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영국에서 셀프웨딩을 위한 웨딩드레스 장만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11. 09:00

오늘의 주제는 한국의 일반적 결혼과도 다르고, 영국의 일반적 결혼과도 너무나 다른, 재미있는 셀프웨딩 준비기, 그 중 스드메 준비 이야기입니다.  저와 같이 셀프웨딩, 본인의 형편에 맞는 자기만의 웨딩을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하였듯이 결혼 반지를 구입하고, 약혼을 간소하게 치렀으니.. 이제는 소위 말하는 '스드메'의 차례입니다. 

저렴하지만 뜻깊은 결혼예물 준비하기 보러가기: http://oxchat.tistory.com/72

'스드메'에 대한 저의 원래 계획 및 예산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계획: 스튜디오촬영은 당연히 따로 없고, 드레스는 한국돈 20-30만원 사이로 하고 싶었으며, 메이크업은 아예 하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메이크업도 안 할 예정인데, 헤어인들 하려고 했을까요!  메이크업과 헤어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냥 평소의 제 모습 그대로 하고 싶었고, 사진도 직접 찍고 싶었습니다.  신부가 직접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그랬더니 모두들 "노노!"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특히, 메이크업과 헤어를 안 하고 사진사도 쓰지 않겠다는 사실에 주변 친구 가족 모두 반대를 합니다.  그래도 너의 날인데, 가장 예쁘게 해라, 너는 연예인이 아니다, 화장과 헤어 없이 드레스를 어찌 입겠다는 소리냐, 하물며 연예인 외모라도 화장을 꼭 하고 드레스를 입는다, 이벤트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야 모든 사람이 온전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으니 학생 사진사라 하더라도 사진사를 꼭 써라 등등. 

모두가 반대하니 이건 아닌가보다 하여 결국 여러 상황을 수정합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저의 스드메는 아래와 같이 준비되었습니다. 

  • 드레스의 경우 인터넷으로 중국에서 배송되어 오는 저렴한 웨딩드레스로,
  • 메이크업은 화장을 곧잘 하는 친구가,
  • 헤어는 (셀프 고데기로 할 계획이었으나) 당일 아침에 함께 있던 친구가,
  • 웨딩슈즈는 eBay에서 한번 쓴 중고 슈즈를 아주 놀라운 가격에 낙찰,
  • 사진사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료사진사 섭외.

한국에서는 대부분 "스드메"라고 하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대여, 메이크업을 함께 묶음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과연 어떨까?  워낙 결혼 예산에 따라 그야말로 소위 '케바케'일 것이나 분명한 것은 한국처럼 그 세가지를 세트로 진행하는 경우는 잘 없다는 점.  드레스의 경우 한번 입을 웨딩드레스를 아주 큰 돈을 들여 사는 사람들부터, 중고 웨딩드레스를 사는 사람들, 드레스를 대여해서 입는 사람 등 다양할터인데 대부분은 적당히 형편껏 드레스를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웨딩드레스라고 하여 아주 고가의 드레스도 많이 있지만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드레스들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서는 드레스를 직접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촬영 또한 예산에 따라 자신들의 결혼식에 사진사를 고용하고,  메이크업과 헤어는 대부분 방문해서 헤어나 메이크업을 해주는 사람들과 사전에 시범머리 및 화장을 해 보면서 합의를 한 뒤, 합의한 내용으로 결혼 당일 아침에 진행하게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경우 결혼식을 몇일에 걸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경제적 형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드레스 구입기

이 드레스 구입에도 결혼반지 구입을 독려했던 동일한 J의 '바람잡기'가 큰 몫을 했습니다.  "몽실, 결혼 할 거면 드레스도 기왕 지금 크리스마스 세일로 드레스들 세일 할 때 사버려!" 이 말 한마디에 솔깃하여 "그럴까?" 하면서 인터넷을 휘휘 찾아보니, 정말로 크리스마스 세일이라 평소보다 더 저렴한 값에 다양한 드레스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입어보지도 않고 인터넷으로 드레스를 구입해도 될까.. 조금 망설이며 인터넷을 둘러보는데 한 사이트에서 1월1일 하루동안 24시간만 크리스마스 세일금액에 추가하여 10%를 더 추가할인을 한다는 광고가 뜨질 않겠어요!  그 광고 문구를 보게 된 것이 1월 1일 23시 41분.  20분 안에 드레스를 주문하면 현재 금액에 10프로를 더 할인해준다니!  그렇게 저는 저 10% 추가할인을 노려 20분 안에 드레스 선택과 주문을 마쳐버리는 기염을 토하며 드레스 준비를 마쳐버립니다.  외국사이트에서 저렴한 웨딩드레스를 구입하실 분들은 저처럼 크리스마스 세일이나 여름 세일을 노려보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드레스에 큰 돈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적게는 한국돈으로 20만원 선에서, 가장 비싸더라도 50만원 안에서 해결해보자 하는 것이 원래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했습니다.  "Budget wedding dresses uk" 라고 우리의 구글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아주 많은 검색결과가 나왔습니다.  왠지 한국보다는 외국이 이런 저렴한 웨딩드레스 정보가 더 많을 것 같아서 영어로 검색.  검색결과에 대한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스캔.  두어곳 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웨딩드레스에 리뷰도 괜찮은 곳을 발견, 그 중 후보 3개 쯤을 골라 J에게 깨톡으로 어떤 게 나은지 물어본후 저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J의 의견대로 드레스 낙점.  그래도 웨딩드레스라, 13파운드만 더 내면 내가 기입하는 칫수에 맞게 맞춤으로 제작해준다기에 혼자서 줄자 대신 이어폰 줄을 이용하여 가슴둘레며, 엉덩이 둘레 등을 대충 둘러 재어서 드레스 주문을 완료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레스를 구입한 사이트는 JJ's House 라는 사이트입니다.  게다가 원래도 저렴한 드레스를 크리스마스라 50% 할인에, 신년 10% 추가할인까지 하니, 13파운드를 더 주고 맞춤드레스로 제작해도 배송료까지 포함하여 단돈 113파운드 (자그마치 23파운드인 배송료를 포함한 금액)!  15-16만원 사이입니다.  (이 포스팅은 이 업체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아마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회사 같아요.  이름만 영어고, 영어 웹사이트가 있어서 그렇지..)

