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유축기, Medela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9. 20:49

오늘은 영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유축기 브랜드와, 우리가 쓰고 있는 유축기, 그리고 이 유축이 우리에게 선물해준 여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출산 전에 유축기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유축이 꼭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고, 모유수유 교실에서 손유축하는 법을 가르쳐줘서 그냥 그렇게 손으로 유축하면 되지 뭘 유축기까지 쓰나.. 하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우리 언니들은 유축기를 쓰다가 젖꼭지가 다 찢어졌다며, 유축기를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는 게 좋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축기를 준비하지 않았다가 우리 아기 생후 7주쯤이었나.. 가슴울혈이 심하게 생기면서 밤새 손으로 모유를 짜는 고통을 두어번 겪은 후, 그 세번째 고통이 왔을 때 바로 유축기를 준비했다.

우리가 준비한 유축기는 바로 메델라 (Medela)의 Symphony 라는 제품. dual breast pump라 하여 양쪽 가슴을 동시에 유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건 우리가 구입한 것이 아니라 대여한 것. 

이 유축기는 메델라가 제작배포하는 유튜브를 보니 전세계 병원 70%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축기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뭘 가장 많이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메델라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아이를 낳은 옥스포드 대학병원인 JR에도 이 유축기가 비치되어 있고 캠브릿지 대학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J도 병원에서 바로 이 유축기를 써서 유축했다. 

배앓이로 늘 밤잠이 짧았던 우리아기는 길어야 2시간 반짜리 잠을 한번 자고, 그 뒤로는 1시간이나 1시간 반, 혹은 2시간마다 깨서 수유를 하고 밤똥을 누곤 했다.  그랬던 아이가 무슨 일인지 12주가 되면서 갑자기 첫 잠을 7시간을 깨지 않고 자내는 기염을 토했고, 그 결과 7시간 동안 인간유축기 (=우리 아기)가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내 가슴은 퉁퉁 부어 아침부터 유축기로 유축을 해야했다.  내가 쓰는 제품은 듀얼펌프라 한번에 양쪽 가슴을 쭉쭉! 

유축기 펌프에 연결된 호스를 저렇게 연결부위를 통해 연결해서 병에 유축된 우유가 모인다.  

호스에 연결된 병과 연결부위는 메델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인 메델라 스윙에도 연결가능하다.  이 듀얼펌프 유축기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메델라에서 대여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달 대여비용이 47파운드이다.  7만원쯤 되는 돈이려나..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매달 내야 하므로.  그러나 신청을 하면 바로 다음날 배달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회사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메델라 스윙인데 이 제품을 갖고 있는 J에 따르면 듀얼펌프인 심포니의 경우 펌프의 파워가 확실히 강해서 같은 양을 유축해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유축되며, 양쪽을 동시에 뽑을 수 있으니 시간도 훨씬 적게 걸린다고 한다.  J는 약 5-6개월간 대여한 유축기 심포니를 쓰다가 현재는 그건 반납하고 본인이 구입해뒀던 Swing이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축기를 사용하면 젖꼭지가 다치는 경우들이 있다는데 Medela Symphony를 쓰는 J나 나는 운이 좋은 것인지 제품의 성능 덕분인지 아직 한번도 젖꼭지가 찢어지거나 갈라진 적이 없다.

Medela 스윙은 아래와 같이 생겼다. 

나는 늘 오른쪽 가슴의 젖량이 더 많기는 했는데, 유선염과 유구염에 동시에 걸려서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유선염이 더 심했던 왼쪽 가슴은 젖이 마르다시피 했다.  그 이후 꾸준한 젖물리기 끝에 젖량이 조금 늘기는 했으나 늘 우측가슴에 비해 유축량이나 젖량 자체가 절반도 안 되던 것이, 이날 유축을 끝까지 했더니 오랫동안 막혀있던 유선이 뚤렸는지 처음으로 왼쪽가슴에서도 상당량의 우유가 뽑아졌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이도 왼쪽가슴에서도 충분한 우유를 공급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 유축기를 대여하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왼쪽 젖이 마른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아이가 열심히 빨지만 젖이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아이도 힘들도 나도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더더욱!

