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 158

[중3겨울, 호주] 중3 겨울, 홈스테이 가족에게 인종주의를 배우다

3주간의 호주생활을 함께 한 홈스테이 가족.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주머니와 그 댁 막내아들이다. 어린 나이의 나에게 “인종주의”를 알려준 것 또한 아주머니와 그 아들이었다. 그 집의 큰 딸들은 나보다 한두살씩 어렸는데, 그 집의 막내아들은 열살쯤 되었던가. 집에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있던 나에게 그 집 막내는 내 동생 같이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 두 딸은 그 나이에 이미 팝 음악에 맞춰 춤 추기를 좋아했는데, 춤이라고는 개다리 춤조차 춰 본 적 없던 나에게 함께 춤 출 것을 권하던 두 딸은 내겐 다소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러나 막내 아들은 나의 짧은 영어로도 함께 놀이가 가능했던 터라 나도 그 아이가 편했고, 그 아이 또한 자기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인 내가 꽤 괜찮은 놀이 상대였을 것이다..

[중3겨울, 호주] 중3 겨울방학,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하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친 겨울방학. 나이 만 15.5세. 나 홀로 호주행. 아무리 계획에 없던 즉흥여행을 잘 떠나던 우리 가족이었지만, 그 어린 나이의 딸을 지방 공항에서 바이바이 손 흔들어 보내신 우리 부모님은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하다. 호주에 도착해서 3주간 함께 지낼 가족을 만났던 날. 안면인식장애라고 의심될 정도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건만, 호스트 가족 아주머니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고,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머니의 느낌, 분위기는 기억에 분명하게 남아있다. 나의 호스트 가족은 평범한 분들이었다. 그 얼마나 다행인지. 해외생활이든, 타지생활이든 하다 보면 그 속에서 평범한 이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

영국생활 13년 후 한국 정착기: 한국의 좋은 점

우리는 이번에 한국에 오랫동안 머물다 갈 계획이다. 사실 한국에 머물면 머물수록 겁이 난다. 한국에 계속 살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씩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올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특히 아이가 없을 때는 더더욱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다. 외롭고 재미없기는 해도 영국에서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영국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이미 그 시스템에 적응해있는 우리에게는 영국 생활이 주는 익숙함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생기고,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와보니 마음이 달라진다. 미세먼지에, 층간소음로 인한 어려움은 있지만, 인근에 가족들도 있고, 주변환경도 친숙하다. 1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을 떠나있었지만, 내가 나고 자란 곳이 주는 편안함이 이렇게 강력한 것일줄 몰랐다. 내 나라가 주는 ..

[중3겨울, 호주] 중3에 나 홀로 호주에 갔던 이유는..

훗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중3의 나이에 혼자서 호주를 가서 3주나 있다가 왔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곤 했다. 그러다 보니 별 생각 없던 나의 호주 방문기는 지나고 보니 내 나름의 영웅담이 되곤 했다. 다들 그 시절에 호주를 갔다는 사실보다는, “그 나이”에 “혼자서” 호주를 갔다는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런 반응을 여러번 접하고서야 나도 내가 그 나이에 혼자서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 뒤늦게 놀라웠고, 나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며 스스로도 약간은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그 어린 나이의 아이를 혼자서 해외로 보내셨을까. 그것도 부모님이 가본 적도 없고, 가족이나 지인 하나 없는 곳에 만 15세의 여자아이를 덩그러니 보내다니. 추측건대, 당시 유행하던 조기유..

[중3 겨울, 호주] 중3을 마치고 혼자서 호주 시드니로 떠나다

어쩌다 외국생활이 이렇게 길어졌는지,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 해외생활에 대한 동경 어린 시절 티비에서 나오던 AFN 방송을 보면서 엄마에게 우리도 미국가서 살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당시에는 이 방송이 주한미군을 위한 방송인지도 몰랐다. 베벌리힐즈의 아이들, 맥가이버, 케빈은 열두살 등 미국 드라마가 티비에서 자주 방영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시절에는 미국 드라마가 유행이었나보다. 그렇게 외화방송을 보며 나는 외국생활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도 미국가서 살면 안 되냐고 엄마에게 조르곤 했다. 그러던 내가 해외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이었다.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외치며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조기유학이 한창 붐을 ..

