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로그에 영국에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 방문객들이 종종 있는데, 오늘의 포스팅은 바로 그들을 위한 포스팅이다.
영국에서는 임신 사실을 병원에 가서 알리면 가장 먼저 임신 관련한 여러 서류가 철되어 있는 푸른색 폴더를 준다. 그것을 소위 "Blue Notes" 혹은 "Maternity Notes"라 부른다.
임신 중에 임신과 관련하여 조산사를 만나거나 의사를 만날 때는 항상 이 블루노트를 가져가야 한다. 그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Did you bring your blue note?"이므로.
이 블루노트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산모수첩인 셈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상당히 방대하다. 내가 매번 조산사를 만나거나 의사를 만났을 때 일어난 미팅에 대한 간략한 노트부터, 그 때마다 측정한 내 배 길이 및 체중, 내 혈액검사 결과지, 아기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각종 검사에 대한 결과지들이 모두 꽂히게 되고, 출산 계획서도 그 안에 들어간다. 그러니 한국의 산모수첩보다는 훨씬 클 수 밖에 없는 굉장한 내용물의 산모수첩인 셈이다.
영국의 대형산모수첩 이야기 보러가기 --> http://oxchat.tistory.com/114
당연히 아기를 출산하러 병원에 들어갈 때도 이 산모수첩을 당연히 갖고 가야 하는데, 그 다음부터 바로 이 미스테리가 시작된다. 출산하러 병원에 들어가면서 조산사에게 내 블루노트를 주고 나면, 출산 후에 병원 입원 중에도 간호사들이나 조산사들이 가끔 내게 와서 "네 블루노트 어딨어?"라고 물을 때가 여러번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퇴원시까지 내 블루노트를 직접 보지 못한 채 어영부영 퇴원하게 된 것. 내 블루노트, 내 산모수첩이 사라졌다!!!
며칠 뒤 아기 황달 때문에 입원 준비를 해서 병원에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을 때, 이 때다 싶어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나: "나 출산 후에 퇴원하면서 내 블루노트 못 받았는데, 그거 어디가면 받을 수 있어?"
간호사: "응, 그거 너 안 줘. 병원에서 보관해. 니가 못 받은 게 아니라 원래 너한테 안 주는 거야."
헉...
"왜???" 라고 물어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끝내 아쉽더라는.. 나중에 의사나 간호사, 조산사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물어봐야지.. 왜 내 임신 중의 모든 기록이 담겨있는 기록물을 나에게 주지 않고 병원에서 가져가는 것인가!! 왜!
영국 병원은 비록 틴틴이 세금과 의료보험료를 내고 있고, 나 또한 비자 발급 시 보험료를 내긴 했지만 이렇게 공공 재원을 통해 운영되는 서비스라 그런가.. 내 임신 중의 자료 또한 공공재로 보관하는 것인가? 나의 모든 기록들이 그렇게 한순간에 내 품에서 사라지니.. 그게 좀 아쉽더라는..
영국에서 출산을 앞두고 계신 다른 임신부들의 경우, 자신의 기록을 간직하고 싶다면 출산 중에 틈틈히 photocopy를 해 두거나 사진이라도 찍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오늘은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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