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셀프산후조리의 장점과 단점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16. 17:28

우리와 같이 해외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부부들 중 현지에서 다른 가족의 육아 지원을 받을 수 없거나, 한국에 있다 하더라고 주변에서 도와줄 가족 친지가 없는 경우,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부부 둘이서만 특별한 산후조리 기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하여 우리가 경험한 셀프산후조리의 장단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힘들기는 하지만 확실하면서도 강력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혹은 본인들이 원해서 부부끼리만 산후조리 기간을 보내고자 하는 경우 얼마든지 그렇게 할 만한 값어치는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부부의 셀프산후조리 기간

준비기간:  임신 33주 가량부터 열심히 음식 준비.

부부만의 시간: 2017년 12월 9일 출산, 12월 10일 퇴원한 날부터 2018년 1월 10일, 딱 한달.

셀프산후조리의 장점

1. 남편의 육아스킬 연마 기회: 기저귀 마스터가 되다!

이 시기에는 나의 몸이 덜 회복되었기 때문에 남편이 육아에 충분히, 아니 나보다 더 하게 동참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남편이 자연스럽게 육아스킬을 터득하고 연마하게 된다.  틴틴의 경우, 집안에서 막내이다 보니 아기를 돌보아본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기를 가까운 주변에서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틴틴은 "왜 아기들은 밤에 우유를 먹어야 돼?  그냥 죽 자게 하면 안 돼?  밤에 우유를 꼭 줘야 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해봤고 그래서 나는 "응.. 한번.. 주지 말고.. 있어봐.. 어떤 일이 벌어지나..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우유 안 주고 못 배기는 상황이 올거니까..ㅋ" 라고 했다.  그렇게 육아에 '이응'자도 모르던 틴틴은 아기가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기저귀를 갈아보고,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를 들어올리고, 내려놓고, 아이를 재우고.. 등등을 하면서 육아의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몽실, 나 이러다가 기저귀 마스터가 될 것 같은데?  기저귀 마스터!" 하면서 자신의 기저귀 갈기 기술이 나아지는 것에 대해 기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아기가 수유 중 잠이 들면 아기 트림을 시키고 아기를 침대에 뉘이는 것은 틴틴이 담당하고, 틴틴이 집에 있을 때는 기저귀는 늘 틴틴 담당, 외출 중에도 기저귀는 틴틴이 담당한다.  젖량이 부족해서 분유를 먹여야 할 때도 틴틴이 담당 (젖 먹이는 것만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쉬워하던 틴틴은 분유를 먹이는 상황이 오면 좋아한다.  첫 분유 수유 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줬더니 카톡 프로필을 당장 그 사진으로 바꾸더라는!!)

유의할 점:  부인의 인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부부 같은 경우 틴틴은 나보다 조금 덜 꼼꼼하고, 아기돌보기 경험은 전무하다 보니 (나는 늦둥이 남동생이 있었던 데다가 언니들이 어린 조카들 키우는 것을 주변에서 본지라 그래도 본 것은 있었는데), 기저귀를 제대로 채우지 못해 늘 소변이 새고, 옷 갈아입히는데는 시간이 더 걸렸고, 대소변을 제대로 닦아내지 않아서 기저귀 발진이 쉽게 생겼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도 절대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구든 처음에는 서툰 법이니!  결국 소변이 새면 다시 옷을 갈아입히는 일도 틴틴의 몫이고, 이렇게 실수해가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쳐야 하기 때문에.. 속은 터질 것 같았으나..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며.. "수고했어!"라는 말로 남편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좀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주되, 남편을 윽박지르거나, 무안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시간은 걸렸지만 스스로 자기가 뭘 잘못 하고 있는지 인지하게 되었고, 실수를 스스로 바로 잡았고, 이제는 나보다 기저귀 교체나 옷 갈아입히기를 아이에게 하나의 놀이처럼 재미있게 해주는 가히, "기저귀 마스터"로 자리잡았다. 

사진: 베이비 클리닉에서 아이 체중 체크를 위해 아기 옷과 기저귀를 벗기는 틴틴

2. 부부 관계 발전

셀프산후조리 기간은 부부간의 연대감과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둘 간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들어준다.  출산 후 내가 겪어가는 일련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고스란히 옆에서 함께 하고, 틴틴이 직장 복귀 후 내가 도맡게 될 육아가 수반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틴틴이 몸소 체험함으로써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도 더 큰 배려를 받고 틴틴에 대한 고마움이 더 생기게 되었다.  또한 둘만의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되어, 가끔 아기의 낮잠 시간에 우리 둘이 차 한잔을 할 때면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오늘도 틴틴은 아기 오전 낮잠 시간에 둘만의 시간이 생기니 "우리 둘이 있으면 데이트할 때 같은 느낌이 들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안 싸우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에도 투닥거리하며 나는 울고 남편은 달래고.. ㅋ)

3.  아이와 남편의 친밀감 증대

이 시기야말로 남편에게는 아이와 같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기.  남편은 이 첫 한달을 아이와 함께 함으로써 아이와 첫 정이 깊게 든다.  확실히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데 필요한 필수기술들을 초반에 연마하게 됨에 따라 이후에도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 또한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하고 친밀함이 증가하는 것 같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남편이 점심시간에 전화를 할 때면 늘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데, 유독 아빠의 목소리에는 아이가 귀를 쫑끗하고 들으며 연신 미소를 날려서 나를 놀라게 한다.  덤으로 아기와 아빠가 함께 하는 이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다!