[한국일기] 책상 구입을 둘러싼 아버지와의 갈등

내년에 남편이 우리 부모님댁으로 오게 되면 남편과 내가 함께 작업실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현재 작업실에 책상 하나가 더 필요하다. 아버지께서는 짐이 늘어난다고 지금 상태에 가구를 더 사는 것은 절대 반대하시는 입장이시다. 그러나 남편과 내가 약 두달 반의 시간을 함께 작업해야 하는데, 책상 하나를 함께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쓰는 아버지의 책상은 1600*80 으로 상당히 큰 책상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든 이 책상을 함께 쓰려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상의 구조 상 책상을 받치고 있는 다리가 책상의 바깥쪽이 아닌 책상 3분의 1지점에 두 개의 받침이 놓여져있기 때문에 책상 가운데에 한 사람의 다리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의 책상이다. 구조적으로 1인용 책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일기] 2년 만의 한국 방문

약 2년만에 한국에 왔다. 원래 빠르면 여름쯤, 늦으면 올 겨울 한국을 한번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렸다. 그 바람에 모든 상황이 좀 안정되면 한국을 가기로 하고 한국에 대한 마음은 비운 상태였다. 그러다 이런 저런 상황으로 한국을 서둘러 가기로 결정하면서 11월 중순으로 비행기 표를 예약해뒀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잉글랜드 지역의 락다운 (봉쇄령) 발표. 해외여행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봉쇄령이 실시되기 바로 전날 떠나는 비행기로 변경하여 급하게 짐을 싸서 한국으로 왔다. 락다운 발표가 10월 31일 토요일 오후였고, 아이들을 재우며 잠들었던 나는 11월 1일 새벽에야 해외여행 금지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날 바로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걸어 비행 ..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의 모습

오늘은 아이와 집 근처 작은 기차역에 갔다. 이 기차역은 워낙 작기도 작고 이용객도 적어서 무인기차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차역은 항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하고 기차만 종종 오갈 뿐이다. 그런 기차역에 아이는 놀러 오기를 아주 좋아한다. 넓은 주차장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기찻길 위로 나 있는 육교를 오르내릴 수도 있고,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으니 아이로서는 1석 3조이다. 기차역 자체가 실내공간 없이 야외공간만 있어서 코로나 상황에서 놀러오기에도 안성마춤인 곳이다. 아이가 기차역에 놀러가고 싶어 할 때는 대부분 남편과 함께였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단둘이서 외출하기에 별 준비 없이 올 수 있고, 집에서도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다 보니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기만 하면 ..

영국의 두번째 락다운. 마음이 아프다.

어제는 영국에서 코로나가 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데,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글을 쓴 것 같아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내가 글에 썼던 이유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인구밀도가 낮은 소도시에 살고 있고, 올 초의 락다운 이후 실내공간이라고는 두 세 번 마트에 간 것이 전부인 상황이라 일반적인 이야기를 논할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어제의 다소 감정적이었던 글은 영국의 이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적어나간 글이었다. 오늘 드디어 제2차 락다운에 대한 발표가 났다. 영국에서 뉴스를 시간 맞춰 보려고..

[엄마라이프] 남은 2020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안녕하세요. 오늘도 몽실언니의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글에 적은대로 저는 이제 올해 그 어떤 “글빚”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올해 예정되었던 일들은 모두 끝이 났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두달 남짓 남은 기간, 이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하고 싶은 때에 하면 되는 자유인입니다!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올해도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코로나로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머물며 두 아이를 돌보느라 동분서주하다 보니 올 한해가 이렇게 많이 흘러버렸네요.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남은 기간,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블로그에 글 쓰기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그래도 이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남은 시간, 무엇보다도 블로그에 글을 많이 적고 싶..

