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페인 알메리아

스페인 고양이들, 길냥이가 너무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6. 21:44

스페인 여행시 자주 보게 되는 것이 고양이들이다.  마드리드나 바로셀로나 여행에서는 크게 눈치채지 못했는데, 작은 도시들을 가게 되면 고양이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서 스페인에는 왜 이렇게 고양이가 많은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알메리아 여행에서는 고양이가.. 정말...많이 눈에 띄었다.  


아래 고양이들은 알메리아의 알카자바 성에 사는 고양이들인데, 성에서 키우는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 사는 고양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두마리 볼 때는 귀여운데, 사실은 심각한 스페인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먼저 귀여운 고양이들 사진을 조금 소개하고, 고양이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한 두 마리일 때는 귀여운 고양이들


성 안에 있는 물을 먹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일 때는 귀엽다. 



밖에 또 한마리.. 검은 고양이..네로?



좀 전에 물 먹고 나간 고양이가 이제는 다시 새초롬한 모습으로 의자위에 앉아있다.



고개를 돌린 순간, 너를 어쩌면 좋니~~ 너무 통통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해를 피하는 것인지, 따뜻한 땅의 열기를 품고자 하는 것인지.. 화분과 벽 사이에 쏙 들어가서 쉬고 있는 게 아닌가! 귀여워 죽을 뻔..



다음날 알카자바를 다시 찾았을 때는 이 두 마리가 사이좋게 앉아있었다.



그런데, 여러마리가 동시에 모여 있으니.. 조금.. 이상한 느낌..



처음엔 귀엽게만 보이던 고양이가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까지 되자 '이게 왠 고양이판인가?!' 했는데, 이후에도 길거리 곳곳에서 길냥이들을 만나고 특히 부둣가에서는 한두마리 수준이 아닌 서너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이 바닷가에 모여 먹을 것을 찾아헤매이는 모습을 보니.. 더이상 귀엽게만 보이지 않고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는데, 이건 그저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스페인의 길냥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냥 누군가가 키우는 고양이들이 잠시 외출해 있는 수준이 아닌 것! 


사회문제로서의 고양이들


길냥이 (street cats)들이 해충을 옮겨다니는 해로운 동물로, 2016년에 나온 어느 기사에 따르면 바로셀로나에서는 야생고양이가 700무리쯤은 있는데, 이들 고양이떼는 총 9000마리의 고양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높은 고양이떼 수로 인한 해충 문제는 비단 바로셀로나만의 문제가 아닌 스페인의 다른 도시에도 해당하는 것이어서, 동물보호를 위해서 고양이 개체수를 통제하기 위해 고양이를 불임시키고, 해충을 치료하고, 또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외부기관에 용역을 주고 있다고 한다.  바로셀로나와 그 인근 지역인 Girona 와 Tarragona 에서 이처럼 고양이 관리에 쓴 비용만 2015년에 약 157,000유로로 한국 돈으로 약 20억 수준이다.  이 세 도시에서 불임시술을 받은 고양이만 3천여마리라고 하니.. 이건.. 굉장한 문제이다. 


고양이떼로 인한 문제는 스페인 전역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인근 주민들은 고양이떼가 야기하는 건강문제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2008년에 통과한 법에서는 고양이에게 독 (poison)을 쓰는 것을 허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이 고양이를 불임시키는 것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고양이 개체수 제한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고양이 한마리를 불임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40유로에서 200유로인데, 많은 수의사들이 동물보호단체들을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 시술을 해준다고 한다.  한 수의사에 따르면, 암고양이는 1년에 최고 3번까지 임신이 가능한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불임시술만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불임시술을 받은 경우, 해충치료는 물론 백신도 줘야 하며, 또한 먹이를 제대로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준다거나 할 경우 고양이에게 다른 건강상의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동물들까지도 끌어오게 되어서 더 많은 위험이 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고양이 불임시술은 개체수 통제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에게 만연한 톡소플라스마증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바로셀로나와 같은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고양이 통제를 위한 비용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문제가 아주.. 감당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하는데, Bellmunt d'Urgell이라는 바로셀로나 북서부의 작은 마을은 마을주민이 200여명인데, 야생고양이가 약 100마리나 된다고 하며, 바로셀로나의 북부 도시 Girona에서는 고양이떼가 지역 어린이집에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야생고양이들이 작은 동물들이나 새들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는데, 고양이들은 이런 동물들을 죽이기만 하지 먹지는 않기 때문에 동물사체를 만들어내게 되는.. ㅠㅠ 무섭다..  길고양이를 보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 ㅠ


참고: 사회문제로서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스페인에서 가장 구독률이 높은 일간지 (El Pais, 엘 파이스)에서 나온 영문판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자료출처: http://elpais.com/elpais/2016/05/02/inenglish/1462175657_400475.html?id_externo_rsoc=FB_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