사진: 요즘 가장 좋아하는 놀이감인 모빌도 제쳐두고 아빠에게 옹알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잭과 그 모습에 행복한 틴틴

4.  향후 남편의 육아 참여 증가

위의 세가지 요소 덕분에 결과적으로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진다.  남편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만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시간이 지남에따라 계속해서 체감하게 되고, 그 결과 나를 배려해서, 또 본인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육아에 많이 참여하게 된다.  남편이 직장에 복귀한 뒤에는 내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남편은 아침 저녁으로 잠깐 보는 게 전부이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기술이 나보다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달에 연마된 기술과 자신감, 그리고 아이와의 친밀감 덕분에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와 의욕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덕에 얻어지는 것은 나의 확실한 Baby free time, 내가 아기로부터 떨어져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Baby free time (아기로부터 자유로운 시간)

영국에서도 엄마가 "아기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산후우울증 예방을 위하여.  

우리 부부의 경우,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그 때부터는 아이와 아빠의 시간이다.  나는 아이를 남편에게 넘기고 바로 부엌으로 들어와 저녁을 준비하면 그 때까지는 남편이 아이와 놀다가, 그 때도 아이가 자지 않으면 아이를 안고 함께 밥을 먹으며 교대를 하고, 아이가 잘 경우 둘이 함께 밥을 먹다가, 아이가 깨게 되면 그 때도 아이는 남편이 돌보고 나는 설거지를 한다.  나는 결국 남편 퇴근 후에는 육아업무에서 집안일을 도맡게 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baby free"한.. 아이로부터 분리되고 떨어져있는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정신적으로는 피로감을 좀 날려버릴 수 있다. 

셀프산후조리의 단점

1. 돌발상황 대처의 어려움

산후 조리 중의 돌발상황은.. 결국 아이나 산모가 아픈 것.  부부 단둘이서만 조리를 하다보니 아이나 내가 아플 때 주변 도움이 없어서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외국에 살다 보니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장 달려와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가 없다 보니.. 더 그렇다.  

우리도 아이와 내가 아픈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편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우리는 부부 둘 뿐인 와중에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아이 피 검사를 해야 했고, 나도 항생제를 열흘간, 아이는 항생 안약을 일주일 복용하기도 했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서글프고 힘들어지는 법.  그래도 우리는 함께 대화하고 서로 으샤으샤 응원하며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2. 가끔 몰려오는 서러움

출산 후 호르몬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우울증이 왔다가 갔다가 또 왔다가 가기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부부 둘이서만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위에서 열거한 장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호르몬의 힘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하다.  조금 힘든 상황이 오게 되면, 그리고 그 때 내 호르몬이 작동하게 되면 괜히 주변에 도움도 못 받고 우리 둘만 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아서 서러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특히 모유수유 때문에 힘들 때도 그러했고, 유선염으로 열이 39도를 넘어 펄펄 끓을 때, 그 와중에도 밥은 해야 하고, 아이는 돌봐야 했을 때.. 그 때는.. 정말 서럽더라.  그러나.. 옆에서 지켜주고 지지해준 남편 덕분에.. 이런 서러움도 결국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육체적 어려움

부부 둘 다 몸이 너무 고되고 좀 쉬고 싶은데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점.  그것이 정말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특히 아기가 13주가 된 지금까지도..  지난주에도 틴틴과 함께 "아.. 잠 조금만 더 자보면 소원이 없겠다", "누가 잠깐만 애를 봐줘도 소원이 없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더라는..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고 하던데, "긴 육아에도 안 지치는 부모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첫달은.. 어떻게든 버텨내지만, 둘째달, 셋째달.. 이렇게 이어지며 아이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수면 부족의 장기화로 더해지는 육체적 고단함은.. 참.. 아쉽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  *  *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셀프산후조리의 장단점.  비교해보면 확실히 고되기는 하지만 부부 산후조리가 절대 나쁜 옵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처럼 그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커플들이 있을 경우.. 힘내라고 하고 싶다.  절대 못 해낼 게 없는 일이며, 나름대로 득도 많으니까!

다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셀프산후조리를 준비했는지 포스팅 할 예정.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