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페인 알메리아

르 쁘띠 마르쉐, 스무디 파는 과일가게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12. 09:51

스페인 알메리아 시내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던 인근 과일집이 있었습니다.  시내 근처의 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과일집인데,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들의 색들이 너무 예뻐서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동행인께서는 사지도 않을 것을 왜 들어가려하냐고 저를 몇번을 말리는 턱에 하루, 이틀 지나고, 그리고 사흘날, 더이상 참지못한 저는 "꼭 뭘 사야만 가게에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나 과일 살거야!" 하며 가게를 구경하기 시작했지요.  


쭈삣쭈삣 하는 동행인을 옆에 두고 저는 "올라~!" 하고 인사하며 가게로 들어가서 뭔가 사고 싶은 게 있나 둘러봅니다.  


가게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가게 입구밖에 내어 놓은 채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페인에서 먹는 음식에 들어있는 토마토들이 항상 너무 맛있어서 당연히 제 눈길은 토마로로!  그래서 집어든 것이 먼저 요 두 종류의 납작토마토들이었는데요.  녹색녀석 하나와 빨강이를 하나씩 집자, 옆에있던 땡땡님도 "나도 그 빨간 토마토 먹어보고 싶어.."라고 조심스레 숟가락을 얹길래, "그래!" 하며 하나 더.  



가게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내부로 들어가서 과일을 찬찬히 둘러봤지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서양자두 보라색 플럼을 두개 쥐었습니다.  맨 왼쪽 아래에 있는 과일이에요.  탐스럽죠?  아랫단에 플럼, 아보카도, 서양배, 그리고 감!!!   예전 제가 영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마트에서 감을 그리 흔히 볼 수는 없었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는 영국에서도 감 철이 되면 테스코나 동네 시장에서 감을 항상 팔아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도 이렇게 감을 파네요.  윗단에는 사과들을 반짝 반짝 닦아뒀는데, 그래서 그런가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가격들을 보면 시내 한가운데라 그런지, 더 작은 도시 알리칸테에서 주거지역에 있던 과일가게에서 팔던 과일들보다는 가격이 좀 더 비쌌어요.  물건들을 보시면.. 마치 한국에 백화점 납품 과일들처럼 아주 크고 실한 녀석들만 모아둬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품어봤습니다.  윗 사진을 보시면 키위도 엄청 크거든요.  사과들도 그렇고.  큼직큼직한 과일들만 팔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 눈길을 끈 것은 엄청 큰 오렌지!  이렇게 큰 오렌지는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아요!  사진에 이 오렌지가 얼마나 큰 지 잘 안 보이는데요, 종이로 감싸둔 오렌지와 그 우측 소쿠리의 오렌지를 비교해보세요.  우측 맨 가장자리 소쿠리의 오렌지가 보통 마트에서 볼 수 있는 크기의 오렌지였다면, 그 왼쪽 오렌지들은 정말 대왕오렌지였습니다.  이렇게 큰 오렌지가 있다니!!  과일을 정말 밥 보다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너무 놀랍고 즐겁고 기쁜 발견! 



제가 이리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장이 계속 바빴기 때문인데요.  사실 그래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나중에는 거의 방치된 수준.  그러던 순간 땡땡님이 제 옆에 와서 옆구리를 툭 치며, 여기 스무디 만드는 집인가봐, 하면서 메뉴판을 가리킵니다.  실내 기둥에 붙어 있는 것이 메뉴판.  여러 종류의 건강 스무디를 각 스무디에 들어가는 과일 그림과 함께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죠.   그제서야 아~ 그래서 주인이 이렇게 바빴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이 눈치 느린 몽실언니.  가게 안에 두 소녀가 자기들이 주문한 스무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가게구경 삼매경에 빠진 사이 땡땡님이 포착해 내신 사실이었어요.   


건강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관심을 보이는 땡땡님.  "우리도 하나 먹어볼까?" 제안.  저야 당연히 좋지!!! 하고 스무디 메뉴를 둘러보다가 저희가 고른 것은 디톡스 스무디!  며칠간의 계속된 음주에 '디톡스'라는 말이 땡기기도 했거니와 달지 않은 쥬스를 좋아하는 저희 둘 모두의 입맛에 맞게 달지 않은 과일과 야채들 위주의 스무디였거든요.  대신  가격은 가장 비싼 3유로.  주문을 하면 바로 거기에 들어가는 과일과 야채들을 집어와서 깨끗이 씻은 후 저렇게 카운터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줍니다.  열심히 스무디 만드는 주인장. 


