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5년만의 감기가 내게 준 교훈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2. 5. 08:50

5년만의 감기. 

탄틴과 제가 만나서 사귄지 딱 5년이 되었습니다.  그 5년간 전 한번도 감기가 걸린 적이 없었어요.

틴틴이 말합니다.

“정말, 몽실, 이렇게 아픈 거 처음 봐.  아니, 다른 데 아픈 건 많이 봤지만 감기로 이렇게 아픈 건 정말 처음보네..”

네.. 저는 정말 오랫동안 몸이 많이 아팠어요.  그러다 보니 건강관리가 제 생활,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였고, 그래서 감기가 오기 전에 늘 대처를 했기에 심한 감기에 걸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곳들이 많이 많이 아파서 병원도 자주 가고 한두번 입원을 하기도 하고 했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프면서 저는 제가 “아픈 것”에 나름 무뎌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 출산할 때도 무통주사도 맞지 않기로 하고 내 몸으로 느끼고 출산해보고 싶다는 객기를 부렸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파봤는데, 출산은 질병도 아닌데다가 어쨌거나 하루이틀이면 끝날 일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거죠.  다시 하라고 해도 저는 무통주사 없이 자연분만을 선택할 것 같긴 하지만, 출산을 해보고 나니 출산은.. 몸이 질병으로 아픈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고통이었습니다.  대신 그 무엇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굉장한 환희도 함께 따르는.

이번 감기를 겪으면서는.. 감기가 얼마나 괴로운 것일 수 있는지 다시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몇년간 감기를 앓지 않다보니 감기로 고생하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불편하고 힘든 일인지 한동안 좀 잊고 있었나봐요.  

지금도 코가 꽉 막히고 기침이 엄청 나는데, 다행히 목이 찍어질 것 같은 기침이지 가슴을 쥐어짜는 기침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침이 날 때마다 콧물도 흐르고, 목도 너무 따가우면서 목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아.. 우리 잭이 이렇게 아파서 기침을 할 때마다 소리 지르며 울었구나...”

싶습니다.  아이가 기침하며 울때마다 속상하긴 했는데, 그 감기를 제가 똑같이 겪으니, 우리 아기 얼마나 아팠을꼬.. 마음이 더 저립니다.  (저도 기침하면 아이처럼 울고 싶은 심정이에요 ㅠ)

제 코가 줄줄 흘러 콧물을 휴지로도 닦아보고, 수건으로도 닦아보고, 물로 씻어도 보니, 마른 휴지와 수건으로 닦을 때가 가장 따갑고 아파요.  제가 제 코를 닦으면서도 얼굴 전체가 찡그려집니다.  

“아.. 이래서 우리 잭도 내가 콧물 닦으려고 얼글 근처로만 가도 내 손을 피하며 싫어했구나..”

이제서야 더 절실히 깨닫습니다. 

저보다 6개월 뒤에 출산한 지나엄마는 영국 산모교실 수업에서 내어준 과제로 저에게 연락을 했었습니다.  

“언니, 산모교실 숙제로, 최근 출산한 사람에게 몇가지 질문을 해야 하는 게 있어요.  첫번째로, 언니는 출산을 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이 뭐예요?”
"나?  음... 세상에 수많은 엄마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점?"

망설임없이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이 바로 저것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엄마들이 겪은 출산을 저도 몸소 겪음으로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이, 저는 출산 후에 가장 좋은 점이었습니다.  

오랫만에 감기를 앓으니, 불편하고 아프고 고생스럽고 이 와중에 아이는 봐야해서 많이 힘은 들지만, 그 덕에 똑같은 감기를 앓았던 잭의 불편과 틴틴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건 또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물론 굳이 이걸 몸소 겪고 이해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의미를 찾자면 그렇습니다. 

간간히 이렇게 아파줘야 건강 귀한 것을 잊지 않으려는 모양입니다. 

이제 본격 겨울이 시작되는데, 모두들 건강 주의하세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로 건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