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1세 유아발달 평가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2)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15. 05:56
영국 1세 유아발달평가에서는 무엇을 점검할까요?

지난 포스팅에서 헬스비지터에게 방문하게 된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 헬스비지터를 만나서 45분간의 미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그 45분의 시간동안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저희가 방문한 헬스비지터의 오피스는 아래와 같은 동네 병원의 2층에 소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들어갈 때는 ramp (경사로)가 있어서 유모차를 쉽게 끌고 올라갈 수 있었어요. 

이 건물로 들어가서 리셉션을 통과하여 2층으로 올라가면 아주 작은 오피스에서 헬스비지터가 저희를 맞이했어요.  

헬스비지터의 책상과 의자, 좀 더 큰 유아들을 위한 책상과 테이블고 있었습니다 (헬스비지터가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걷지 못하는 저희 아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바닥에 플레이매트가 놓여있었구요. 

문 옆에는 이렇게 키 재는 도구도 있고, 작은 세면대와 의자도 놓여있었어요. 

새로운 플레이매트와 장난감을 보자 저희 잭은 당장 거기에 관심이 쏠리더라구요. 

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모든 아기들이 좋아한다는 레인보메이커입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것이죠.  


저희 잭도 좋아하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신기한 것들도 많아서 그런지 몇번 들고 보다가 말았어요. 
매트에 앉아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몇가지 테스트를 하셨어요.  가령 물건을 선생님에게 건네주는 것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 관심을 보이는지, 등.  
선생님은 아이가 매트에서 어떻게 노는지 관찰하면서 저에게 뭔가 걱정되는 것이나 궁금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셨어요.  저는 새벽에 아이가 너무 자주 깬다, 또 낮잠을 잘 안 잔다, 낮동안 젖을 너무 자주 자주 문다, 등의 고민을 이야기했지요. 

아이가 자주 깨는 문제:  일단 저녁에 이유식을 최대한 든든히 먹여보라고 (근데 안 먹는 애를 강제로 먹일 수는 없는데 ㅠ) 하셨고, 그리고도 2-3개월 뒤까지 계속 새벽에 자주 깨면 수면 관련해서 상담해줄 수 있는 간호사를 연결해주신다고 하셨어요.  3개월 뒤에 본인들에게 연락을 달라고 하셨어요. 

낮잠을 안 자는 문제: 그러고보니 이건 별 언급이 없으셨어요. --;

낮에 너무 자주 젖을 무는 문제:  이걸 ‘snacking (간식먹기)’라 부르시며, 일단 이 모유간식부터 줄이라 하셨어요.  애가 옷을 스스로 막 파고 든다고 했는데, 그러기 무섭게 아이가 옷을 파고 들었어요.  그걸 보시더니 애가 마구 헤집기 힘든 옷을 입으라 하고, 지금 그곳에서 한 것처럼 다른 곳으로 아이 관심을 돌리고, 물을 주거나 다른 간식 (쌀과자 등)을 주라고 하셨어요.  일단 무엇보다 간식젖을 줄이고, 이제 돌 지나면 이유식이 메인이 되어야 하니 저녁 젖을 끊으라고 하시더라구요.  보통 단유를 할 때 간식을 끊고, 저녁젖을 끊고, 아침젖을 가장 나중에 끊는편이라고. 
—> 그래서 오늘부터 간식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나자 “How are YOU doing?” 하고 물으셨어요.  너무 많은 눈물이 있지는 않냐고  (너무 영어 직역 표현).  저는 요즘들어서는 가끔 다운 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막 눈물이 펑펑 나는 정도의 일은 별로 없다고, 그럭저럭 괜찮고, 밤중 수유 끊고 수면 교육 하려고 남편이 아이 데리고 자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너무 다행이고, 잘 하고 있다고, 남편이 아이와 자야 밤중수유 중단과 수면교육 모두 수월하다고 계속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대충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아이의 체중을 재어보고 싶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당연히 좋다고, 집에 있는 체중계가 워낙 구식이라 정확한 체중이 궁금했다고 했지요.  (보통 체중은 기본으로 다 재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 헬스비지터 선생님은 제 의사를 물어봐서 신기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아기 전용 체중계를 가져오셨고, 저희는 잭의 옷과 기저귀까지 다 벗겨서 알몸으로 체중계에 앉혀 체중을 쟀습니다.  저희 잭의 11개월 체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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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7kg!!!  생각보다 적게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최근 13킬로까지 올라갔다가 조금 체중이 줄어든 것 같아 12.5-12.7kg 사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적게 나갔어요!  옷 다 벗기고 기저귀까지 벗기니 이렇게 체중이 줄다니요!  그래프에 아이 체중을 찍으니 상위 98%에서 99.6% 사이에 있네요.  13킬로였으면 99.6% 이상이 될 뻔 했다며 선생님이 걱정 말라고 하시네요. ㅋ 

이 전 4개월 체중은 99.6%의 선보다 한칸이나 높은 곳에 찍혀있어요.  (점이 약해서 잘 안 보이시죠?)  선생님이 그걸 보시더니 그 이후 체중이 많이 안정화되었다며 걱정말라고 해주셨어요. 

