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전업주부 2주 4일차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11. 19:56

전업주부라는 말은 나에게 붙이기 좀 어색하지만 그렇다, 나는 현재 전업주부가 되었다. 

전업주부라는 말 보다는..그냥 "집에 있다"는 말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남편을 깨우고, 회사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뒷정리를 하고, 빨래도 가끔 하고, 설거지도 하고, 장도 가끔 보고,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밥상도 차리고.. 

살림이 힘들지는 않다.  원래 늘상 하고 살던 것이니까.

다만 살림으로 하던 일의 몫이 늘어난 것은 조금 힘들다.  그렇지만 함께 사는 이가 해주는 살림의 몫이 있으니 그걸 생각하면 그리 힘들다고 투정만 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밥을 더 잘 차려 먹으니 살은 좀 붙지만 일상적 행복이 늘어난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저녁밥상을 차려주면, 나름대로 남편의 애교와 정성이 담긴 간식상에 웃음지을 일도 생긴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있으니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화상대가 바로 곁에 있어서 편하고 즐겁다. 

오늘은 아침 운동을 시작한지 이틀째.  운동을 다녀오자마자 신랑이 씻는동안 재빨리 아침을 준비한다.  대단할 것은 없다.  뮤즐리와 우유를 식탁에 갖다놓고, 약간의 과일을 씻어서 준비하고, 바나나와 견과류를 우유에 넣고 갈아서 만든 바나나 우유를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 후루룩 만들어서 이쁜 유리잔에 따르면.. 그것으로 아침 준비 끝.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아침상이라며 Tintin은 늘 감탄하고 고마워한다.  회사가 가까운 덕에 8시 45분에 식사가 끝나고서도 그릇은 꼭 자기가 싱크대로 가져다주고 간다.  괜찮다고 해도 굳이 그거라도 하려고 한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오늘은 비자 서류를 쓰기 위해 집에 있는 날.  이 일만 끝나고 나면 정말 중요한 행정일들은 일단락 지어지고, 이젠 정말 신혼이다.  그리고 졸업과 함께 얻게 된 이 자유를 만끽할 시간.  사실 한달짜리 새로운 일감을 받아둔 탓에 그 일을 하려면 또 바빠지겠지만, 어떤 속박없이 내가 알아서 내 일을 하면 되는 상황은 학교에 얽매여서 공부에 진척을 '내야했던' 상황과는 천지차이다.  어떤 느낌일지 아직 잘 상상은 안 가지만.. 그렇게 하나씩 둘씩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정말.. 내게는 너무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상황일텐데.. 그래도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는 말고.. 일단 올 해는 휴식하고 회복하고 나의 영혼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간 내 마음과 몸에 찌든 때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 씻어낼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