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셀프산후조리,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

우리 부부가 함께 한 출산 후 첫 한달을 평가해보자면 전반적으로 "힘들었지만 할 만 했다", 그리고 남편의 경우 "아이와의 유대가 생기고 아이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혹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아기 출산 후 부부끼리 모든 것을 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우리가 미리 준비한 음식에 대한 후기, 산후 마사지, 남편과의 육아 분담 및 집안일 분담 순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임신 중 미리 해둔 음식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나마 넉넉히 음식을 해뒀기에 매일 병원을 오가면서도 잘 먹고 지낼 수가 있었고, 그 덕에 나도 남편도 그 힘든 생활을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장조림 엄청 많이

소고기 장조림과 돼지고기 장조림을 아주 많이 했다.  한번 꺼내 먹을 분량만큼씩 소분해서 냉동해둔 덕에 매번 하나씩 녹여서 며칠 먹고, 또 떨어지면 또 꺼내먹고.. 그렇게 한달인가.. 한달 이상을 넉넉히 먹었다.

미역국 엄청 많이

미역국을 둘이서 한번 넉넉히 먹을 양으로 하나씩 하나씩 담아 냉동실의 가장 큰 칸이 가득 차고도 넘치도록 미역국을 준비했다.  생각해보면 약 36인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2인분씩 168봉지 정도는 되었던 것 같으니.  그러나 그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아침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세끼니 매번 미역국을 두명이서 같이 먹어대니.. 2주가 지나자 미역국이 소진되었고, 결국 그 때부터는 다시 미역국을 끓이고, 냉동하고..를 연속했다.  한번 끓일 때 엄청 많이 끓여서 절반은 며칠 먹고 나머지 절반은 냉동.  그래야 또 몸이 아프거나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냉동 미역국을 바로 꺼내먹을 수 있으므로. 

사실 우리는 미역국을 매 끼니마다 먹지는 않았다.  출산 후 3주쯤 되니.. 너무 질려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고, 지난번 포스팅에서 보여줬듯이 그냥 오트밀이나 토스트로 아침을 먹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변비 예방과 빈혈 방지를 위해.. 최대한 미역국을 첫 한달간은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했고, 그 후에는 먹고 싶을 때만 가끔 끓여먹고 다른 때는 맵지 않은 국들을 끓여먹었다. 

피클과 장아찌

우리가 만든 유일한 저장음식.  김치를 못 먹으니 입맛을 돌게 하고 느끼함을 씻어줄 반찬으로 큰언니가 피클과 장아찌를 해 둘 것을 제안했고 그 말에 따라 2리터 병 3개 가득, 2리터 유리 컨테이너 하나 더. 이렇게 4병이 넘는 피클과 장아찌를 해뒀다.  피클은 오이 양배추 양파 무 비트루트를 넣어 만들고, 장아찌는 양파, 양배추, 마늘쫑으로. 

Tintin은 우리가 겨울에 야채를 구할 수 없는 지역에 살기라도 하는 듯이 뭘 그리 극성이냐고 속으로 생각했단다.  그러나 막상 한달간의 시간을 지내보더니 이것들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어쩔 뻔 했냐고,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했고 극성맞다고 생각한 것이 미안하단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상큼한 야채를 늘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다른 반찬이 없는 날은 그냥 계란후라이, 김에 피클과 장아찌만으로도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불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이용해 불고기 양념에 재어두었다.  돼지고기는 제육볶음 양념을 하고 싶었지만 출산 직후에는 매운 것은 피해야 할 것 같아서 둘 다 간장 양념.  사실.. 과일도 갈아 넣고 고기도 더 정성들여 양념에 재우면 더 맛있겠지만 나는 그냥 설탕, 간장, 마늘, 후추 정도로 초간단 간장소스로.  

출산 초기에는 요리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오히려 더 요긴했다.  냉동야채들을 이용하여 야채를 더 넣고, 미리 불려둔 당면도 넣고.. 가끔 별미로 먹고 싶을 때는 따뜻한 물에 불려둔 떡까지 넣어서 고기가 듬뿍 들어간 궁중떡볶이 시늉도 내어 보았다. 

돼지고기 닭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안심과 닭고기 안심으로 돈까스를 잔뜩 만들어 냉동해두었다.  "밀가루-계란-빵가루"만 뭍힌 뒤 서로 붙지 않도록 랩으로 한겹 한겹 쌓았고, 그것들을 큰 봉투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  

돈까스는 아무리 기름을 적게 써도 기름질 거라는 생각에, 모유수유에 기름진 음식은 좋지 않다고 해서, 그리고 초기에는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도록 권장하길래 우리는 돈까스는 출산 3주 정도 되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한 것 같다.  다른 것 먹을 것 없을 때 유용했고, 가끔 냉동야채만 넣고 만든 카레에 돈까스를 곁들이면 한끼 식사로도 좋고 남은 음식은 틴틴의 회사 도시락으로도 싸 가고.  담백한 닭고기 안심이 출산 후에는 좀 더 땡겼고, 가끔 돼지고기를 먹어주면 진짜 돈까스 먹는 기분이 나서 좋았다.