스무디를 주문하고 저는 가게 구경을 더 당당하게 맘 편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 


지중해 지역 답게 말린 토마토도 있고 (아.. 사고 싶었는데 ㅠㅠ)

서양 대추인 말린 dates도 팔고 있네요.  이 데이츠는 한국 대추와 맛은 상당히 다른데요.  아주..아주.. 답니다.  끈적끈적하면서.  사실 저는 디저트로 꽤 좋아하는 말린 과일이에요.  커피랑 함께 먹으면.. 제 입맛에는 딱이거든요.  영국에서 파는 수많은 데이츠를 봤지만, 이렇게 가지에 걸린 채로 말려져있는 데이츠는 처음 본 터라, 이것도 세 알만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스무디가 완성 되어서 주인이 저를 돌봐줄 여유가 생기면 주문해야지, 마음 먹고 있었죠. 

 

그리고 그 근처에는 이렇게 말린 생선과 말린 생선 알도 팔고 있었어요.  너무 사 오고 싶었는데, 못 사게 할 게 뻔한 땡땡님 앞에서 말도 못 꺼내고 그냥 만지막 만지작 하기만 두어번 하다가 돌아섰습니다.  아직 후회가 되는 ㅠㅠ 이래서 여행 중에 사고 싶은 것은 무조건 사야 합니다!   그냥 돌아오면 백중팔구 후회! 


견과류도 이렇게 팔고 있는데, 통에 붙여둔 스티커도 예쁘지만, 이건 스페인병에 걸린 탓인지 스페인에 있는 건 뭐든 아 예뻐보이니 이거 참..  껍질을 깐 아몬드를 많이 팔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카르푸에서도 깐 아몬드를 많이 팔아서 눈에 띄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네요.  이런 껍질 벗긴 아몬드를 영국에서도 팔기는 하지만 이렇게 흔하지는 않거든요. 


구경하다 지친 저는 스무디 만드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나 너 사진 찍어도 돼?"  라고 물었더니 얼마든지! 하면서 엄지/새끼 척 들며 포즈를 잡아주는 마음 좋은 주인장!  역시 스페인사람들이 성격이 활발하고 친근합니다. 


가게 전단지도 귀여워서 사진에 담아왔어요.  나중에 페북에 들어가서 이 가게 review도 남겨주고 like도 마구마구 눌러주고 싶은 마음에!


따란~ 호텔로 오는 길에 홀짝 홀짝 들이키다가 스무디가 다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한장 남겼습니다.  맛은.. 음.. 제가 좋아하는 맛이었어요.  너무 건강한 맛에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콤상콤한 과일/채소 쥬스 맛?!  컵에 붙여준 가게 스티커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오늘 Marche 가게에서의 쇼핑 목록.  납작토마토 3개, 플럼 2개, 그리고 dates 많이...ㅠㅠ 사실 dates를 세 알만 사고 싶어서 3개만 달라고 했는데, 주인장이 나무가지 3개로 담아버렸어요!!  근데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주는대로 오케이, 하고 받아왔죠. 사실 원치않게 많이 샀지만 두고 두고 잘 먹었다는..  참, 토마토 맛이 궁금하시죠?  흠.. 아삭아삭한 느낌이 나는 토마토가 아니라, 좀 부드럽고 물컹한 느낌의 완숙토마토 느낌이었어요.  잘 익은 토마토라서 그런 것일 뿐인가..?  영국에서는 납작복숭아도 파는데, 그것도 사실 동그란 복숭아랑 맛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거든요.  토마토도 아마 그런 듯.  그런데 희안하게 껍질은 좀 얇은 느낌이었어요.  그것도 어쩌면 토마토가 잘 익은 녀석이라 그랬을지도..


저희가 갔던 가게, 르 쁘띠 마르쉐 (작은 시장) 의 위치.  저희 호텔에서 정말 가깝죠?  그리고 시내에서도 가깝고. 


스무디 맛에 아주 대만족을 땡땡님은 알메리아를 떠나기 전에 저 스무디를 꼭 한번은 더 먹자고 했으나, 저는 "아니, 매일 먹자!! 나 매일 먹을래!"라고 강한 열망을 드러냈으나, 결국 이래 저래 정신이 없어서 저 스무디는 저 하나가 처음이자 마지막 스무디가 되었습니다.  꼭 다시 한번 알메리아 가서 친절한 주인장이 만들어주는 스무디가 먹고 싶네요.  들어가는 과일과 야채가 좋아서 그런지 뭔가.. 여기서 먹던 맛과는 다른 느낌.. 아.. 이건 내가 스페인병이 중증이라서 그런 것일까.. 어쨌든 이렇게 스무디를 먹고.. 우리는 에너지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