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우리아기 배앓이, 드디어 나아지나?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5. 22:31

오늘은 배앓이가 심한 아기를 돌보며 우리가 겪어간 과정과 아기 배앓이가 나아진 과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심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몸집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배앓이가 심해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3.27킬로로 12월 9일에 태어난 우리 아기는 생후 한달쯤 된 1월 4일에는 4.53킬로를 달성하고, 그로부터 3주 후에는 5.26킬로, 그리고 그 이후 몇주 후에는 7킬로를 찍고, 생후 12주가 된 지금은 벌써 7.8킬로. (우리 체중계가 디지털이 아니라서 소수점까지 정확하지는 않은데, 8킬로로 추정되나 8킬로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 부부는 아이 몸무게를 7.8킬로라 생각하기로 합의를 봤다.ㅋ).  3개월 안에 급속한 성장을 통해 이미 자기 몸집의 두배 이상을 불려내니.. 내장기관 발달이 아기의 먹는 양을 다 받쳐내지 못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기의 배앓이 완화를 위해 우리는 아기에게 배 마사지도 해주고, 아기 다리로 자전거타기도 해주고, 터미타임도 시키며 배가 압박되도록 해주는 등 애를 썼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배앓이로 발버둥치는 우리 아기. 

유산균 복용

그러던 우리는 4주 전부터인가.. 유산균 먹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인 유산균은 J에게 추천받은 Biogaia 라는 제품이다.  배앓이에 대한 한국 온라인 사이트들을 뒤져보니 한국에서도 배앓이 완화용 유산균으로 꽤 이용되고 있는 제품이다. 

후기:  유산균을 먹이기 시작하니 확실히 방귀 낄 때의 괴로움이나 대변을 볼 때의 고통의 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전보다 확실히 나아졌으나 아주 좋아진 것은 아닌.  특히 밤중 배앓이는 여전히 극심. 아이가 힘들어하면 밤중수유 후에도 한시간씩 아기를 달래고 배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 1시간이라는 시간이 30분 정도로, 가끔은 20분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이것도 나름대로 큰 발전이라면 발전.  그러나 밤중 배앓이로 아이가 내질러대는 포효는 계속되었다.  (우리 아이는 "끄아아아악!!!" 이라며 큰 괴성을 내지르고, 그러기를 여러번 한 후에는 응애애애애!! 응애애애애!!! 하고 울어댄다. 아이 몸집이 커질수록 울음소리도 더 크고 우렁차지더라는..)

트림 더 자주, 더 오래 시키기

그러다 우리 아기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일주일 전부터이다아이 셋을 키우는 선배언니가 있는 단체톡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 아기 배앓이 때문에 설치는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가 트림을 시켜보라고 한다수유 후마다 적어도 30분씩 안고서 트림을 "" 시켜보라는 .

우리 아기는.. 자주 먹는 아이이다.  그리고 자면서 먹는 때도 많아서인가.. 하루 총 수유시간이 짧은 날은 4시간에서 긴 날은 6시간이 될 때도 있곤 했다.  이런 아이를 데리고 수유 후 매번 30분씩 트림을 시킨다는 건 정말 힘든 일. ㅠ 그러나 언니의 조언을 듣고 우리는 트림을 열심히 시키기 시작했다.  수유를 하면 무조건 트림을 시킨 것.  사실 모유수유 아기들은 트림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는 수유할 때마다 매번 트림을 30분씩 시키지는 않았다.  언니의 조언을 듣고도 30분의 시간을 채우기는 힘들었으나 강한 트림 소리가 날 때까지 열심히 시켰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가스가 나왔고, 그 덕분인가 낮시간 동안의 배앓이는 확연히 줄었는데, 밤에는 여전히 배앓이가 심했다. 

