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을 영국에서 살다가 호주로 이민을 간 S가 기나긴 비행 끝에 오늘에야 호주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호주에 잘 도착했다는 인사 다음으로 바로 나온 말이, "언니, 여기 물가 엄청 비싸요..!" 였다.
내가 느끼는 영국 물가는 기본 식료품비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한국의 경우 '서울에서 이용하는 마트 물가'에 비해), 세금과 공과금은 훨씬 비싸며, 외식비는 보통이나 (예전에는 비싼 편이었는데, 요즘 한국 외식비도 워낙 많이 올라서 이제는 오히려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맛은 좀 떨어진다.
지난주 아이와 산책을 나서면서 겸사겸사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보고나서 계산하면서 이곳의 저렴한 식료품비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영국에서 제일 비싼 마트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이만큼이나 구입해도 이 가격에 되다니!
유기농 저지방 우유 한통, 유기농 사과 한봉지, 유기농 바나나 한다발, 유기농 파, 유기농 양파, 유기농 애호박, 저민 쇠고기, 키위, 배 한봉지를 한국돈 단돈 2만원에 구입!!
지불금액은 £13.62로, 현재 환율로 19,679원. 2만원이 조금 안 된다. 다만 당일 세일이 붙어있는 것들 (노란딱지)이 많이 보여서 할인 중인 것들로 득템하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싸게 나왔다.
유기농 저지방 우유는 1.136리터에 1.15 파운드이니 1660원. 우유는 확실히 영국 우유가 한국보다 싸고 맛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후배 왈, 독일보다도 우유는 훨 맛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저지방우유는 일반우유보다 비싼 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전지우유나 저지방 우유 모두 가격은 동일. 그나마 이건 유기농 우유라서 비싼 편이라 가격이 조금 높은 것이고, 대용량 (2.272리터)의 일반 우유를 테스코에서 구입하면 1.09 파운드, 한국돈 1600이 안 된다.
요즘은 식재료로 아이 이유식을 만들다보니 왠만하면 유기농을 구입한다.
요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웨이트로즈 (마트이름) 자체 유기농 바나나는 비닐포장을 제거하고 재활용 가능한 스트커를 붙여서 판매하고 있었다. 환영할 만한 변화인 것 같다.
이렇게 저렴한 값에 풍성한 식재료를 구입해오는 날이면 언제나 "그마나 이 맛에 영국에 산다" 싶다. 그래도.. 과일이든, 식재료든.. 한국 것이 더 맛있고 그리울 때가 많다. 딸기도 한국 딸기가 맛있고, 사과도 한국 사과가 아삭아삭 상큼달콤 맛있고, 자두도 한국 자두...(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가 맛있고.. 포도는.. 정말.. 한국포도가 맛있다!! 참외는 영국에는 아예 없고.. 한국배 같은 아삭한 배도 영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아.. 그러고보니 과일들은 전반적으로 한국과일이 맛있구나..
올해는 하필 겨울에 한국을 가게 생겼으니.. 한국에 가서도 싱싱하고 맛있는 제철과일을 맘껏 먹기는 힘들겠다. 봄에는 풍성한 봄나물, 여름 가을에는 맛있는 과일들이 있는 한국.. 해마다 한국 가는 계절을 달리 해서 이것 저것 먹고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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