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인스턴트 커피 백배 즐기기-나의 홈커피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6. 01:01

영국은 유럽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커피를 가장 연하게 즐기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유럽인들은 그런 영국커피를 비웃곤 한다.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고.  나도 처음에는 어째 이런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많이 마시나.. 의아했는데 (마트에 가면 인스턴트 커피 섹션이 상당히 넓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먹다가 드디어 귀찮아진 어느 때, 인스턴트를 시도했더니, 이럴수가! 그렇게 소비층이 두터운 만큼 인스턴트 커피가 맛있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는 나도 거의 항상 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이다.  이런 인스턴트 커피는.. 나에게 약으로도 쓰고 쾌락(?!)에도 쓰는 물건이시다. 


게다가 여러 디카프 인스턴트 커피를 시도해본 결과,  가장 디카프 티가 덜 나고 카페인이 있는 쌉싸름한 커피 맛을 내는 커피를 찾아냈으니, 그것이 바로 윗 사진에 나오는 Clippers의 Super Special Organic Decaf 이시다.  푸른색 뚜껑이 달린 유리병도 예쁘지만, 커피가 정말.. 괜찮다.  블랙으로도 마시고, 우유를 넣어서도 마시고.. 사실 100에 95번은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 같지만.. 블랙으로 마셔도 맛이 좋고 우유를 넣어마셔도 너무 좋다.  단, 우유를 넣을 때는 반드시 Whole Milk 를 넣을 것! (저지방 우유를 쓰면 커피에 물과 우유를 탄 듯한 느낌!)




일을 하다보면.. 커피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에 대한 강도가 약해진.. 거의 사라지기까지 했던 지난 두달 남짓한 시간 동안은.. 정말 오랫만에 커피가 진정한 기호식품이 되었던 시기였다.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마시고, 밤에 잠을 자든 못 자든 염려하지 않고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커피를 마셨다.  더 놀라운 사실은 스트레스가 약해지니 커피에 대한 강한 갈망이 그다지 생기지 않더라는 사실..  특히 집에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느슨하게 늘어져있는 상태에서.. 그리고 그렇게 죽 늘어져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는 커피가 전혀 생각조차 나질 않아서 오히려 좀 놀랐다.  사람들과 만나서 사교적 행위로서 커피 마시기를 행하고,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오늘.. 더이상 일을 미룰 수 없게 되었음을 분명하게 직시한 오늘.. 아침부터 커피가 생각났다.  일단 카페인 있는 블랙커피를 한잔 마시고.. 두시간 후..이번엔 나의 '매일커피' (my own everyday coffee) 인 디카프 커피에 우유를 넣은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디카프를 한잔.. 그리고 또 한잔..  커피만으로 도저히 되지 않을때 결국 곁들이는 것이 카카오 85%의 다크쵸콜릿 한조각.  작업 모드 중일 때 항상 나와 함께 해 온 조합이자 나의 동반자이다.  매일커피는 반드시 내가 가장 아끼는 붉은여유 머그!  이상하게 이 머그가 아니면.. 약발이 듣지 않는 것 같은 느낌..


긴박한 상황에서는 결국 카페인을 쓸 수밖 없는데, 다량의 카페인으로 인한 수면방해가 겁이 날 때는 카페인과 설탕이 적절히 조합이 된 믹스커피 동원!  커피믹스를 마실 때도 우리는 분위기 있게~ 에스프레소 잔에! ㅋ 물 양도 딱 맞을 뿐더러 왠지 기분도 좋다.  인스턴트함이 사라지는 느낌.  가끔은 스타벅스에서 받은 친환경 플라스틱컵에 블랙커피를 타서 산책용 커피로 들고 나가기도.. 




여름에는 가끔 차가운 라떼가 땡긴다.  이럴 때는 차가운 우유를 머그잔에 2/3 가량 채운다.  그리고 에스프레소잔에 인스턴트 커피 두 스푼을 잘 녹여 만든다.  자, 이제 커피를 우유잔에 부어부어~ 


따란~ 여름용 차가운 라떼 완성~ 생각보다 맛있다.  사실.. 한국에서 파는 커피우유 맛인데, 설탕이 안 들어있는 커피우유? 쌉싸름하면서 부드럽고 차갑지만 너무 차갑지는 않은~




오랫만에 다시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마시니, 반갑기도 하면서 마음에 압박도 동시에 느껴진다.. (데드라인 이즈 커밍~ㅠ) 


커피가 기호식품일 수 있는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곧 다시 오리라.. 아니, 곧 그런 시간을 만들어 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