아이가 더 자라도록 인내하기

그러다, 12주 생일이 오기 딱 2일 전부터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생각보다 쉽게 아이가 혼자서 대변을 보기 시작한 것.  끙끙 앓는 소리도, 꽥꽥 내지르던 소리도 확연히 줄었다.  아니, 상당히 많이 사라졌다.  이건.. 트림만의 영향도 (어제는 힘들어서 트림을 많이 시키지도 못했고, 시켜도 트림을 잘 하지도 않았는데 배앓이가 상당히 약했다), 유산균이 드디어 효과를 봐서만도 아닌 것도 같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배앓이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밤잠의 길이도 길어지는 등 여러 변화들을 동시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12주가 되는 주에 아이가 급성장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것.  다들 50일의 기적이니,  80일의 기적이니, 100일의 기적이니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는 50일의 기적은 몰라도.. 우리도 80일의 기적을 본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표현은 이 정도 시기가 되었음에도 커다란 변화 없이 힘든 육아를 하고 있을 육아동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그리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주, 즉 생후 12주를 채워가는 그 주에 우리 아이는 다음과 같이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처음으로 "잠투정"이라는 것을 시작해서 우리 부부를 당황하게 하고,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졸려하고, 먹기는 덜 먹으며, 유난히 짧게 먹고 또 졸려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싫어하는 등 이상한 행동들을 많이 보였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변화는 잠!  캠브릿지 사는 J의 아기는 생후 두달이 되었을 때 5시간씩 통잠을 두번씩 자면서 그 부부를 행복하게 해줬다고 하는데, 우리 아기는 밤중 배앓이로 인해 그런 잠은 언감생신이었다.  그러나 생후 12주차 말기쯤 갑자기 아이가 4시간을 한번씩 자면서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그리고 나머지 밤잠은 1시간 반 혹은 2시간에 불과) 그저께는 첫 잠을 5시간, 두번째 잠을 3시간을 자서 우리를 놀래키더니, 어제는 급기야 5시간 20시간짜리 첫 잠과 그에 이어 두번째 잠마저 4시간 50분이나 자 낸 것!!!!  또한 아침에 평소와 달리 큰 소리 내지르지 않고 대변을 봤다.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또한 대변의 형태도 상당히 달라졌다.  며칠 상간에 상당히 된 똥으로 똥의 형태가 변하더니 이제는 정말 제법 된 똥이 나오기 시작한 것.  

그 덕에 내 가슴은 젖이 차서 퉁퉁 부어올랐고, 아침 샤워로 가슴을 충분히 마사지 하고 수유를 했음에도 아이가 5분 밖에 먹지 않고 더이상 먹기 싫어한 바람에 결국 아침부터 유축을 해야했다.  유축을 하니 각 가슴마다 120밀리 정도가 나왔다.  나는 이제껏 유축을 한 것이라고는 열번이 채 되지 않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양이 나온 것.  이렇게 많은 양을 유축하고 나니 한쪽 젖꼭지는 너무 아팠다.  그래도 아이가 밤잠을 잘 자니 우리 아이가 더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너무 편안했다.  그 전까지는 밤새 배앓이로 한시간, 혹은 한시간반마다 아이가 괴로워하며 깰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결국 육아선배들의 말이 다 맞았다.  배앓이가 나아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아이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런 이야기는 사실 배앓이로 고생하는 부모들에게는 별 도움 안 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는 빠르면 100일은 되어야 좋아진다, 혹은 6개월은 되어야 좋아진다, 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그 보다 더 빨리 그 날이 오기도 한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어쩌면 우리 부부가 너무 소박하게 이 정도에 만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아이밖에 키워본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는 이 정도의 변화도 너무나 크고 고마운 변화라 감사하다.  

아이의 배앓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육아동지들이여.. 힘을 내길 바란다.  결국 언제가 되었든 그 날이 오기는 온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도.. 한풀 사그러든 어제 오늘의 배앓이가 언제 다시 심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슬며시 올라오기는 한다.. 3주 전쯤에는 밤똥(?)이 사라지고 낮똥도 줄어들어 좋아했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밤똥도 생기고, 낮똥도 늘었기 때문에..!  아기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