유축으로 우유를 모두 뽑아내면 우유량이 더 늘어서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가슴에 남아있는 우유로 인한 통증이 사라질 정도로만 유축하고 나머지는 그냥 좀 남기라고 했던 육아선배 J의 조언에 따라 우유량에 문제가 없는 우측은 적당히 뽑다가 중단하고 왼쪽은 울혈을 풀기 위해 쭉쭉 유축을 했더니 처음으로 240ml의 우유량이 모였다.  

유축이 끝난 후에는 세척 후 바로 소독기로 직행. 

우리가 쓰는 소독기는 Boots에서 파는 스팀소독기이다.  그냥 저렴하고 간단하고 바로 눈앞에 보여서 구입했고, 아주 어설프게 만들어져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소독은 되고, 또 소독기를 돌리면 8분밖에 걸리지 않아 나름 만족. 

우리 아이가 젖병을 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240ml나 유축을 해뒀다는 생각에 틴틴과 나는 간만에 디카프 커피를 만들어먹기로!!  주말인데 이 정도 기분은 내도 되지 않냐는 틴틴의 제안도 나도 오케이~ 커피를 만들었다. 

커피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커피가 나오기 시작하면 자체 압력으로 천천히 커피가 뽑아지도록 나는 불은 꺼버린다. 

그러면 보글보글.. 조금 더 느린 속도로 나머지 물이 커피를 만들어 위로 솟아 오른다.

두개의 모카포트에 커피 완성~ 둘 다 결혼 전에 각자 쓰던 것이다.  우리 기숙사에서 내가 모카포트에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던 틴틴을 위해 내가 틴틴에게도 하나 선물을 해줬는데, 결혼과 함께 자연스레 우리집에 그 두 개의 모카포트가 모이게 된 것! ^^

나는 라떼를 마시겠노라 했더니 틴틴도 자기도 라떼로 해달란다.  내가 만드는 라떼 비법은 whole milk 우유를 머그 절반 정도 되도록 넉넉히 채우고 전자렌지에 1분에서 1분 10초 가량 충분히 데운 후, 그 머그에 커피를 따뤄내면 끝!  바로 아래와 같이~ 

만드시 저지방 우유가 아닌 지방이 온전히 들어있는 우유를 해야 풍성한 그 맛이 산다.

틴틴은 이거 무슨 좋은 커피숍의 맛있는 라떼 부럽지 않은 맛이라며 좋아한다.   그렇게 말해주니 내 기분도 둥실둥실~  커피는 라바짜의 디카프 커피.  커피도 맛있어야 라떼가 맛있지만 우유의 맛도 라떼의 맛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티와 커피에 Jersey 우유를 넣는다.  이건 다음에 언젠가 포스팅에 올리겠지만 일반 젖소의 우유보다 지방함량이 더 높은 Jersey종 소의 우유이다.  

낮에 만든 오븐찰떡과 함께 우리의 이니셜 머그에 커피를~ 

아.. 이 사진을 보니 오늘 간식으로 틴틴에게 찰떡을 싸준다는 것을 깜빡했다.

커피의 색깔을 다음과 같이 나오는데, 보기에는 그냥 그렇지만 맛은 풍미가 싶고 쌉싸름한 것이.. 나름 괜찮다.  에스프레소 기계 없이 집에서 만드는 라떼로는 나름대로 최고가 아닐까..하는 나의 자만.. ㅋ

찰떡을 먹고도 간식욕구가 덜 채워진 나는 진저오트케잌 두개를 더 냠냠.

우리 아이의 첫 통잠으로 충분한 유축을 한 덕에 즐겼던 우리의 여유로운 티타임!!  그날 뽑은 우유는 우리 아이 한끼 충분히 먹고도 남지 않을까 기대되었으나 생후 10주가 지나면서 입맛이 급 까다로워진 우리 아이는.. 아주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고서는 젖병을 거부하고 있는 탓에 절대 이 우유를 빨지 않아서.. 결국 이날 뽑은 우유는 그날 저녁 우리 아이의 목욕물에 섞여서 우리 아이가 모유목욕을 하는 호사를 누리게 해줬다는 후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