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우리 아기 생후 13주의 놀라운 변화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12. 20:42

오늘의 글은 우리 아기 생후 3개월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여러 변화들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이런 글은 쓰기가 망설여진다. 

아기의 배앓이 때문에 아기도 나도 남편도 함께 고생하며 밤잠 설치던 중, 다른 한국인들의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생후 50일에 "50일의 기적"이라며 아이가 5시간씩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는 글부터, 다른 모유수유 산모들이 3시간에 한번씩 수유한다는 이야기 등을 보면서.. 5시간은 커녕 3시간짜리 잠도 자 본 적 없던데다가, 한시간이 멀다하고 젖을 찾는 우리 아기로 인해.. 굉장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르몬 탓인지 "나만 이런 힘든 상황에 있는건가.."하는 강한 좌절감으로, 또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자칫 나의 이런 글이.. 아직 힘들어하는 다른 육아동지들에게 혹여라도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될까봐..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나를 위한 기록으로서.. 그리고, 혹여라도 나와 같은 상태에서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보며 좌절감을 이미 느끼고 있거나 느꼈을 육아동지들에게.. 언젠가.. 누구에게든.. 그런 날이 오기는 올 수 있다고.. 다만 그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 그런 이야기라도 하고픈 마음에 조심스레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우리아기 생후 약 10주까지의 상태 요약

  • 수면: 3시간짜리 잠이 거의 없었다.  첫달에 가끔 있었는데, 이후에는 배앓이가 더 심해지면서 길어야 2시간 반이 가장 긴 잠이었고, 그런 긴 잠 이후 2시간, 혹은 1시간 반, 혹은 1시간 간격으로 깨서 밤중 수유가 이루어졌다. 
  • 야간수유:  밤중 수유 자체는 첫 달에는 아주 길었지만 점차 줄어 셋째달이 되면서 상당정도 짧아졌다.  그러나 수유 후 트림을 시키고, 배앓이로 인해 아기 응가를 도와주느라 수유 후에도 한시간씩 깨어있는 일이 많았다.
  • 낮잠:  첫달, 아주 아기때는 낮잠을 잘 잤는데, 둘쨋달이 되면서 낮잠이 현저히 줄었다.  배가 아프고 속이 불편한지 졸려하면서도 애가 잠에 들지를 못했다.  대신 우리 아이는 자신의 부족한 낮잠을 수유 중에 자면서 보충하는 듯했다.  놀랍게도 아기들은 자면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나만 늘 잠이 부족한 신세!  

생후 10주 이후, 점진적으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저녁에 목욕을 하고 나면 3시간을 넘게 자는 일이 가끔 있어서 우리는 힘든 목욕이었지만 목욕에 점점 재미를 붙였다.  유산균을 먹이며 낮배앓이는 꽤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낮잠을 너무 자지 않았고, 밤 배앓이는 심해서 늘 남편이 "아빠 화장실 의자"에 앉혀줘야 했으므로 남편도 밤마다 두세번은 꼭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생후 12주까지 밤 수면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한번은 첫 긴잠으로 4시간을 자더니, 어느날은 5시간을 자는 기록을 만들었다.  그렇게 차차 변화가 일어나더니, 급진적 변화는 바로 생후 12주가 지난 후인, 생후 13주차에 일어났다!

생후 13주차 (2018년 3월 5일-11일) 에 일어난 급진적 변화

  • 수면:  갑자기 길어졌다.  어느 밤 아기가 5시간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고, 6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더니 자그마치 6시간 58분을 자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장작 7시간 반을 자고, 그 다음날도 7시간 반을 자서 우리를 놀라게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아기가 숨을 쉬는지 확인했고, 그리고 이 아기를 깨워야 하나 마나를 고민하다가..육아서적을 찾아보니 이 시기에는 8시간까지도 수유 없이 밤잠을 잘 수도 있다고 하는 내용을 확인, 그대로 아기를 자게 뒀다.  남편은 꿀잠을 자고 컨디션을 많이 회복했고, 나는 여전히 3시간, 2시간 쪽잠에 익숙했던 터라 잠이 한번 깨면 재입면을 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었다.  수유를 하지 않아 퉁퉁 부은 가슴 때문에 밤중에 유축도 자주 해야 했던 것은 덤.  게다가 아기가 밤중에는 여전히 배앓이 때문인지, 크느라 그런 것인지 낑낑 대는 소리를 너무 많이 내서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래도.. 나 또한 밤잠이 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긴 잠이 가능했던 이유로 우리는 우리 아기의 큰 덩치 덕분이 아닌가 추측.  몸에 저장된 (?) 에너지가 많다 보니 수유 없이 긴 잠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리고 우리 아기는 배앓이로 인해 밤잠이 매우 짧긴 했지만 밤중 수유는 무슨 이유인지 저절로 상당히 짧아지고 있었기에 수유를 건너뛰는 일도 생각보다 일찍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  수유시간은 짧았으나, 배앓이로 끙끙 앓느라 잠을 못잤던 우리 아기와 우리 부부였는데, 아기의 배앓이가 어느정도 좋아지면서 밤 수면의 질도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아기의 큰 덩치로 인해 허리가 매우 아픈 것은 안 비밀... (세상에 뭐든 공짜는 없고,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아기도 없다!)
  • 야간 수유: 처음 며칠은 밤중에 한번, 이른 새벽에 한번 수유를 하더니, 어제는 좀 늦게 잠든 탓인지 이른 새벽에 한번 수유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고는 낮 내내 배고파 하긴 했음ㅠㅠ) 그리고.. 이제는 다시 밤에 한번, 이른 새벽에 한번.. 그래도 밤중 수유가 1회가 줄어든 현상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 낮잠:  이 부분 또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난 부분!  우리 아이는 아기치고 너무 낮잠을 자지 않아서 나는 늘 "잭, 너는 아기가 이렇게 낮잠을 안 자도 되는거니?!"라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다그치곤 했다.  길어야 하루에 45분짜리 짧은 낮잠만 한번 자거나, 1시간 정도 자는 게 전부였기 때문.  그리고 틈틈히 15분짜리 쪽잠을 몇번 자는 게 전부라.. 밥 한끼 편히 먹기가 힘들었다.  그랬던 잭이 지난주 생후 13주에는 낮잠을 한번 잤다 하면 45분짜리 자는 것은 기본이요, 오전에도 한번 낮잠을 자고, 오후에도 낮잠을 자는 게 아닌가!!!!  (대신 잠투정이 심해져서 안아줘야 자는 탓에 아기를 안느라 몸이 힘들어지고 있다 ㅠ)