[엄마라이프] 2020년 10월의 데드라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요즘 참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도 제 블로그로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 주셔서 감사드려요!둘째 뚱이를 키우면서 블로그로 쓰고 싶은 글이 더 많이 늘어났는데, 정작 시간은 더 없다 보니 글로 남기지는 못하고 모두 머리 속에, 마음 속에만 떠돌다가 모든 이야기가 사라져버려서 참 아쉬운 요즘입니다. 특히, 이번 10월달은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더더욱 넘쳐나는 한 달이었으나 시간에 쫒겨 글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어요. 글로 남기지 못하니 저의 지나간 시간이 모두 연기처럼 날아가버린 느낌입니다. 이래서 일기를 쓰라고, 그것도 매일 쓰라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르치나 봅니다. 갑자기 생긴 두 개의 데드라인이 달에 바빴던 이유는 데드라인이 두 개나 있었..

[영국일기] 코로나 시대, 우리가족 적응기

2020년은 바야흐로 코비드 시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실 올 해는 우리 가족에게 제법 특별한 해이다. 나는 연초에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여름에 마흔번째 생일을 맞았다. 어린이집에 가던 큰 아이는 동생이 생겼고,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며 1 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청산했다. 둘째가 태어나면 그 한 해만이라도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돕고 싶다고 바래온 남편 틴틴은 코로나로 인해 강제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4시간을 함께 한 지 7개월. 그리하여 오늘은 우리 가족의 코로나 시대 적응기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내가 겪은 인종차별코로나 초기,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혹시라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곳에서 인종차별을 ..

[독서일기] 구글 에드센스로 돈 벌기

며칠 전, 다음(Daum)과 구글,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구입하게 된 여러 권의 한국 책들을 구입했다고 글을 올렸는데요. 그 중 위의 책,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에 대한 리뷰를 해 볼까 합니다. 연관글: 2020/09/23 - 다음(Daum)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어쩜 그 많은 책 중에 이 책 리뷰를 가장 먼저 올리는 이유는, 이 책이 리뷰를 적기가 가장 간단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이 책을 구입함과 동시에 제 블로그에 있던 모든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삭제하였어요. 광고를 삭제한 것은, 이 전의 글에서 적은 바와 같이 제가 광고를 적절하게 관리할 의지와 열정이 없기 때문이고,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제 블로그에서 애드센스로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라 구글 애드센스로 돈을 버는 블로그들..

다음(Daum)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다음(Daum) 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바로 이 책들이다.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닌, 육아를 위한 독서가 아닌, 오롯이 나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사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것도 자그마치 한글책들이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딱 일주일 전 우리집으로 온 귀한 손님들이다. 이 책들이 어째서 다음과 구글이 준 선물인고 하니, 구글을 통해 광고를 걸어둔 내 블로그 글을 다음(Daum)이 여러번 메인에 걸어 만천하에 소개를 종종 해 주었고, 그 덕에 광고료 수입이 제법 쌓여 그 돈으로 책을 사고 이 곳 바다 건너 영국까지 배송받았기 때문이다. 4년 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나긴 시간 박사논문을 마치고 논문심사를 끝낸 후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코로나 단상] 영국에서 코로나 나기: 온가족 집콕 7개월차

우리 가족의 고립된 생활. 남편의 재택근무가 6개월을 넘어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지도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남편은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니 재택근무의 한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네 회사는 올 연말까지는 전사원 재택근무가 이어질 예정이다. 재택이 용이한 직종이라서, 재택을 허용하는 회사라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큰 아이는 하루 종일 심심해, 따분해 두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은 가기 싫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가족의 고립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들과 소통하고싶은 욕구가 점점 더 커진다. 계속 이렇게만 살 수는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을 만나고, 타인과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어서. 우리는..

[부부일기] "우리도 좀 부부같이 살아볼까?"

오늘 저녁. 거실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때우며 아이들이 잘 시간만을 기다리다 문득 남편에게 그랬다. "우리도 좀 부부같이 살아볼까?" 그랬더니 남편 왈, "그러자. 샤워?" “응? 푸핫! 틴틴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니, 우리가 이미 부부같이 살고 있는데, 딱 하나 그것만 빼고. 그럼 어떻게 더 부부같이 살아?" “부부같이 대화도 하고…” “대화 항상 하잖아.” “업무분장만 하지, 그걸 대화라고 하기 힘들지! 그나저나, 나 좀 전에 샤워 했는데? 틴틴도 아침에 샤워했잖아.” “그렇지. 그럼… 이따가…?” “푸하하하하” 우리의 19금 대화는 여기까지. 부부같이 사는 건 뭘까? 대화는 중요하다. 같은 단어로도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하니. 나라고 틴틴이 생각한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은 틴틴이..