내친 김에 키도 한번 재어봤습니다.  키는 2세때부터 재는 거라 하시는데, 제가 재어보면 안 되냐 했더니 한번 재어보자 하시며 도와주셨어요.  저희 아이는 76센치.  키는 상위 75%정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크게 되면...12월에 비행기 아기바구니에 안 맞을 것 같은데...ㅠ 큰일입니다. 

위의 키와 체중, 또 오늘 면담내용 등은 아래의 “Red Book” (아이의료수첩)에 기록되었습니다. 

이 같은 모든 이야기와 체중/신장 검사가 끝나자 좋은 선물을 주셨어요!  이 포스팅의 두번째 사진에 있는 헬스비지터 책상위에 놓인 보라색 가방인데요.  그 안에 아래와 같은 책들이 들어있었어요!

첫번째 책은 숫자 개념이 나오는 책이고,

두번째 책은 신체활동과 동작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책 속 등장인물의 인종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양면으로 된 유아들을 위한 노래 가사지도 들어있었어요. 

이 뒷면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험피 덤피” 노래도 들어있어요!

험피덤피 옆에 신사복을 입은 달걀 보이시죠?  네, 험피덤피는 정체는 불명이나 달걀로 묘사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걸 다 주는 거냐고 물으니, 이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무료로 제공되는 거라고 합니다.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하네요. 

It’s never too early to start enjoying books together!  어릴 때부터 아이와 함께 즐겁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주면 부모와 자식 관계도 좋아지고, 아기의 의사소통 능력도 키워주고 아이의 웰빙에도 좋다고, 또 일찍부터 책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고 인생에서도 좋은 출발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나와있네요.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너무 열성적으로 책도 읽히고 공부도 시켜서 오히려 문제처럼 이야기될 때가 많은데, 영국에서는 이런 부분들도 계층 (영국사회는 사회계층이 한국에 비해 훨씬 뚜렷하게 나뉩니다)에 따라 워낙 차이나다 보니 책 읽어주기 부모교육을 시키는 운동인 것 같네요. 

하지만 위와 같은 팁들은 도움이 되네요.  조용한 곳에서 아이와 집중해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처음에는 아기가 책을 물기만 해도 괜찮다고.  차차 아이가 책장을 넘겨주기 시작할 거라고.  동물 소리나 의성어도 많이 쓰면 아이가 좋아한다 등등.  실제로 저희 잭도 그런 것 같아요.  얼마전까지 집에 아이 책이 딱 두권이라 늘 그걸 읽어주고, 그 책을 보며 놀고 (장난감이 없어서) 그러고 시간을 보냈는데, 그 책들을 지금도 가장 좋아해요.  아니, 유일하게 좋아하는 책들이 그 책들인 것 같아요. ㅎㅎ 지금도 항상 입으로 물거든요. ㅋ

영어로 된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혹은 영어책을 추천받고 싶으신 분들은 www.bookstart.org.uk/books 라는 사이트를 한번 가보시면 좋겠네요.   BookTrust에서 운영하는 것인 것 같은데, 아래 그림에 있는 것처럼 연령별로 추천도서가 다양하게 나오네요!!  저도 나중에 Book Trust 사이트를 한번 이용해봐야겠네요.  슬쩍 가보니 동네 도서관을 잘 이용하라고 나오는데 ^^ 동네 도서관도 나중에 한번 꼭 가봐야겠어요.  매주 수요일마다 아기 노래를 불러주는 무료 세션이 있는데, 매번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 시간이 안 맞아 놓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동네 도서관이 시내이긴 한데 좀 어두침침한 곳에 있어서 발길이 더 안 닿는 것도 있구요. 

어쨌든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영국에서는 이렇게 1세 유아발달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나면 2세 때 헬스비지터가 발달검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제가 그 때에도 계속 이렇게 육아블로그를 쓰고 있다면 그 때도 다녀와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