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1세 유아발달 평가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1)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15. 05:55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입니다. 

어제는 저희 아이 1세 유아발달 평가를 받는 날이었어요.  영국에서는 1세가 되면 모든 아기들의 발달사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발달평가”를 실시합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발달하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온전한 상태인지 (우울증 없이) 이런 점들을 두루 평가하는 거지요. 

예전에 Health Visitor 시스템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관련글 링크 클릭!).  영국에서는 임신하면 헬스비지터가 집을 한번 방문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어떻게 헬스비지터의 도움을 받게 되는지 안내해줍니다.  이후 생후 한달사이 헬스비지터가 두번 방문하고, 그 이후에는 매달 한번씩 헬스비지터들이 아이들의 발달을 체크해주는 세션에 직접 아이를 데리고 가서 뭐든 궁금하거나 걱정되는 것을 의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세션에 참가하는 것은 의무사항은 아니라서 저희는 딱 한번 방문한 뒤 더이상 가지 못했어요.  집에서 멀어서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그것 때문에 틴틴의 휴가를 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1세가 되면 헬스비지터가 아이의 전반적 발달을 체크하기 위해 “발달사정”을 하는데, 이건 집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직접 헬스비지터 오피스에 가서 사정을 받기도 해요.  캐임브리지 지역은 헬스비지터가 집으로 방문한다고 하는데 옥스퍼드지역은 그렇지 않은가봐요.  아니면 저희 지역 아빙던만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저희는 헬스비지터로부터의 오피스로 와서 아이 발달 상황을 평가받으라는 레터를 받았어요.  그래서 바로 어제 그곳으로 가서 평가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모든 부분이 전반적으로 잘 발달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ㅠㅠ 모든 부분이 아주 빠른 발달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문제 없는 상태로 보인다는 소견이었어요.  

이런 결과는 질문지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도출한 것이었어요.  지난주에 6장 짜리 양면으로 되어 있는 질문지를 집으로 보내줬는데, 그 질문지에 온갖 아이 발달 사항 관련된 질문이 들어있었어요.  아이가 적어도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은 잠을 자는지, 아이가 낯선 사람이 오면 엄마 곁으로 다가오는지, 아이가 30분 이상 계속 소리지르거나 우는 일은 없는지, 가구 등을 붙잡고 걸음마를 하는지 (cruise) 등 아주 다양한 질문들이 들어있었죠.  그런 질문에 대한 제 응답 결과를 점수화해서 총점을 낸 다음 신체발달, 정서적 발달 양 측면에서 정상 범위, 약간 우려 있는 범위.. 등 몇개의 단계로 나누더라구요.  사실 저는 이 질문지를 차분히 응답할 시간이 없었던지라 어제 아이를 데리고 옥스퍼드로 가는 버스 안에서 대충 질문지를 보고 빠르게 체크를 한 터라, 제가 너무 성의없이 체크해서 사실보다 더 좋게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이런 검사 결과는 모두 아래의 빨간수첩에 기록해주셨어요.  아래의 수첩은 “Red Book”이라 부르는 아이의료수첩인데요.  아이 병원을 갈 때나 이렇게 헬스비지터에게 방문할 때나 항상 저 아기의료수첩을 소지해야 해요.  태어났을 때의 기록부터 예방접종 기록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제 헬스비지터에게 가면서는 간만에 영국에서 꽤 불쾌한 경험을 한 날이었습니다.  첫째로, 헬스비지터의 오피스가 있는 건물의 리셉션 직원이 아주 불친절했고 (혹시 인종차별주의자라서 나에게 저렇게 불친절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두번째로, 오피스가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1층에 유모차를 둔 채 아이를 안고 모든 짐을 들고 2층까지 올라가야 했어요. --;; 영국 살면서 리셉션 직원이든 행정직원들이 불친절한 경험은 종종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불친절을 경험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참 오랫만에 불쾌한 경험을 했네요.  또 이런 공공 시설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처음이었어요.  불친절한 리셉션직원+엘리베이터 부재 이 두 가지가 합해지니 불쾌감이 꽤 올라가더라구요.  영국에서 행정직원들이 종종 일반 민원인들을 어떻게 불쾌하고 불편하게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국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영화 "I, Daniel Blake"를 보시면 이해하시게 됩니다 (충격을 받으실지도!).  

그러나!! 이런 불쾌했던 마음은 헬스비지터의 친절함에 상당히 사그러들었습니다.  

제가 헬스비지터를 만나고 온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