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장갑끼고 아기기저귀를 갈게 된 사연

옥포동 몽실언니 2018. 3. 21. 17:49

그건 바로 영국 물이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하는 hard water, 즉 센물이라서.  물 안에 석회와 칼슘 등의 물질이 너무 많다. ㅜㅜ 

나는 원래도 손이 매우 건조하고 거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로션을 열심히 바르는 부지런함은 없는 사람이었다.  설거지도 종종 맨손으로 하곤 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한국의 물은 부드러운 물이다.

영국에서 산다고 제 버릇 남 줄까.. 그렇게 똑같이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걸레를 자주 빨 일은 없는데 (영국은 바닥청소를 걸레로 하지 않으니 결혼 후 내 손은 급격히 거칠어졌다.  아무래도 물에 손 닿을 일이 많기도 많은데, 거기에 더하여 우리가 사는 남부 잉글랜드지역 물은 특히 센 물이라 그런가 손끝이 갈라지다 못해 손바닥이 사포처럼 하얗게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당연히 화장실 다녀오느라 손을 씻고, 또 수유 전마다도 손을 씻는데, 거기에 더하여 기저귀 갈기 전후로 손을 씻으니 하루에 수십번을 손을 씻어야 한다.  그 바람에 내 손은 아이 얼굴을 쓰다듬기 미안할 정도로 거칠어졌고, 통증까지 오는 정도가 되었다. 

*이 사진은 장갑을 며칠간 낀 후에 좀 나아진 뒤의 사진이라는..

게다가 아기를 늘 만지는 손이니 아무 로션이나 바를 수도 없다.  부담없이 바를 수 있는 크림을 굳이 찾자면 아기가 먹어도 무해한 모유수유 젖꼭지 보습제인 nipple cream인데, 이건.. 아주 소량에도 가격이 비싼 편이라 이 크림을 손을 씻을 때마다 바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결국 생각해낸 방법이 장갑을 끼고 기저귀를 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열에 서너번은 손 씻을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래서 부엌에서 쓰던 장갑을 몇개 뽑아서 아래 사진의 우측 하단에서 보듯 작은 지퍼백에 담아두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뽑아서 썼다.

바로 아래처럼 생긴 장갑을 말이다. 

그랬더니.. 손이 한결 나아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결국.. 저 장갑은... 박스째 우리 거실의 체인징보드에 올라오게 되었다!

이 장갑이 아기 피부에 닿아도 안전한가 싶어 박스를 보니.. 이렇게 장갑을 낄 생각을 하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닌지 장갑의 용도 중 하나로 아기 기저귀 갈 때도 쓸 수 있다고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아, 나의 동지들이 많겠구나, 그리고 이 회사에서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괜히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해당 상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포스팅입니다!) 

사실 영국의 수돗물은 영국 정부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각 거주지역마다 해당지역의 수질 상태가 어떠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한 자료를 언제든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도 있게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시고, 레스토랑에 가면 음료를 주문하는 대신 그냥 수돗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담아서 준다.  모든 레스토랑이나 펍 등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들은 수돗물 (tap water)을 식수로 무료로 제공할 의무가 있으니 목이 마를 때 수돗물을 달라고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이런 영국의 물에 얼마나 많은 석회며 칼슘 등 잔여물이 들어있냐 하면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뭐냐고?  그렇다.  그냥 일반 가습기이다. 

아기가 감기가 걸려서 가습기를 급하게 구입하여 사용하였는데, 가습기를 돌리고 나서 이 테이블이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뽀얀 석회가루로 뒤덮여있음을 발견한 것!!!!

이걸 보고 나니..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건조한 상태로 아기 감기가 지속되는 것과, 가습기를 돌림으로 인해서 이런 석회물질을 우리 아이가 흡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답은.. 내가 알 수가 없으니.. 최대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고.. 건강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잘 먹고 잘 뛰어놀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기는 백일을 하루 앞둔 오늘도 똥을 벌써 몇번을 쌌나 모르겠다.  어제는 대변만 9번이요, 소변 기저귀까지 더 하면.. 더 기저귀만 열대여섯번을 갈았다.  기저귀 갈기 전에 손 한번 씻고, 갈고 나서 손 한번 씻고, 밥 먹거나 부엌일 하며 손에 물 닿는 것까지 생각하면.. 손이 갈라지고 아프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장갑사용으로 인해 일회용 쓰레기가 늘어나서 환경을 해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ㅠㅠ 내 손도 좀 보호하고 살자 싶어.. 일단은 이렇게 장갑을 사용하고 있다.  그 효과는?  확실히 손이 나아지더라는.. 

나처럼 손에서 물이 마를 날이 없어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글이 되었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육아의 세계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