드레스 선택요령: 리뷰를 꼼꼼히 읽어봅니다.  착용사진까지 올린 리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이 드레스의 경우, 가격도 저렴한데 너무 잘 입었다는 좋은 리뷰들이 가득해서 일단 믿고 한번 구입해보기로 했습니다. 

돌발 상황:  드레스 제작상 오류와 그에 따른 보상금 지급

주문은 잘 접수되었고, 2주쯤 지나서인가 소포로 드레스가 도착했습니다.  아니 이게 왠걸!  제작이 잘못 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치수를 잘못 재어서 중간에 다시 수정을 했었는데, 그 와중에 혼선이 있었는지 제가 주문한 치수에서 전체 길이가 약 2인치, 즉 5센티미터나 짧게 드레스가 제작되어서 온 것입니다.  

급하게 규정들을 찾아보니 주문제작 드레스의 경우 제작이 잘못되어서 수선이 필요한 경우, 드레스 비용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선비용으로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도 고객상담소에 이메일을 보내서 드레스가 5센티미터나 짧게 만들어졌다고 하자 증명할 수 있게 치수를 재어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착용했을 때 발등이 드러나게 되는 사진과, 드레스를 침대에 뉘어서 전체 길이를 줄자로 재었을 때의 사진을 동봉하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전액 환불을 원할 경우 드레스를 반품을 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수선비로 드레스 비용의 40%를 지불해주겠다고 합니다.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드레스가 발을 덮어서 웨딩슈즈를 따로 사지 않고 적당한 플랫슈즈를 신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드레스 기장이 짧게 제작된 탓에 발을 감출래야 감출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웨딩슈즈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친구 J와 S에게 물어보자 그 둘 모두 발이 보이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오히려 발에 덜 밟혀서 편하고 좋을 것이니 그 드레스를 그대로 킵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드레스 착용사진을 보여주니 두 사람 모두 드레스 이쁘다고 잘 샀다고 칭찬을 해줍니다.  그래서 결국 드레스 비용의 40% (36파운드)를 추가환불 받기로 하고, 그 금액을 웨딩슈즈 구입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드레스 구입에 든 총 비용: 배송료 23파운드를 포함하여 77파운드. 

드레스의 뒷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아요.  앞부분은 기장이 짧지만 뒷부분은 흘러내리는 디자인이고, 허리쪽에 코르셋 디자인으로 끈을 조정하여 각자의 몸에 맞추는 스타일이었어요.  사실 이런 디자인이었으면 굳이 맞춤을 할 필요가 없었지 않았나 싶지만.. 기성 사이즈로는 가장 작은 것도 제 키에는 컸기에..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제 신체조건상 (너무 안 신다 보니 잠시만 신어도 다리가 비틀비틀해서) 돈을 조금 더 주고 기장을 제 몸에 맞게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어요. 

드레스를 막상 받고 나니 나라도 좀 배우면 만들겠다 싶을만큼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여서 너무 싼 티가 나면 어쩌나 생각했지만, 막상 착용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 이 드레스가 얼마짜리 드레스일지 아무도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티도 안 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뒷쪽의 디테일이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서 그것도 만족.  드레스를 비집고 튀어나온 저의 살들..  결혼준비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남들은 결혼 전에 다이어트를 한다는데, 저는 오히려 스트레스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몸이 더 벌키해졌다는.. ^^;;;;

드레스 샀으니 이제 중요한 쇼핑이 다 끝났나 했으나, 드레스 기장이 짧게 나온 탓에 이젠 웨딩슈즈 구입도 중요해지고 말았습니다.  웨딩슈즈야 말로 더더욱 돈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특별하게 하는 것이 저는 뭔가 모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귀찮기도 하였고.  

