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틈을 주지 않는 아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8. 8. 30. 18:22

바로 우리 아이.

엄마 혼자 차 한잔 마실 여유를 주지 않는구나.

오늘은 틴틴 출근길에 함께 집을 나서서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어제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서 "걷기"라도 규칙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력운동을 좀 해야 허리가 단단해질 것 같지만 따로 운동할 시간을 빼는 게 너무 힘드니 이제는 "재활"을 위해서 산책을 해야겠다고. 

틴틴 회사까지 유모차를 밀며 같이 대화를 나누노라니.. 아침 햇살을 맞으며 가지는 이런 여유가 도대체 얼마만인지!  문득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다.   

틴틴이 회사로 들어가고 회사 뒷길을 따라 걸으며 시간을 확인.  집을 나선 게 8시 54분, 현재 시각 9시 04분.  회사가 정말 가까운 틴틴.  아이 컨디션만 괜찮으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어볼까.. 생각하며 틴틴 회사 뒷길을 따라 동네 gym을 지나 다시 큰길로 접어들었다.  아이 상태를 확인하니 "멍~" 하다.  

'왠걸.. 이러다보면 아이가 잘 수도 있겠는데?' 싶었다.  어젯밤 다시 시작한 수면교육으로 밤새 아이도, 나도, 틴틴도 잠을 설쳤으니.. 얘도 잠이 올 만도 하다 싶었다.  게다가 오늘은 오랫만에 아침 이유식도 제법 먹었으니.. 따로 수유 없이도 잠 들 수도 있겠다 싶어 유모차를 밀고 밀었다.

집 근처 마트 Waitrose 정도에 도착하니 아이 눈이 반쯤 감겼다.  그리고.. 마트 코너를 도는 순간 아이 눈이 거의 감길 듯.. 

공원으로 산책을 가려다가 방향을 틀었다.  얼른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집에 가서 나 혼자서 잠시라도 한숨을 돌리겠다 싶어서. 

빠른 걸음으로 유모차를 밀다 보니 아이가 잠들었다!  '야호!' 속으로 외치며 집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그리고, 뒷마당에 아이 유모차를 둔 채 부엌에서 찻물을 끓이고,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만들고, 냉동실에 있던 폴란드 웨하스 (영국 공휴일이었던 월요일에 폴란드 식품점만 문을 열었길래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사온 웨하스)를 두 조각 꺼냈다.  

그리고 기념사진 찰칵!!  

부엌에서 만들 소음을 다 만들고 나서야 아이 유모차를 부엌으로 들여놓았다.

웨하스를 먹으며 커피 두모금을 홀짝였던가.. 그 순간 유모차가 흔들흔들!  아이 다리가 주욱~ 위로 올라온다. 

나는 얼른 유모차 뒷편으로 가서 유모차를 흔들흔들 다시 밀었다.  '제발 다시 자라..' 빌면서. 

그러나.... 절대 그럴리 없는 우리 아이. 

"으앙~~~" 

하며 소리를 낸다.  바로 아이를 안아주니 울음이 뚝!

아.. 정말.. 틈을 주지 않는구나.. 우리 아이.

아이를 낮잠 재우고 혼자서 식사는 커녕 차라도 한잔 조용히 해 본 때가 도대체 몇달 전인가.. ㅜㅜ

이렇게 나의 또 하루의 육아라이프가 시작된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기대되면서도.. 속마음은 두렵기도 하다 (낮잠을 너무 안 자는 아이라 ㅠ). 

그래도 오늘은 아침에 이유식 맛있게 잘 먹어준 것으로도 많이 감사. 

오후도 잘 해보자,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