건강하게 잘 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