잡채 6봉지

둘이서 한번을 넉넉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잡채를 6봉지 냉동했다.  큰 솥 두 곳에 잡채를 두번해서 모두 냉동시키면 서운하니 바로 한끼는 맛있게 먹고 남은 것들은 넉넉한 2인분씩으로 소분하여 담으니 딱 3봉지가 나왔고, 그것을 딱 두번하니 총 6봉지!  먹을 게 없을 때 하나씩 전날 미리 냉장고로 옮겨뒀다가 먹기 전 전자렌지에 충분히 데워먹으면 나름대로 별미.  잡채에 고기며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잡채만으로도 나름대로 괜찮은 한끼 요리가 되었다.  나름대로의 별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잡채.

주변에서 도움받은 음식

이 음식들에 더하여 첫 주에 한 언니가, 둘째주에 또 다른 언니가 각각 맛난 국과 반찬들을 해다줬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음식들 (물김치, 동그랑땡, 두부조림 등)이라 더더욱 별미였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너무나 부담스러워하는 우리지만, 이런 때만큼은 주변 도움 받으라는 친언니의 강한 조언이 있었고, 그리하여 언니들이 음식을 해다주겠다고 호의를 제공했을 때 "네, 그러면 너무너무 좋죠!  감사해요!" 라고 인사했더랬다.  두 언니들이 해다준 음식들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 너무 많고 다양하고 맛있었고, 우리는 좋은 차를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직 다른 한 언니에게는 반찬통과 그 차를 전달하지 못했지만 ㅠ 

산후 마사지

나는 출산 전에도 이미 7-8년간 근육계 질환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전력이 있다.  레이디가가가 앓는 것으로 각종 매체에 보도되면서 더욱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병을 나도 앓았더랬다.  그 병은 완치의 개념이 없이 꾸준히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병이기에, 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가족들은 내 건강이 과연 임신과 출산, 양육을 모두 버텨낼 수 있을지를 우려하기도 했다.  사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어쨌든 그 영향으로 건강관리는 내게 직업이나 다름없는 일로 자리잡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왔지만 출산 후의 골반과 허리 통증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그 몸으로 남편과 둘이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아기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를 데리고 추운 겨울날 병원을 오가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는 모유수유를 어떻게든 하다보니 닷새쯤 지났을 때인가 허리가 찢어질 듯 아프고 온 몸이 죽을 듯이 아팠다.  몸은 피곤해죽을 지경인데 너무 아파서 잠들 수가 없는 괴로운 상태.  오랫동안 경험해 본 느낌이었지만 출산 후 내 호르몬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그런 통증이 닥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급기야 나는 "틴틴, 나 너무 아파서 잘 수가 없어 ㅠㅠ" 하고 울어버렸다. 

그날로부터 틴틴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수건을 전자렌지에 데워 스팀타올을 이용해 내 등과 허리 골반을 마사지해주었다.  어떤 날은 아침 점심 저녁이 되기도 했다.  남편의 그 마사지가 없었더라면 산후 12주가 되는 오늘날까지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고, 내 건강과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대단한 마사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팀타올은 그것을 아픈 부위에 올려주는 자체만으로도 근육의 통증을 낮춰주는 효과가 아주 좋기 때문이다.  타올을 올리고 그 위로 아픈 부위를 꾹꾹 눌러주고, 타올이 식으면 타올을 제거한 후 맨 살 위에 살살 마사지를 해주면 그걸로 끝.  통증이 강해서 괴로울 때 바로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니 통증완화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남편들의 산모 마사지 강추!

남편과의 육아 분담

바닥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느라 그런 것인지, 매일 병원을 오가서인지, 그저 몸이 약해서인지 내 회음부의 봉합이 다 튿어지고 염증까지 생기고, 골반과 허리의 통증도 너무나 극심해서 그 때부터 기저귀 갈기는 전적으로 남편 몫이 되었다.  사실 남편은 서툴렀고, 그래서 아기의 기저귀는 늘 새기 마련이었고, 기저귀에서 소변이 새는 바람에 매번 옷을 갈아입혀야 했고, 그말인 즉슨 빨래도 더 자주 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련의 서툼에 대해 나는 잔소리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그게 서툴러 보인다고 내가 나설 수 있는 신체적 상태가 아니니.. 저렇게 서툴러서 옷을 갈아입혀야 해도 그것도 틴틴의 몫이니.. 틴틴이 하는 대로 두자.. 는 것이 나의 정책.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틴틴의 기술도 나아졌고.. (사실 아주아주 느리게ㅋ), 그 덕에 기저귀가 새는 빈도도 조금씩 줄었다. 

