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우리 아이 생후 11개월 이앓이 경과 보고서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9. 16:09
오늘로 우리 잭 생후 11개월을 채웁니다. 

최근들어 밤마다 너무 자주 소리지르며 아이가 깼어요.  “으악~~~!!!!”, “끄악~~~!!” 하며 내지르는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듣기 힘든지, 남편이나 저나 그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며 힘든 시간을 보낸답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이가 어딘가 많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그런 것 같고, 가장 의심되는 것은 이앓이, 특히 어금니가 나려고 해서 그런 것 같아 주위의 조언을 받아 그저께는 Calpol이라는 영국의 아기용 진통제를 써 봤어요.  타이레놀과 같은 약 성분 계열로 생후 2개월부터 쓸 수 있는 액상 진통제예요.  그저께는 약을 쓰고, 어제도 약을 쓰지 않았어요.  두 날의 경과를 비교해서 알려드릴게요. 

진통제 투여 첫째날:

우리 부부의 진통제 투여 방법
아이가 처음 3-4시간은 조용히 잘 자기 때문에 자기 전에 진통제를 먹이지는 않았어요.  대신 밤 12시에서 2시반 사이에 심하게 소리지르며 깬 후에 열번, 아니 스무번도 더 그렇게 소리지르며 울며 깨는 편이라 밤에 울면서 깰 때 그 때 약을 먹이기로 남편과 합의를 봤죠.  

처음 진통제를 먹인 그저께 밤, 아이가 12시반에 깨서 울기 시작했어요.  남편과 저는 아이를 붙잡고 진통제를 아이 입에 넣었습니다.  아이는 잠에 취해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두 어른이 그 어린 것을 붙잡고 겨우 약을 넣어줬어요.

진통제 투여 후 경과
처음 1시간 정도는 귀신같이 잠을 자서 놀랐어요.  이 약이 안 아픈 아이에게 먹이더라도 잠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약 기운인지, 진통이 되어서인지, 그건 잘 알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뒤로 소리를 예닐곱번 정도 내지르기는 했으나 전처럼 울고 불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때마다 아이가 달래지지 않아 (안아도 그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지릅니다 ㅠ), 결국 아침 5시반까지 다섯번 정도 수유를 한 것 같아요.  그나마 엄마 젖을 물면 아이가 진정이 되어서 잠이 들어요. ㅠ

둘째날: 진통제 생략
어제는 진통제를 쓰지 않았어요.  사실 쓰려고 준비까지 다 해두고 잤는데, 아이가 저녁 10시반부터 울어재끼는 통에 이걸 그냥 수유를 해서 재워야 하나 진통제를 먹여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이미 제 젖은 아이에게 물려있었어요. 

뭔가 기운이 심상치않아서 틴틴과 한방에서 잤다가는 둘 다 잠을 못 자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 밤에 진통제는 나 혼자 먹여보겠다고 하며 틴틴은 아기 방에 가서 혼자 자라고 보냈어요.  사실 이 칼폴은 주사기처럼 생긴 곳에 약을 넣어서 아이 입 안쪽에 쏘아서 약을 주입하는 거라 혼자서 먹이기는 좀 힘들어요.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은 후 약을 제대로 된 위치에 잘 쏘아줘야 하는데 두 팔로 이 모든 일을 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래서 틴틴을 아랫방으로 내려보내면서도 내가 과연 혼자서 밤에 아이를 붙들고 약을 먹일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밤새 아이가 울며 소리지르며 난리를 치는데, 이 때는 저도 잠에 흠뻑 취해 방 구석에 놓인 약을 가지러 갈 정신도 기운도 없었어요.  저는 그저 아이가 내지르는 소리를 듣는 게 괴롭고, 아이도 잠에 취한채 울며 제 가슴 위로 마구 덮치는 탓에 그때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말았지요. ㅠ

그 결과: 
아이가 마지막으로 울며 설친 것이 새벽 5시인데, 그 때는 아이를 안아서 겨우 진정시켜 다시 뉘웠더니 왠일인지 아이가 좀 더 잠에 들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아기 방에서 자던 틴틴이 침실로 올라왔습니다.  다같이 한 10분 정도 더 누워있었나.. 저는 이미 밤에 누웠을 때도 등이며 목에 통증이 심해서 잠에 들기 힘들었는데, 틴틴이 침실로 올라오니 온 몸이 아픈 게 더 잘 느껴졌어요. 

“나 몸이 산산조각 날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추워.. 등이 쪼개질 것만 같아... 밤새 긴장하고 자서 배에도 가스가 차서 배도 너무 아프고..”

뭘 어쩌라고.. 틴틴에게 내 아프고 불편한 모든 곳을 이야기하며 틴틴 이불 속을 파고 들었습니다.  틴틴은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 편이라 잠시만 이불을 덮고 있어도 그 이불속이 엄청 따뜻해지거든요.  저는 옷도 몇겹을 껴입은 채 거위털 이불을 덮고도 몸이 아직 차가운 상태였어요.  밤새 아이에게 젖을 물리느라 이불을 제대로 못 덮고 자서 더 그럴 수 밖에요.  틴틴은 자기도 졸리면서 제 등을 마사지해주고, 팔을 부벼주고, 허리를 눌러주며 마사지를 해줬고, 그러는 사이 아이는 또 다시 소리를 내지르며 깼어요.  6시가 좀 안 되는 시간.  

소리를 그렇게 지르며 깨더니 잠이 깨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 맘마~~~ 맘마맘마마아~~” 하며 제 손을 꼭 잡고 소리를 내는 아기.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제 머리를 누르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 하자, 틴틴이 바로 아이를 데리고 내려갑니다.

틴틴: “거실로 데리고 갈게.  좀 더 쉬다 와.  좀 자. 푹.  잭, 출근하자!”
몽실: “응, 고마워, 나도 곧 갈게..” 

저희는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가는 것을 '(육아/놀이) 출근', 일과를 끝내고 침실로 올라가는 것을 '(육아/놀이) 퇴근'이라 불러요.

모두를 내려보내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여전히 온 몸이 쑤시면서 이렇게 누워도 아프고 불편하고, 저렇게 누워도 아프고 불편해서 그냥 일어나버렸습니다.  

그리고 거실로 내려가던 중에 제 방 컴터에 앉아 이렇게 짧게 글을 쓰는 중.  휴우.. 오늘밤부터는 틴틴이 잭을 데리고 자는 날인데.. 과연 우리 부부는 이번 주말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아이가 이렇게 늘 양 손가락을 입 구석에 넣는 걸로 봐서는.. 정말 어디가 많이 불편하긴 불편한가봐요.

벌써 윗니 4개, 아랫니 4개에 좌측 송곳니까지 하나.  총 9개의 이빨이 난 잭.  근질근질 우리 잭을 아프게 하는 어금니는 언제 시원하게 잇몸을 뚫고 나와 우리 잭을, 그리고 우리 부부를 편하게 해줄까요~

이가 나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일인지 정말.. 미처 몰랐네요.  세상의 모든 이앓이 중인 아기들, 모두 힘내요!!!  이가 나면 다 사라질 고통이니 조금만 더 견뎌봐요!  이앓이로 고생하는 아기로 인해 잠 못자는 육아동지여러분도 모두 힘내봅시다!

아이 이앓이가 끝나고 꿀잠자는 그날을 기다리며,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