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우리아이 첫 예방접종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28. 23:33

3월 22일 목요일.  우리 아이 첫 예방접종이 있었다. 

뇌수막염을 포함하여 나는 한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이 단 하루에 3회의 주사와 1회 경구투여약을 통해 이루어졌다.  예방접종은 동네 병원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2회에 걸쳐 실시된다.  대부분 생후 8주만 지나면 첫 예방접종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당시 감기로 인해 열이 있어서 의사가 접종을 미루라고 해서 미뤘더니.. 대기가 너무 길어져서 결국은 생후 14주이자, 15주차였던 지난주에야 첫 예방접종을 맞았다.

첫 예방접종은 맞고 나면 열이 나고 아이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해서 남편은 오후 반차를 냈다.  나도 치과를 가야했기에 내 치과 진료도 하고, 아이 주사도 맞을 겸, 겸사겸사 낸 반차였다.  

우리아이의 첫 주사!  물론 그 전에 BCG도 맞긴 했으니 엄격하게 말해 첫 주사는 아니지만 3회에 걸쳐 이루어지는 돌 이전의 예방접종 세트로서는 첫 주사이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 부부와 아이 모두 알지를 못했다.  그저 평화롭게.. 평소처럼..  우리는 거실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오전근무에도 벌써 지친 남편과, 세상 편하게 남편 품(?)에서 놀고 있는 아이 (우리아이가 손깎지를 끼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는 나.

잠시 쉬었다가 우린 시간에 맞춰 병원 내 간호사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남편이 아이를 붙잡았다.  나는 아이를 안고서 주사를 맞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도 맞기 싫은 주사를 우리아이에게 맞게 하는 게 맘이 편치 않았다.  아무리 그게 좋은 주사라 하지만 ㅠ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닥칠 일을 전혀 알지 못 한 채 멀뚱멀뚱 엄마를 쳐다보는 우리 귀염둥이 잭!  먼저 경구투여약을 주입한 다음, 바로 간호사들이 양쪽으로 붙어서서 왼쪽 간호사는 연속으로 2개의 주사를 놓고, 오른쪽 간호사는 하나의 주사를 놓았다.  즉, 3번의 주사를 동시에 빠바박!!

그러자 바로 으아아앙!!!! 고막을 뚫는 듯한 울음이 터졌다!  처음들어보는 형태의 울음소리 ㅠㅠ 첫 예방주사를 사진기록으로 남기던 아이엄마 (=나)도 바로 울음이 터졌다. ㅠㅠ

희안하게도 처음 들어보는 아이의 '충격과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곧바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서 "많이 아프지?  미안해 ㅠ 엄마 아빠가 미안해 ㅠ"하며 아이를 열심히 달랬다. 

이날은 처음으로 우리 동네 아빙던에 유모차를 끌고 나간 날이기도 했다.  우리의 두번째 유모차 나들이.  예방접종을 하긴 했지만 약효가 돌아서 아이가 아프기까지는 2-3시간이 걸린다고 했기에 그래도 나온 김에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도 보았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유모차 끌고 나와서 하는 마트 장보기가 가능하다니!  놀랍고 기뻤다.  아이는 잘 진정이 되었고, 처음 와본 마트에 본인도 신기한 듯 해 보였다. 

주사로 모든 힘든 일이 끝난 줄 았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주사를 맞자마자 인근 약국에서 사온 해열제를 먹이긴 했는데, 한두시간이 지나자 아이가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서로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고 달래고, 밤새 수유를 했다.  아이가 아파서 잠에 들지를 못했다.  젖꼭지를 문채로 잠들게 한 적이 없었는데 이날 아이가 잠에 들지 못해도 잠 근처에라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젖꼭지를 내내 물게 해줬다.  토닥토닥 달래며 젖을 물리고 밤을 새는데.. 열은 내려갈 생각을 않았다.  3번 먹이라고 하는 해열제를 다 먹였는데도 열이 38.4도.. 결국 심야 전화로 전화를 걸어 의사와 상담을 했다.  정히 약을 더 먹여야 되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써보란다.  우리가 쓴 것은 파라시트몰.  타이레놀 계열인데, 이건 벌써 세번을 먹였으니 정 필요하면 이부프로펜을 먹이라는 것.  

그렇게 달래고 달래며 다음날이 되었고, 좀 낫나 싶더니 오후부터는 또 열이 오르고 하루종일 보챘다.  그 보챔은 그 다음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겨우 100일이 지났지만 몸무게로는 6-7개월의 몸무게이다 보니 6개월 미만 아이들만큼의 해열제로는 충분히 열이 낮춰지지 않은 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병원에서는 개월수가 4개월이니 그에 맞게끔 약을 먹으라 했고, 우리는 2-3일을 아이의 고열에 마음을 졸이며 시간을 보냈다. 

두번째 주사는 4주 후로 예약이 잡혔다.  그건 다행히 주사 1회로 끝날 예정이며, 열이 나는 주사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4주후에 맞게 될 마지막 주사는 다시 열이 나는 주사.. ㅠㅠ 아.. 그 때도 이번 같으면.. 정말 힘들텐데.. 벌써부터 생각하면 걱정부터 든다. 

그래도.. 예방접종으로 우리 아이.. 건강해지고 강해지는 거라면.. 견뎌야한다.  

아가야, 엄마 아빠가 너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우리 마음 이해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