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출산 후 석달만에 처음으로 자연을 만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9. 22:15

오늘은 큰 맘 먹고 아침 산책을 했다. 

나의 15분 산책으로 시작했던 2월 중순의 산책과 운동은.. 블로그에 기록된 2월 20일을 끝으로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밤마다 아이의 극심한 배앓이로 내 수면량은 더 부족해졌고, 그러다 보니 아침에 도저히 산책이고 뭐고 할 기운은 커녕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게 2월 20일 이후 자발적 자택 감금상태가 3월이 되도록 지속되었다. 

이 상황에 너무 마음이 아팠던 틴틴은 자꾸만 나에게 자기가 도울테니 산책 좀 하고 바깥 공기를 좀 쐬라고 한다.  며칠전 그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집 앞을 10분 가량 산책했는데, 정말이지.. 10미터도 안 가서 너무나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을 틴틴의 마음을 생각해서 꾸역꾸역 걸어 겨우 10분을 채웠다.  그리고.. 또 며칠을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큰 맘먹고 아침부터 집을 나섰고, 그렇게 집 근처를 약 40분 산책했다.  

오늘 산책의 테마는 "자연" 그리고 "봄"이다! 

집 앞을 일단 나서기는 했는데..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오늘은 강을 따라 나 있는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2월에는 사람사는 모습이 보고싶어서 도로를 따라 걷고, 시내를 가고 했으니, 이번에는 자연 속으로 가보자!  

최근 쏟아져내린 눈으로 황폐화가 되어 있는 강 주변.  한껏 올라있는 강수위.  그 강 위를 유유히 떠도는 백조 두 마리를 만났다.

둘이 나란히 헤엄도 치고,

둘이 나란히 오리도 만나고,

둘이 나란히 물고기도 잡는다~

그렇게 백조를 구경하다 도착한 메도우.  겨울의 황량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임신 중에 가장 자주 찾은 산책로였는데.. 작년 11월이 마지막 산책이었던가.. 그 때의 모습과는 사뭇다른 느낌.. 우울한 느낌이다.. ㅠ

왠일인지 사람도 없고 보트도 없고.. 아래와 같이 땅두더지가 파헤쳐둔 흙더미들 뿐.

영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이게 땅두더지굴인지도 몰랐다.  누가 흙을 파헤쳤나.. 했더니.. 두더지라 하더라는..

그렇게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솔길의 나무에 새싹도 열리고 꽃도 피었다.  아.. 봄이구나!  겨울에 아이를 낳고 우리 아이가 세달이 되는 동안.. 이곳에도 비로소 봄이 왔구나!

이름모를 나무며, 꽃들이여.. 고맙다.  내게 봄을 일러줘서..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틴틴의 품에 잠들어있는 잭.  아이가 배가 고파서 찡찡 울어대서 분유를 줬더니 겨우 20밀리 정도 먹으며 목만 축이더니 잠이 들더란다.  오늘로서 우리 아기 태어나서 네번째 분유를 마셨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분유가.. 참.. 편리하긴 하다.  모유는.. 더 편리하지만.. (단, 엄마가 반드시 아기 옆에 있어야 한다는 점만 빼고!)

이렇게 아기의 배고픔 신호를 읽어내고, 아기를 재울 수 있는, 그리고 잠든 아기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레 바닥에 뉘일 수 있는 틴틴, 그대는 진정한 아빠요!  틴틴이 아기를 바닥에 잘 뉘어준 덕에 나는 아침도 잘 먹고 오늘의 육아를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고생스러웠던 첫 한달의 셀프산후조리와 그에 이어진 계속된 공동육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공짜 고생은 없나보다.  고생스러웠던 시간들 덕에 이렇게 얻어지는 것들이 있으니..! 

틴틴은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번달 나를 반드시 7회 이상 산책/외출/운동을 하도록 할 거란다.  내가 집에만 처박혀있는 게 많이 마음이 아픈가보다.  나는 내가 알아서 내가 하고싶을 때 하도록 할테니 강요하지 말고 집착도 하지 말라고 틴틴에게 말은 했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을 알게 된 이상 그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힘들더라도 산책도 하고, 기분도 좀 전환하고.. 할 수 있도록 다시금 노력해야겠다. 

아.. 끝없는 여러 도전의 연속이여, 바로 그것이 육아 라이프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