외국어 공부가 절실한 이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볼펜. 독일산 Schneider Slider Edge XR이다. 볼펜심이 아주 두꺼운데, 부드럽게 잘 써지고 글씨도 눈에 잘 들어와서 집에 몇자루나 두고 애용하고 있다. 5-6년 전에 여러 자루 산 것을 한참 동안 돌려가며 쓰다 보니 이제는 모든 볼펜이 수명이 다 한 것 같아 아마존에서 추가 주문을 했다. 옥스퍼드 살 때에는 문구점에 직접 가서 샀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마존에서 한자루만 사려고 보니 10자루 박스로 샀을 때 하나 가격의 2배가 넘었다. 10자루는 좀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정 볼펜이라 남편도 쓰고 나도 쓰고 책가방에도 하나 넣어두고.. 등등 쓰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과감히 주문을 하였는데, 배달 받고 신이 나서 박스를 열었더니, 띠로리..

자신에게 친절하기: 오늘 한 뿌듯한 일들 기록

"We often wait for kindness... but being kind to yourself can start now." 번역하자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게서 오는) 친절을 기다리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친절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올해 아이 낳고, 아니, 2년 반 전 큰 애 낳은 후 육아서적이 아닌 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책,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중 한 페이지. 책이 그림이 많다 보니 글밥이 매우 적어서 한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 명언으로 그득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친절하기의 일환으로 오늘 한 뿌듯한 일들을 기록하며 나를 칭찬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집 정리를 했다. 낮잠 ..

일 일기

무슨 생각으로 이 와중에 일을 하기로 한 것인지.드디어 오늘 하나를 털었고, 이제 남은 하나를 이 달 말까지 잘 완성하면 된다.아니, 이제 내 기준에 "잘"은 없다. 그저 주어진 기한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이 나의 최선이다.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분명하게 한정되어 있으니, 그 이상의 욕심을 낼 수 없다.밤을 새거나, 밤을 새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꼼짝않고 일만 하는 일은 이제 꿈만 같은 일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로 인해 치르게 되는 희생이 많다.지나고 보면 이 희생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지 몰라도 지금으로는 정말 큰 희생이다.남편의 휴가를 모두 내 일을 하는 데 써야 하고, 가끔은 남편 점심시간에 나는 애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믿을 수 없지만 믿어주기로 한 남편의 진심

오늘은 뭐가 그리 힘들었던가.아침 일찍 남편이 가족 일로 왕복 1시간이 좀 안 되는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그 때문인지 (사실, 그게 아니라도 우린 늘 피곤한 상태이긴 하다) 오후가 되기도 전에 나도 틴틴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잭이 졸려하는 오후. 뚱이도 졸려하니, 우린 이 참에 뚱이도 재우고, 우리도 잠시 쉴 요량으로 드라이브를 나섰고, 드라이브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곤해서 결국 틴틴과 나는 잠자는 뚱이 곁에서 교대로 낮잠을 잤다.먼저 잔 것은 틴틴이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에너지를 억지로라도 올리겠다며 주말인데 카페인이 들어있는 발포비타민을 한 잔 하겠다고 했다. 난 주말에까지 뭣하러 그러냐고, 그냥 잠시 올라가서 뚱이 옆에서 한숨 자라고 했다.그렇게 남편을 올려보내고 나 혼자 잭을..

8월, 우리 부부의 생일 주간을 보내다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간 일을 하느라 자유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일을 하지 않아도 자유 시간이 없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더더욱 없어졌어요. 시간이 없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내서 일을 하니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드니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니 싸우게 되더군요. 그렇게 남편과 싸움을 또 한번 했습니다.바로 제 생일 전날 밤에 말이죠. 8월은 제 생일, 그리고 제 생일로부터 딱 열흘 후 남편 생일이 있는 저희 부부 생일의 달이에요. 올해는 저의 자그마치 40번째 생일, 그리고 남편의 43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만으로 해도 마흔이에요. 불혹. 그래서 생일 아침에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나 불혹 같은 거 할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마흔이라고, 어떡하냐구요. 틴틴이 40세에 불혹이라는 말은 100세..