그래서 이곳 저곳 중고사이트를 돌며 누가 웨딩슈즈 내놓은 것 없나 살폈으나 적당한 신발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드레스가 그렇지 않아도 기장이 짧아서 플랫 혹은 아주 낮은 굽의 웨딩슈즈가 필요한데, 중고로 구입가능한 것들은 모두 굽이 너무 높아서 제 드레스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일반 신발 가게에서 적당해보이는 슈즈를 두어켤레 인터넷으로 주문해봤으나 모두 사이즈가 안 맞아서 결국 반품.  그러던 찰나에 이베이 (eBay) 에서 누군가가 올려놓은 한번 신은 웨딩슈즈 발견!  색깔도 은은하고, 굽도 높지 않아서 (약 3센치?) 잘됐다 싶어서 비딩을 걸어뒀습니다. 

경매 시작가 99펜스.  1파운드도 되지 않네요.  최대 경매금액을 3파운드쯤으로 걸어놨을까.. 기억도 잘 나질 않아요.  그냥 사이즈가 맞고, 굽도 낮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매에 참여를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며칠이 지났을 때 한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니가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물건을 보낼 수 없어.  그러니 얼른 돈 낼래?" 라는 메일이었습니다.  바로 물건의 주인.  제가 유일한 경매 참가자였고, 그래서 제가 참여한 경매금액, 즉 99펜스에 웨딩슈즈가 낙찰된 것입니다!  우편료 2.85파운드를 더하니 총 지불금액은 3.84파운드.  우리돈 5500원 돈에 웨딩슈즈를 구입하게 됩니다.  그렇게 도착한 웨딩슈즈가 바로 다음 사진에 나오는 슈즈입니다.  

막상 착용을 해보니.. 이런.. 제 사이즈가 영국 5, 한국으로 240이고, 이 신발도 사이즈 5인데도 발을 넣으니 헐렁헐렁.. 아주 헐겁습니다. ㅋㅋ 이런... ㅋ 이번에도 뭔가 돌발상황 발생!  

어차피 돈도 얼마 들이지 않은 신발인데 이건 그냥 돈 버렸다 생각하고 새로 사야하나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H에게 하니, 어차피 한번 신고 말 신발인데 돈 들이지 말고 깔창을 끼거나 뒷축에 휴지를 끼워서 대충 신고 말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가진 안 쓴 깔창 있으니 그걸 주겠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우왕굳!  저는 저 신발에 아주 얇은 깔창을 두장씩 깔아서 결혼식에서 신고, 리셉션 때는 발이 아파서 그마저도 벗고 맨발로 다녔다는.. ^^;; 리셉션 장소가 카펫이라.. 그냥 맨발로 뛰어다닌.. 

신랑의 웨딩 수트 구입하기

신랑의 웨딩수트는 결혼 2주 전에 인근 아울렛에 가서 겨우 구입을 했습니다.  양복입을 일이 거의 없는 직장 분위기 탓에 십수년전 대학졸업하고 면접을 보기 위해 구입한 양복이 신랑될 사람의 유일한 양복.  앗, 형의 결혼식에 입기 위해 샀던 또 다른 양복.  그렇게 딱 두벌입니다.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양복을 그냥 입겠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그래도 결혼식 양복을 사자고, 그건 내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이 선물로 사주신다고 하니 한벌 기념으로 사자고 설득 끝에 가까운 아울렛에 가서 거의 세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쇼핑.  힘든 쇼핑 끝에 아울렛이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야 하얀색 드레스셔츠와 자켓, 바지, 넥타이, 핸커치프까지 모두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지요.

아마 많아야 스무살쯤 되었으려나 싶은 어린 점원이 어찌나 열성적으로 양복을 골라주는지.. 그 열의와 정성에 어떻게 거절하지 못하고 그 가게에서 두세시간 머물며 결국 마음에 드는 양복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결혼 분위기 한껏 나게 핑크핑크한 넥타이도 구입하고, 그에 맞춰 포켓에 꽂을 실크손수건도 구입.  넥타이와 손수건 구입에 점원들이 모두 나서서 열심히 추천을 해주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그래도 저희가 머문 시간 동안 양복을 구입한 손님은 저희 뿐이었기 때문에 다들 친절하게 잘 해주더라구요.  

또 하나의 돌발상황: 

이렇게 구입은 다 해놓고서.. 그리고 저 손수건 꽂겠다고 결혼 당일 아침에 양복 포켓에 실로 박음질이 되어 있는 것을 살살살살 조심스레 구멍을 내고서는.. 결국 당일 오전 너무 정신없어서 넥타이만 하고 포켓에 꽂는 손수건은 꽂지도 않고 집을 떠나버렸다는 ㅋㅋㅋ 이런 것이 셀프웨딩의 위험한 점이라면 위험한 점입니다.  신랑신부 포함하여 하객이며 도와주는 친구들 모두 셀프웨딩은 처음이다 보니.. 허술한 점 투성입니다. ㅋ

스드메 중에 '드레스' 부분을 이야기하였으니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와 '메', 사진과 메이크업 준비과정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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