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산으로 (외출을 못하니ㅠ) 외식이 철저히 제한되고 , 식사도 늘 급하게 하게 되며, 모유수유로 인해 자극적인 음식 마저 손에 대지 못하게 되면서 나의 먹거리에 대한 탐욕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되다보니 최근에는 영국에서 먹어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먹어보겠노라 하며 평소 먹어보지 못한 것들을 이것 저것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몇몇 먹거리들은 영국에서 (한국에 비해) 양질의 것을 훨씬 더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 오늘은 최근 나와 틴틴이 탐닉하고 있는 먹거리 - 버터, 치즈, 비스킷, 발사믹 식초-를 소개할까 한다.
버터
수유를 하면서 지겨울 때 내가 매번 검색하는 것은 "best XXXX" 같은 것이다. 가령 best butter 만 구글에 입력해도 best butter in 2017 등의 제목으로 여러 뉴스나 잡지 등에서 버터를 리뷰하고 순위를 매긴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읽어보고 인기순위에 꼽힌 것들을 하나 하나 시도해보는 것.
현재 우리 부부가 먹고 있는 버터는 가염 Isigny 버터. 이건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박나래 냉장고에 들어있던 버터였는데, 요리사들이 모두 한결같이 아주 좋은 버터라고 칭찬을 하길래 우리도 한번 구입해봤다. 우리는 베이킹이나 다른 요리에 버터를 쓰지 않고 식빵에 발라먹는 용도로 쓰기 때문에 항상 Salted 즉 가염버터를 이용한다. 영국에서는 이 버터가 2파운드 (3천원 가량) 밖에 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같은 버터를 이마트에서 9천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 같다.
이 버터가 이제 한조각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주에 장을 볼 때 다음에 이어 먹을 버터를 두 개 사뒀다. 그것들은 다음에 나오는 버터들로, 그 첫번째는 프랑스 브리타니 지방의 버터이다.
프랑스의 브리타니 지방도 유제품이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구입해봤다.
가격은 위의 Isigny 버터와 마찬가지로 2파운드 가량. 자, 개봉박두~ 열어보니 공장에서 찍어내서 만든 버터가 아니라 마치 직접 만든 손두부처럼 모양이 자연스럽다.
이 버터를 다 먹고 나면 우리가 먹게 될 다음 버터는 저지 버터. 영국의 저지버터는 저지 소 (Jersey dairy cow breed) 의 우유로 만든 버터인데, 다른 소들보다 저지 품종의 소는 우유의 지방함량이 높아서 저지 소의 우유로 만든 치즈와 버터가 매우 유명하다. 이 또한 가격은 2파운드.
이것 또한 우리는 가염버터로, 1%의 소금이 들어있는 버터이다.
바로 이 Jersey품종 소의 우유가 아래와 같은 우유인데, 우리 부부가 요즘 푹 빠져있는 우유이다. 나는 결혼 전에도 이 우유를 종종 마시곤 했는데, 임신 후부터는 병원에서 저지방 유제품을 먹으라고 해서 늘 저지방이나 무지방으로 먹다가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하여 요즘은 일반 전지우유 (whole milk)보다도 지방함량이 더 높은 저지우유를 먹고 있다. 가격은 1.10파운드로 1리터에 1650원 가량이다. 한국에 비하면 버터가격은 물론이고 우유가격도 저렴하다. 유기농 우유도 영국에서는 1.13 리터에 90펜스 (1350원) 에서 1.10파운드 사이이고, 2.26리터는 3000원 전후.
자, 저지 우유는 지방함량이 5그램. 일반 전지우유 (whole milk) 의 지방함량이 3.5%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다. 그만큼 그 맛은 상당히 크리미하고 매우 고소하다.
이 우유와 함께 요즘 마시고 있는 유당, 즉 lactose 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화가 잘 되는 우유"이다. 한국에서는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예전에도 상당히 비싸게 팔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일반 우유와 비슷한 가격이다. 이것도 1.10파운드를 주고 샀던가.. 한 것 같다.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15%가 유당분해 효소가 없어서 일반 유제품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자, 이 우유도 전지우유 (whole milk)라서 지방함량이 3.5%이다.
그리고, 이번주에 구입한 또 다른 하나는 발사믹 식초! 2016년에 최고의 맛으로 상을 선정된 식초라고 한다. 이 작은 한병이 가격은 자그마치 8파운드로, 12000원 상당이다. 이렇게 비싼 식초를 살까 말까 망설이며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뺐다가만 다섯번은 넘게 한 것 같다. 그러다가 우리도 좋은 식초 한번 먹어보자 싶어서 비싼 발사믹 식초를 구입!
이 식초가 비싼 이유는.. 성분 때문이다. 고유한 재료들만으로 자연 발효시킨 식초라 색소나 기타 물질이 전혀 없다. 사실 이런 식초들은 같은 양에 20파운드 (3만원)을 호가하는 식초도 매우 많은데, 이 식초는 이렇게 자연발효한 식초 중에 가장 저렴한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 가격대가 저렴한 식초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E150이라는 색소를 포함하여 여러 부가적 물질이 들어있는데, 비싼 식초들은 그런 첨가물이 사용되지 않아 아주 깔끔한 맛이다.
뚜껑도.. 이렇게 코르크 마개라니!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간식은 바로 맛밤! 한국슈퍼에서 맛밤을 사면 꽤나 비싼데, 아래의 Merchant 에서 나온 맛밤은 저 한봉지에 단돈 1파운드!! 1500원 가량이다. 사실 같은 제품을 테스코나 오카도 (Ocado)에서는 2.75파운드에 팔고 가끔 1파운드에 파격세일을 하는데, ASDA에서는 항상 가격이 1파운드이다. 그래서 이 밤 때문에 ASDA에서 굳이 장을 본다는!!!
양은 180g이니, CJ 맛밤을 이마트에서 80g 짜리 3개 번들로 6천원 가량에 판매하는 것을 생각하면, 160g에는 4천원인 셈인데, 영국에서는 이 맛밤이 180g에 1500원이라.. 상당히 저렴하다. 그래서... 더 많이 먹게 된다는.....
생각난 김에 한봉지 냠냠! 평소에는 봉지째 먹지만.. 오늘은 이쁜 접시에 담아서~
내가 좋아하는 저지우유와 함께~
이런 먹거리를 즐기며 틴틴과 나는 영국에 있는 외로움을 달랜다. "이렇게 맛난 것들을 싸게, 또 쉽게 먹을 수 있는 건 영국에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장점들이야, 그치?" 라고 하며.
사실.. 그렇다 한들.. 외국에 사는 외로움이 다 달래지지 않고, 이렇게 좋은 음식들 싸게 먹을 수 있기는 하지만 좋은 쌀, 좋은 김치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 ㅠㅠ
그래도.. 이런 것들로라도 외국생활의 외로움과 고달픔을 달래며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라도 해야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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