1월 15일 밤 둘째를 출산했습니다.

영국에서 제가 아이를 둘이나 낳다니. 영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 바로 지난 주에 일어났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열흘 하고 하루 전, 저는 옥스퍼드 대학의 JR 이라 줄여서 부르는 '존 래드클리프 병원' 에서 아이를 낳고 돌아왔어요. 저에게 현재 허락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짧게 소식만 전하자면, 1월 14일이 예정일이었으나 그로부터 하루 지난 15일 저녁 8시부터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어 (20분 간격) 9시까지 딱 세번의 진통이 있어서 긴장하고 집안일을 정리하던 중.. 진통 간격이 갑자기 줄어들어 15분만에 4분 간격 진통으로 발전했어요. 병원에 당장 전화를 걸었고, 둘째라 이야기를 하니 방을 준비해둔다고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더라구요. 황급..

[임신 38주 6일] 나를 엄습해오는 출산의 불안감

어젯밤 내내 잠을 어떻게 잔 건지.. 아이가 밤새 온방을 뒹굴며 낑낑 소리를 지르고 기침을 해대는 통에, 아이 쫒아다니며 아이 이불을 덮어주고, 아이 손을 잡아주고, 아이 배를 쓰다듬어주고, 아이에게 물병을 건네며, 그렇게 잠 같지도 않은 잠을 다섯시간쯤 잔 거 같다. 그 중 절반쯤은 이불을 덮고 잔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한채 썰렁함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아침.. 아이의 울음소리에 남편이 옆방에서 건너왔고, 아이는 엄마가 침실에서 함께 나가지 않는다고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울어댔다. 나는 딱 30분만 더 자고 내려가겠다고 했으나, 아랫층에서 계속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 쉬이 들지 않았고, 오늘부터 다시 아이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압박에, 또 아침부터 병원 약속까지 잡혀있..

[둘째 임신 38주 6일] 임신 중 두번째 의사진료

오늘은 둘째 임신 후 딱 두번째로 의사를 만난 날이다. 처음 임신을 알게 되었을 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의사를 처음 만났고, 그 후.. 예정일을 딱 8일 앞둔 오늘, 의사를 두번째로 만났다. 한국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임신 중 진료 과정 그 전까지는 두어달에 한번 정도 미드와이프 (조산사)를 만나 배 길이를 재고, 혈압검사, 소변검사 후 아기 심장 소리를 들었고, 그간 딱 세번의 초음파 (12주, 20주, 36주) 검사가 있었다. 우리 가족의 주치의는 닥터 펑이다. 주디 펑. 홍콩계 출신으로 보이는 여의사 선생님. 우연히도 우리 아이 잭과 생일이 같은 선생님이다. 아기때부터 우리 잭을 진료해와서인지 내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지는 몰라도 우리 잭의 이름은 잘 기..

둘째 임신 37주 3일, 아직 출산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로 임신 37주 3일이 되었습니다. 이 날짜는 Baby Buddy라는 앱에서 알려주는 것인데,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영국병원 NHS에서 Baby Buddy라는 임신/출산 앱을 추천해서 핸드폰에 설치하고 매우 유용하게 잘 썼어요. 그 때는 매일 같이 그 앱을 들여다보며 매일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는데, 이번 둘째 아이 임신 중에는 몇일에 한번, 혹은 몇주에 한번쯤, 이렇게 내가 임신 몇주인지가 궁금할 때나 가끔 들여다보는 앱이 되었습니다. 참.. 이렇게 임신에서부터 첫 아이와 둘째 아이가 겪는 인생에는 차이가 있네요. 제 블로그에 새글이 올라오지 않아 혹시라도 제가 출산이라도 하러 간 건 아닐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짧게나마 소식을 올리려 ..

[영국유학] 박사를 한 것이 후회되었던 날..

