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첫달, 우리 부부는 열심히 밥을 차려 먹었다. 살기 위해 먹었지만,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두달, 세달이 되고.. 각자 나는 풀타임 육아로, 남편은 풀타임 직장으로 둘이 함께 바빠지자.. 더이상 첫달처럼 밥상에서의 호화로움을 즐길 여유가 없어졌고, 나는 남편과 함께 먹는 저녁이 유일하게 '차려놓고' 먹는 밥상이고, 나머지는 정말.. 간단히.. 적당히.. 그러나 많이 (ㅠㅠ) 먹고 있다.
우리 부부의 출산 후 첫달 밥상 보러가기 --> http://oxchat.tistory.com/246
틴틴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너무너무 오래된 습관이다. 반면에 나는 아침을 꼭 먹는다. 이 또한 너무너무 오래된 습관이다. 아래는 나혼자 차려먹는 아침.. 반찬을 그릇에 덜지도 않고 그냥 먹는다. ㅠ 내가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고, 틴틴도 늘 저녁을 집에서 함께 먹으니.. 저 반찬들이 많아 보여도 2-3일이면 뚝딱이다. 멸치볶음 같은 경우는 일주일 정도는 가지만.. 이 밥상은.. 그마나 큰맘 먹고 주말동안 열심히 반찬을 만들어뒀을 때나 먹을 수 있는 밥상!
외국에서 살면서 밥차려먹는 게 힘들어지는 이유는 변변한 밑반찬이 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 날잡고 이것저것 밑반찬을 만들어도 며칠이면 다 떨어지고, 결국은 반찬 한두가지에 먹게 되는 것. 며칠전 아침은 집에 있는 게 숙주나물밖에 없어서 숙주나물에 어제 남은 식은밥을 데워 간장참기름에 비벼먹었다. 그나마 숙주라도 있어서 다행.
반찬이 김치 뿐이라.. 김치에 간장, 참기름에 비벼먹은 적도.. 그래도 영양 생각해서 밥에는 대두 콩을 듬뿍 넣어줬다.
또 다른 날들의 아침은 이런 식이다. 물에 타서 만든 오트밀에 김 하나.
보통 이렇게 아침을 후딱 먹고 나서 틴틴과 나의 점심 도시락을 만들곤 한다. 나는 집에서 밥을 먹기는 해도 아기 때문에 시간이 없으므로 내가 점심에 간단히 먹을 것도 가끔 미리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야 그나마 점심이라도 먹으므로.. 그 마저도 못 먹으면.. 애를 보는 내내.. 괜시리 서럽다. 내가 밥도 못 먹고 애만 밥을 먹이는구나.. 싶어서..
아래는 틴틴에게 싸준 도시락. 샌드위치 2개, 냉동실에 얼려둔 오븐찰떡 2개, 바나나 2개, 배 하나, 사과 하나, 귤 하나. 샌드위치를 '밥'으로 치지 않는 틴틴은 이런 도시락을 싸가면서 자기는 하루종일 스낵만 먹고 밥을 먹지 않는다고, 저녁만 밥을 먹으므로 1일 1식하는 사람이라고 우긴다. 사실 몇년째 그렇게 우기고 있다.
이날은 내 샌드위치도 하나 만들었다. 점심용은 아니고 간식용으로. 틴틴과 같은 샌드위치. 햄, 아보카도, 토마토, 체다치즈를 넣은 나름 영양 만점 샌드위치!
남편과 함께 먹을 때는 좀 더 낫다. 여느 주부들이나 마찬가지일 듯.. 혼자서는 귀찮으니 대충 챙겨먹고,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과 함께 먹을 때는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아래는 어느 날 남편이 점심에 집에 들르기로 해서 함께 간단히 치아바타 빵에 샌드위치를 만들어먹자고 차린 밥상. 체다치즈, 햄, 올리브, 올리브오일에 새로 산 발사믹 식초도 넣어서.. 남편은 버터를 더 좋아할 수도 있으니 버터도 좀 잘라서 냈다.
속이 쫄깃쫄깃한 치아바타! 내가 좋아하는 빵이다!
주말 아침에도 간단히 빵으로 먹을 때가 자주 있다. 남아있는 빵에 통조림 수프 데운 것에 나름 치즈를 갈아 넣어 통조림 수프를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든 후.. 남아있던 치아바타 빵과 함께 냠냠~ 수프를 먹고 나서 남은 빵조각에는 버터와 잼을 발라 먹었다.
틴틴과 함께하더라도 평일에는 저녁식사도 초간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졸리거나 둘 중 하나인데, 아이를 잘 달래며 얼른 밥을 먹은 후 아이 목욕까지 시켜야 하니.. 저녁은 늘 바쁘다. 그나마 저녁을 호사롭게 먹은 날은 닭고기 카레에 계란 후라이!
오늘 아침에는.. 주말에 만들어먹고 남아있던 북어국 조금에 밥 한그릇. 싹싹 긁어먹고 빈 그릇만 남았다.
우리 큰언니는 첫아이를 돌볼 때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하루종일 1리터짜리 우유 한통 먹으며 버텼다고 했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아주 잘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소의 내 먹성에 비하면.. 이건 정말 간촐하고 소박하고 빈약하다 할만한 식단. '이거 먹고 어떻게 살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정도로. ㅋ
이렇게 밥을 먹고. .나는 간식을 엄청 먹는다. 그게 내가 애를 낳고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오늘은 저렇게 밥 한그릇을 비우고.. 사과를 3개나 먹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간식..영국식 팬케잌이라 할 수 있는 crumpet의 얇은 버전, pikelet에 내가 사랑하는 아이슬란드 요거트 스키어, 귤 3개, 어제 새로 구입한 루이보스 티.
이 피클렛에 버터를 발라발라~
윤기가 좌르르륵~ 냠냠!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말랑말랑! 너무 맛있다! 피클렛을 소개해준 J여, 땡큐!!
남편과 함께 먹을 때는 간식도 잘 차려서 먹는데,
혼자 먹으면 설거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접시 하나에 모든 게 올라간다는.. 그것도 작은 접시에! 아래 접시는.. 피클렛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은 몽실언니가 두꺼운 크럼펫 (crumpet) 하나에 햄과 여러 종류의 치즈 (빈티지 체다, 에멍딸, 에담)를 더 추가해 먹는.. 사진... 크럼펫과 먹고 남은 치즈들은 비스킷과 함께 냠냠~ 꿀꺽, 모두 해치웠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 * *
45분짜리 낮잠으로 엄마에게 간식먹고 간식먹은 이야기 블로그에 쓸 시간을 준 고마운 우리 아들.. 벌써 낑낑거리고 있으므로 이 몸은 다시 아기에게 달려갑니다. 13주차에 여러 급격한 변화들이 생기며 낮잠도 늘었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했더랬는데, 역시나.. 그건 지난주에만 반짝 나타나는 일이었나요..? ㅠㅠ 다시 우리 아이 낮잠은 길어야 45분, 짧으면 15분인 패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ㅠㅠ
그러나..언젠가 좋은 날이 또 다시 오리니.. 힘내며.. 다시 저는 아기에게 달려갑니다.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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