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8개월, 생애 첫 "엄마표" 헤어컷

옥포동 몽실언니 2018. 9. 3. 09:01

지난주에는 우리아이 생애 첫 헤어컷을 감행했다.  우리 아이는 머리숱도 적고, 머리도 짧아서 굳이 머리를 자를 필요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몇오라기 되지도 않는 하늘거리는 머리카락들이 귀를 간지럽혀서 아이가 귀 근처를 자주 긁곤 해서 몇달 전 딱 한번 귀 뒷 머리만 조금 잘라준 적이 있었다.  그 머리들이 어느새 성큼 자라 다시 귀를 덮고 내려오니 이참에 앞머리까지 한번 다 잘라보자 싶어 가위를 들고 한번 덤벼들어봤다. 

귀 뒷쪽 머리야 귀에 닿지만 않도록 대충 잘라도 된다는 것을 지난번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에 별 부담없이 잘랐는데, 문제는 앞머리였다.  실은 귀를 덮고 있는 머리보다 물에 풀린 미역처럼 이마위로 두서없이 내려오는 앞머리가 내 신경에는 더 거슬렸다.  아래 사진처럼.. 마치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뒷머리를 앞으로 쓸어내린 것 같은 형상을 한 물미역같이 힘없고 길이도 제멋대로인 우리아이 앞머리!

바로 이렇게..ㅋ 나름대로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길이가 맞지 않는 이 앞머리를 어떻게 좀 해보고 싶었다.

준비물은 손톱가위와 가재손수건.  아이 피부에 닿더라도 피부를 찌를 염려가 없이 끝이 동그랗게 뭉텅한 손톱가위가 제격이다.  그리고 혹여라도 아이 이마나 얼굴에 남아있을 머리카락을 털어낼 가재손수건 한장이면 모든 준비는 끝.  

이번에는 "앞머리"까지 자르려다 보니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틴틴 머리 자르듯이 자르면 되지 뭐!' 하고 예전에 틴틴의 앞머리를 잘라줬던 기억을 되살려... 앞으로 내려온 머리를 손가락으로 잡고 가위로 싹둑!! 잘랐다 (그러고 보면 앞머리 내려오는 모양새도 틴틴과 잭이 똑같다 --;;). 

우리 아이는 머리숱이 적어서 내 손가락으로 쥐고 가위로 쓱싹 자른 후 손가락에 쥔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으로 버려주면 얼굴에 묻거나 옷 위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많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머리숱이 적은 게 유리하다. ㅋ 그래도 몇올씩은 어쩔 수 없이 옷에 떨어지므로 이발 후 옷은 갈아입혀줬다. 

두둥~~ 변신 후 공개!!!

 점심이유식에 먹던 마른김 한조각이 볼에 붙으면서 "새로운 헤어"에 "점"까지 찍고 등장한 우리 아이 잭!

내가 간과한 것은 틴틴은 곱슬이라 일자로 대충 잘라도 머리가 자연스러운데, 우리 잭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 바람에 바가지머리 탄생!  그러나, 역시 어린아이들은 바가지머리가 정답인 것인가!  볼록 튀어나온 이마가 두드러지면서 나름 귀여움 레벨이 한단계 상승했다! 

머리를 잘랐으니 기념샷을 찍어야지! 

먼저 오뜨꾸뛰르 패션 모델이라도 된 듯이 포즈도 취해보고~ (실은 소파를 잡고 일어서려고 하는 중이다 ㅋ)

장난감 소품도 활용하여 한장 찍어보고~ (실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데 내가 그냥 찍은 것임 ㅋ)

큰이모가 보내준 쌀과자를 먹으며 눈도 찡끗하며 한장~ 

귀엽고, 시크하면서도 토속적이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영구 스타일 같기도 한 ㅋㅋ 역동적인 헤어스타일 되시겠다. 

나름 얼짱각도에서도 찍은 사진을 틴틴에게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원빈인데?!"

라고.. ㅋㅋ

"뭐야, 영화 '아저씨'에서처럼 집에서 막 자른 머리라는 거야?"

라고 묻자

"아니, 원빈처럼 잘 생겼다고~"

라고 답이 왔다.  헐..--;;;; 아무리 우리 아들이지만.. 원빈은 아니다...는 게 나의 생각. ㅋ 허나 그 생각은 속으로만 담아두고 (블로그에도 쓰면서) 틴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아이 생애 첫 엄마표 헤어컷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