사진: 옥스퍼드대학 학위수여식 후 식장 밖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학위수여식 참가자들 이번 여름, 드디어 미루고 미룬 졸업식을 치렀다. 3년전에 논문 심사를 마치고, 간단한 최종 수정 후 심사 후 석달 뒤 논문이 정식으로 통과되었으며 학위과정이 모두 끝났다는 공식 편지를 받으며 나의 학교 과정은 모두 끝이 났다. 학교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영국에서는 학위 과정이 끝난 후 정해진 떄에 학위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편리한 때에 학위식을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들이 많다. 옥스퍼드는 연중 여러번에 걸쳐 졸업식이 이루어지는데, 졸업생은 그 중 하루를 정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학위과정이 끝난 해가 아니더라도 몇년 후에라도 언제든 본인이 원할 때 학위식에 참석할 수도 있다. 학위식 참석을..

아이와 잘 놀아주는 남편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

틴틴은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육아참여도가 매우 높았다. 첫 한달간은 수유를 제외하고는 나와 모든 것을 함께 했고, 그 이후에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그리고 밤중수유를 하는 중에도 많은 육아활동을 나와 함께 했다. 그렇게 쌓아간 육아스킬은 점점 좋아졌는데, 요즘은 아이 관심사가 기계, 중장비로 옮겨가면서 틴틴과 잭의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 엄마는 잘 하지 못하지만 아빠가 잘 하고, 아빠가 더 재밌게 해 주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아침식사를 준비하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내가 부득이 혼자서 부엌에 있어야 할 때 남편과 아이 둘이서만 거실에서 재밌게 잘 놀때가 종종 있다. 아빠와의 놀이 시간을 너무나 즐거워하며 아이를 보면서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을 때가 있다 (평소 같으면 마음이..

둘째 임신 33주, 내 몸에 찾아온 신체적 변화

둘째 임신은 첫째 임신 때와 참 많이 다르다. 특히, 체력적으로 정말 많이 딸린다. 첫째 때는 이때쯤에 한참 요리를 한다고 정신 없이 일을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체력이 너무 딸려서 남편과 아이 먹일 그날 그날 밥 하는 것조차 힘에 부칠 정도이다. 치골도 아프고 둔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머리도 아프고 변비도 생겼다. 낮잠은 왜 이리 쏟아지는지, 지난주 토요일부터는 오전에 한시간에서 두시간씩 낮잠을 자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다. 때 아닌 입덧인지, ‘이걸 해 먹어야겠다’ 하고 장을 봤는데 장을 보고 나면 그게 너무 먹기 싫어진다. 어지간하면 버리는 식재료가 거의 없던 우리집이건만 엉뚱하게도 둘째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서 나의 이런 ‘입덧 (이라 쓰고 ‘변덕’이라 읽는)’ 으로 인한 식재료 낭비가 제..

재택근무 엄마의 고충

#1시간이 너무 없다. 일을 좀 하려 들면 집안일이 눈에 보인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집안일에는 되도록 눈을 감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그런데, 그러고 나면 아이가 돌아오고, 남편이 돌아온 후에는 집이 엉망진창 이런 난리통이 없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내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근무시간이니까. #2산책할 시간이 없다. 직장에서 근무 중이면 중간에 커피라도 마시기 위해서라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직장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귀한 산책과 휴식의 시간일 것이다. 아무리 직장이 가깝다 하더라도 말이다.그런데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침에 아이와 남편을 보내고 나면 잠시 뒷정리를 하거나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나서 자리에 앉으면, 화장실을 ..

첫째와 둘째 임신의 차이: 육체적 심리적 장벽과 한계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둘째를 임신한 이후 저는 첫 임신 때와는 참 달라진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합니다. 물론 틴틴의 태도와 모습도 상당히 달라졌지요. 오늘은 저희가 겪고 있는 첫 임신과 두번째 임신의 차이점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첫 임신 모든 게 경이로웠습니다. 대신 모든 게 불안하기도 했죠. 첫 태동도 너무나 신기했고, 임신으로 제 몸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너무 신기했어요. 한편으로는 어떤 변화까지가 정상이고, 어떤 변화가 문제가 되는지 몰라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 초음파 정기 검사를 앞두고는 항상 불안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어쩌나 하구요. 모든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꽤나 조심하며 지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조심하는' 것인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