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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교 악기박물관 Bate Collection (2)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4. 05:38
안녕하세요!  영국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음악대학에서 운영하는 악기박물관 Bate Collection of Musical Instruments를 계속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장시간, 위치 등은 아래 포스팅 참고).


지난 포스팅에서 중요한 전시품으로 다음과 같은 악기들이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 색소폰 악기를 처음 만든 Adolph Sax 의 색소폰
  • Klotz, Roze, Henry Jaye가 만든 18세기 오리지널 현악기들
  • Dodd, Bultitude, Retford 가 만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활 등
자, 이제 자세히 구경을 해볼까요?  

현관 앞 벨을 누른 후, 문이 열리면 바로 안에 아래와 같이 전시관 입구가 나옵니다.  왼쪽 문을 또 열고 들어오라고 하네요. 

이 곳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리셉션을 지키는 아저씨가 계시고, 이 아저씨께서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핸드셋을 주세요. 

이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 좋죠?  바로 아래와 같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가서 저 번호 (아래 사진의 경우 ’40’)를 누르면 그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려줍니다. 

이곳을 가본 적 있는 지인께서 강력추천하던 곳이었는데, 저는 옥스퍼드에 산 지 10년이 되도록 가 보지도 못하고, 아빙던으로 이사를 가고서야 처음으로 방문했네요.  듣던대로 아주 특색있고 좋은 곳이었어요!

일단 여러 키보드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모차르트 시대에 쳤다고 하는 하프시코드도 있고, 다양한 악기가 그냥 전시되어 있습니다.  밖에 나와 있는 악기는 누구든 쳐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래 악기는 1749년.. 약 270년 전에 런던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정말.. 오래된 악기입니다 (사실 이날 제가 옥스퍼드에서의 자유시간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던 길이라, 집에서 오매불망 저만 기다리고 있을 틴틴과 잭 때문에 차분히 구경하지 못하고 재빨리 휘리릭 보고 오느라 어떤 악기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살피고 즐길 틈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세히 설명드릴 방도가 없네요. ㅠ).

이것은 피아노 같지만 피아노가 아니죠?  하프시코드라고 하는 키보드입니다.  16-18세기 유럽 고전음악에서 사용되었던 악기. 

이 사진 우측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게 보이시나요?  제가 박물관에 입장했을 때부터 박물관을 떠날 때까지 이 학생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 바람에 정말..박물관에 머무는 약 20분간의 시간동안 누군가의 단독 리사이틀에 온 것처럼 황홀한 시간을 보냈어요. 

키보드 하나 더 보실까요?  아래 사진의 하프시코드는 1720년에 만들어진, 그러니까 300년 된 것인데, 이 메이커에서 만든 것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키보드라고 합니다. 

이 진귀한 키보드는 옥스퍼드 바로 인근의 보어스 힐 (Boars Hill) 의 오드리 블랙맨 여사께서 기증하신 거라고 합니다.  이 분은 옥스퍼드의 센크로스 칼리지에도 자신의 저택과 상당수의 수채화를 기증했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힘들게 번 돈을 좋은 데 기증한 미담들은 종종 접하지만 이렇게 어느정도 부유한 개인이 자신의 부와 재산을 기증하는 일을 자주 보지는 못하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이유인지 이런 일들을 좀 더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매번 참 놀랍니다. 

1층에는 이렇게 관악기도 상당수 진열되어 있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 아래와 같은 전시가 이어집니다. 

바이올린과 활도 잔뜩 전시되어 있어요. 

이 중 가장 왼쪽의 바이올린 (아래 사진) 은 1760년 런던에서 만들어진 Robert Thompson 바이올린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악기들도 있어요.  

위 사진 중 왼쪽 상단에서 두번째 사진은 18세기 후반의 ‘영국 기타’라고 하네요.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사용된 휴대용 접이식 오르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  이런 휴대용은 작은 교회와 종교부흥운동자들의 예배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하네요.  

플래절렛과 파이프들도 있었어요.  플래젤렛은 리코더를 닮은 플룻같은 악기 (?)라고 합니다.  

이 중 가운데 빨간 천 위에 올려진 피리 같은 것은 바로 저희가 살고 있는 동네인 아빙던에서 고고학 유적 발굴 중에 발견된 것으로 13세기의 피리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정말 오래된 악기네요!!

위 사진은 도둑사진으로, 제가 박물관에 머무는 동안 내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던 학생을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아래에 놓여진 키보드들을 모두 돌아가면선 계속 연주하더라구요.  중간 중간 실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선곡에 훌륭한 연주였어요.  마음같아서는 녹음이나 녹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특히,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한 것이... 정말.. 너무 오래된 터라 이런 라이브 연주 자체가 주는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리셉션의 아저씨께 저 학생의 연주가 너무 멋지다고 했더니 아저씨 말씀이 이 학생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오보에를 전공하는 학생인데, 오보에 다음으로 키보드에 관심이 있어서 키보드도 함께 연주한다고.  본인의 주 악기가 아닌데도 저렇게 대단하게 연주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박물관을 간 바로 다음날 음악대학에서 그 학생의 연주회가 있다고도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스토커처럼 집에 와서 찾아봤죠.  토요일, 바로 오늘 음악대학에서 어떤 독주회를 하는 어떤 학생인지!  사실 멋진 연주라고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학생이 너무 연주에 심취해있어서 말을 붙일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또 한곡이 끝나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옆의 키보드로 옮겨앉아 연주를 이어가는 바람에 연주를 방해할까봐 조심스럽기도 했구요. 

어제 연주 중이었던 학생은 바로 이 학생이었습니다.  오보에 전공에, 키보드도 연주하고, 작곡도 공부하고 있는 Tetsu Isaji 테츄 이사지.  음악대학 2학년 학생이라고 하네요.  내년 봄에는 옥스퍼드와 도쿄에서 바흐, 모차르트 등을 연주한다고 하니, 저도 기회가 되면 다시 가서 이 학생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악기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조만간 저희 아이 잭을 데리고 꼭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에요.  평일에는 오후에만 개장해서 시간을 맞춰 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함께 가서 키보드를 두드려보면 잭이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  참고로 이런 어린 아이들도 모두 입장이 가능하고, 많은 가족들이 방문하니 걱정말고 언제든 오라고 직원분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옥스퍼드를 여행할 계획이신 분들, 옥스퍼드에 볼 게 많지만 이렇게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정말 좋은 보물같은 곳들도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세요!  그럼 저는 다음에 옥스퍼드의 Story Museum 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