이게 사실.. 다른 아기들에게는 이미 당연한 일과였을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귀하고 큰 변화였다.  낮잠을 그렇게 자니 나는 혹시 얘가 어디 아프나, 얘를 깨워야 하나 어쩌나 또 고민을 했다는..  그런데 육아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애가 이렇게 자는 시기가 있다고.. 클려고 그러는 거라고 한다.  애가 낮잠을 간혹 자니 이렇게 블로그를 쓸 시간이 생겼다!

갑자기 낮잠을 많이 자기 시작한 잭
  • 낮 수유: 이 부분도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난 부분이다.  모유수유 아기들은 정확한 모유 섭취량을 측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많이 먹는 아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체중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딱 50%로 평균으로 태어난 우리아기는 생후 한달반까지 평균에 머물렀는데, 두달, 석달이 되면서 상위 99%에 가까운 체중으로 몸을 불렸다.  한시간, 한시간 반마다 매번 젖을 먹으니.. 나는 우리 아기가 적게 자주 먹는 아기인가..하고 짧은 수유간격에 힘들어했는데, 우리 아기는 자주 그냥 많이 먹는 아기였던 것!  그랬던 우리 아기가 13주부터는 갑자기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아기처럼 먹는 걸 찾지 않는 게 아닌가!  총 수유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 20분에, 심할 때는 6시간, 7시간을 넘은 적도 있었는데, 13주에 들어서며 갑자기 하루 총 2시간을 찍더니, 그 다음날은 2시간 밤, 그 다음날은 3시간.. 다시 회복하나 했더니 총 수유시간이 길어야 3시간 남짓이다.  이제는 이전처럼 몸을 많이 불릴 필요는 없기 때문인지 젖을 자주 찾지도 않고, 먹는 힘도 좋아져서 짧게 더 효율적으로 먹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먹으면 스스로 젖을 빼고 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수유시간도 짧아지고 간격도 조금 길어지니 정말.. 살 것 같다.  나는 육아에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모유수유와 아기 트림시키기 (무거운 아기를 들고 내리고 해야 하다보니 ㅠ) 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 정도 (하루 총 3시간 남짓)의 수유시간이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인지 모른다.  이제야 다른 아이들과 같은 정도의 수유시간과 수유간격으로 맞춰진 것인지도..  어쨌든 우리 아기는 이전의 수유시간이 지나치게 길었고, 수유간격도 좁았고, 그랬던 만큼 몸집도 급격히 커졌다.  그러다 보니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감격적인 변화로 다가온다!

오늘로 우리 아기는 13주 2일이다.  아직도 우리 아기가 생후 14주차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언제 4주 되나 그토록 기다리고, 6주는 되어야 내 몸이 최소한의 회복을 한다해서 언제 6주 되나 그렇게 기다리고.. 언제 50일되나.. 기다리다가, 어느새 12주가 되더니, 우리 아기의 백일이 다음주로 성큼 다가왔다!  힘들지만.. 시간은 잘 간다.  놀랍게도 말이다. 

이제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백일을 즐겁게 축하하고, 다음 단계인 우리 아기 목가누는 단계, 스스로 앉는 단계이다.  현재 우리 아기는 8.2-8.4kg 사이의 체중이다.  우리집 체중계가 아날로그인 관계로 8.5킬로로 측정되었지만 남편은 극구 그건 아닐 거라고 부정한다.  그래서 합의한 몸무게가 8.2-8.4라는.. 어쨌든 이 큰 아기가 아직 자기 목도 못 가누니, 159센치의 단신인 내가 아기띠에 아기를 앞으로 매고 재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내 허리와 목은 물론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목만 가눌 수 있게 되면 등에 포대기를 할 수 있을테니 지금보다는 낫겠지.. 트림도 좀 더 쉽게 시킬 수 있겠지.. 생각하니.. 어서 우리 아기가 목을 완전히 가눌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에.. 오늘 오전도 tummy time으로 시작!

고된 목들기 훈련 중인 잭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손!!!)

* * *

아직 아기의 심한 배앓이와 짧은 밤/낮 수면시간, 짧은 수유간격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육아동지가 있다면..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지난주 몇일 좋았지만 늘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또 육아선배들에 따르면 이 좋은 시기도 그리 길게 지속되는 것은 아니니 현재를 즐기라고 한다.  또 한 언니는.. 아기때 그렇게나 엄마를 편하게 해주던 아기였던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그렇게 말썽을 피우더라는... 이야기도..  언제 힘들어도 힘들고, 언제 나아져도 나아지리니.. 결국.. 육아는.. 인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