몸이 좀 회복되고 나서는 기저귀 갈기에 나도 동참하고자 했으나 (왠지 나는 더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도 있었다 ㅋ), 틴틴은 자기가 출근하고 나면 내가 하루종일 해야 할테니, 출근 전까지는 본인이 계속 도맡아하겠단다.  그렇게 틴틴은 출근 전날까지 열심히 기저귀를 갈았고, 점점 기저귀 마스터가 되어갔다.

기저귀 갈기를 도맡던 틴틴도 3주쯤 지나자 본인도 허리가 너무너무 아프다고 그제야 참고있던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우리는 당장 기저귀 보드를 구입했다.  그 결과는? 대만족!! 우리의 등골 세이버가 되어준 고마운 가구!!

기저귀 보드 구입기 보러가기 -> http://oxchat.tistory.com/237

집안일 분담

밥을 차리는 일도 내가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산후 5일째 부터는 모두 틴틴 몫이 되었다.  일단 적어도 내가 회복하는 산후 2주차까지는.  대신 그 이후부터는 미역국도 동나고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내가 담당했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의존했다.  영국은 왠만한 집들은 모두 식기세척기가 있는데, 주변에서 아이를 낳고 나면 식기세척기에 아주 감사하게 된다고 하더니.. 우리도 그랬다.  

빨래는 함께 했던 것 같다.  빨래에는 힘든 부분이 별로 없으니.. 

식재료 구입은 죄다 온라인으로.  무조건 배달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총평

그렇게 4주가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고, 그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나는 짧은 산책도 감행했다.  첫 산책은 집 떠나서 10분만에 맘마를 찾는 아기 때문에 바로 돌아와야 했고, 두번째는 45분간의 산책 성공.  얼마나 살 것 같던지.. 그 날의 그 기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달간, 우리는 서로 알게된 이후 처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가장 많은 것을 함께 했으며, 서로에게 아주 많이 의존하는 시기였다.  사실 기간 중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러나 웃을 일은 더 많았다는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틴틴은 그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육아노하우가 이렇게 생길 수 없었을 거라고, 우리 둘이서 힘들기는 했지만 둘이서 하기를 잘 했다고 이야기한다.  둘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온 친구 커플에게도, 친정 어머니가 오시기 전에 남편과 둘이서만 아이를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좋은 생각 같다고 조언해주기도 했으니. 

한달의 시간 이후 직장으로 복귀한 틴틴.  직장 동료들은 틴틴을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상태가 멀쩡하냐면서 놀라더란다.  사실 틴틴은 그 첫달 잠을 잘 잤다.  비록 토막잠이어도 가끔 9시간에서 11시간까지 자는 날들이 가끔 있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에 대부분 틴틴도 함께 자고, 아이가 수유를 하느라 잠을 못 자는 시간에도 틴틴은 잠을 잘 수 있었으니.. 결국.. 한 밤중의 잠은 틴틴이 가장 많이 잔 것!  ㅋㅋ 이 사실은 현재도 유효하다.  아이와 내가 수유를 하느라 잠을 못 자는 시간에도 틴틴은 잘 수 있으니.. 그러나 여전히 여러 사정으로 인해 밤중 기저귀 갈기는 틴틴 담당.  많은 것을 함께 하는 고마운 틴틴, 고마운 잭 아빠이다.  이런 남편의 육아분담이 없다면 우리 둘만의 독립적 육아가 불가능하리라.

셀프산후조리 한달을 무사히 마치고.. 이후에 닥친 것은.. 우리 둘 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래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일이라고 육아선배들이 그리도 경고를 했던가!  우리의 식단은 열악해졌고, 아이는 또 아팠고, 아이를 돌보다가 나도 아팠다.  그렇게 우리 둘이 아프니 틴틴도 아팠다.  그렇게 서로 먹이사슬처럼 엮인 우리들의 둘째달, 셋째달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아이를 낳을 때도 울지 않았던 나로 하여금 첫달, 그 산후조리기간에 눈물짓게 한 것은 다름아닌 모유수유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바로 이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던 모유수유의 어려움에 대해, 내가 겪은 고초에 대해, 그리고 그 과정을 겪으며 내가 얻은 팁들에 적어볼까 한다.  다음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