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혼합수유 3개월 진행상황 보고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17. 06:5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제가 딱 세달 전, 모유수유의 신화에서 드디어 벗어나고 과감하게 혼합수유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그 후의 진행상황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저희의 세달간의 혼합수유 진행기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사실, 그 글을 올린 게 7월 초였고, daum에서 저의 글을 메인에 띄워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행운을 겪었어요.  그러나 웃기게도 그 글을 올리고 약 한달간은 분유를 한번도 먹인 일이 없었습니다.  전적으로 모유수유만 하다가 혼합수유로 넘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 

완전 모유수유에서 혼합수유로 넘어가는 게 힘들었던 이유

다른 것보다 일단 저나 남편이 분유 만드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특히 낮 시간에는 아이가 배고파질 시간 즈음에 미리 물을 끓여서 식혀둔다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를 하는 게 버릇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아이가 배고파하면 그냥 바로 모유를 주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저녁 마지막 수유만큼은 좀 편하게 무조건 분유로 하자고 남편과 다짐을 했었는데, 그마저도 저희는 분유를 준비하는 것을 자꾸만 까먹어서 결국은 제가 직접 수유를 하다가 아이를 재우곤 했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가 왠만해서는 분유를 먹지 않고 엄마 젖을 찾는다는 것이었어요.  7개월간을 완전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엄마 젖 먹기를 더 선호하더라구요.  아주 배고프지 않고서는, 그리고 엄마가 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아이는 분유를 주면 분유병을 손으로 탁 쳐서 내쳐버리고 엄마 가슴을 파고 들었어요.  그러면 저희는 또 마음이 약해져서 결국 제가 안고 직접 수유를 하게 되곤 하더라구요. 

최근의 변화

그러다 최근 약 한달 정도일까요.. 혼합수유가 딱 절반의 성공만 거둔 상태입니다.

일단, 매일 저녁마다 잊지않고 젖병을 준비해서 매일 저녁에 분유 수유를 "시도"는 합니다.  하루 중 저녁 마지막 수유만 분유로 해도 모유수유에 대한 부담이 확 줄더라구요.  그래서 남편과 저녁에는 잊지 않고 분유를 타서 침실로 올라가고 있어요.

그!러!나!!! 저희 아이는 여전히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면 여전히 분유를 거부합니다. ㅠㅠ 매일 150ml를 만들어서 침실로 올라가는데, 지금껏 그 만큼을 다 먹거나 대부분 먹은 날은 서너번밖에 없습니다.  많이 먹어봐야 70-80ml이고, 적게 먹을 때는 10ml만 먹고 분유를 거부하며 엄마 젖을 요구하거나, 엄마가 젖을 주지 않으면 20-50ml만 먹고 앙앙 울다가 잠들어버려요.  그래서 매일 분유는 150ml를 만들고도 버리는 양이 대부분이죠.  

오늘은 어떻게라도 더 먹여보려고 젖병과 함께 물컵도 준비했어요.  아이가 젖병을 쳐내면 물컵에라도 옮겨담아서 아이에게 더 먹여보려구요. 그래서 젖병으로도 줬다가, 젖병을 쳐내면 컵으로도 줬다가 반복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먹은 총량은 25ml밖에 되지 않아요.  아이가 마시고 남은 것을 젖병에 다시 담아보니 딱 125ml 가 남아있더라구요.  바로 아래사진처럼 말이죠.  아.. 아까운 분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완전 모유수유에 대한 부담에서는 거의 벗어나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여전히 분유를 싫다고 하며 엄마 젖을 요구하는 아이를 볼 때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이제는 아이도 많이 컸고, 저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씩, 또 조금씩 먹을 뿐이지만 분유를 먹고도 애가 잘 자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제 마음도 더 편해지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오늘은 낮에도 아이에게 분유를 한번 주는 일이 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요즘 이앓이 때문인지 이유식을 거부하고 간식만 조금씩 먹는 중인데, 그러다보니 엄마 젖을 더 자주 찾을 때가 있어요.  아이 개월수는 늘면서 제 젖량은 서서히 줄어 젖량은 부족한데, 아이는 이앓이 때문에 이유식은 먹기 싫어하고, 활동량은 늘어나니 배는 고팠나봐요.  오늘은 유난히 자주 제 가슴을 파고 들어서 젖이 부족한가보다 싶어 얼른 액상분유 사둔 것을 바로 데워서 아이에게 줬어요.  왠일, 꿀떡꿀떡 잘도 마시더라구요.  그러다나 4-50ml 쯤 먹었을 때 젖병을 탁 하고 쳐냈어요.  이때 제가 남은 분유를 컵에 모두 부어서 다시 아이에게 줬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꿀떡꿀떡.. 정말.. 더 잘 삼키며 분유를 엄청 먹었어요.  이제껏 제가 분유를 줘서 아이가 이렇게 많이 잘 먹은 것은 오늘로 딱 두번째였어요  (그 정도로.. 저희의 분유수유는 그닥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분유를 준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성공적"입니다).  

결국 저녁에는 분유를 거의 안 먹었으니... 여전히 저희 아이는 1일 1분유 혹은 1일 0.5분유 정도를 하는 중인데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니 모유에만 의존할 때보다는 훨씬 편해졌어요. 

저희는 아직까지는 절반만 성공한 상태이지만, 돌이 지나면 수유를 중단할 예정이에요.  단유는 계획한 시기에 성공할 수 있기를..하는 바램입니다!

과거의 저처럼 '완전모유수유'의 압박에 시달리고 계신 분들, 혹은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여러 이유로 혼합수유를 시도하시는 분들께 저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유든, 분유든, 아이와 엄마가 모두에게 편안한 수유가 되면 되지 않겠어요?!  그럼 모두들 편안한 수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