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첫째와 둘째의 매우 다른 기질

옥포동 몽실언니 2022. 4. 5. 19:51

어제 아침에도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던 우리 잭. 

둘째 뚱이는 어린이집 가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자기까지 그럴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의 성향 자체가 첫째 잭과 많이 다르다. 

첫째는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정해진 루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다.  그러나 둘째는 루틴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고, 빠르게 수용하고 적응한다.  

첫째는 정해진대로 하는 게 늘 힘든데, 둘째는 어느새 자기가 먼저 와서 그 때 해야 할 것, 그 다음 것을 모두 하고 있다. 

이런 두 아이의 다른 성향 때문에 아침마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심하게 우는 아이는 첫째 잭이고, 잭은 1년간 매일 가던 그 어린이집이 아직도 가기 싫다. 

그러나 둘째 뚱이는 옷을 다 입으면 어느새 먼저 신발을 신고 있다.  자기 신발을 신을 때도 있고, 아빠 신발에 발을 넣어볼 때도 있고, 겁도 없이 형아 신발에 제 발을 넣어볼 때도 있다. 

밥 먹자고 하면 첫째 잭은 절대 먼저 오는 법이 없다.  자리에 와서도 자기 숟가락을 자기가 들고 제 밥을 잘 먹는 일은 열번 중에 한번도 잘 없다.

그러나 둘째 뚱이는 밥 먹자고  하면 바로 달려와 자리에 앉고, 숟가락을 놓아주면 얼른 제 숟가락을 손에 쥐고 야무지게 밥을 퍼서 입에 왁! 하고 넣는다. 

이러니, 첫째 잭 돌보는데 필요한 내 인내심과 노력에 비하면 둘째 뚱이는 껌이다.  다루기가 너무 쉽다.  거기에 잭 어릴 때 보다 뚱이는 더 가볍기까지 하니 더 수월하다. 

잭은 까다롭고 어려운 아이이고, 뚱이는 수월하고 다루리가 쉽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모든 게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한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잭은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것을 저렇게나 싫어하지만,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데에 있어서는 최고이다.  자신의 의식의 흐름대로 창의적인 놀이를 할 때가 많다.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에게 와서 달라고 요청할 때는 있지만, 무엇을 할지, 그걸로 어떻게 할지를 묻는 법은 없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고, 혼자 곰곰히 생각하며 그걸 구현해내고, 그걸로 놀이를 만들어 즐겁게 논다. 

둘째 뚱이는 자동차면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건들을 갖고 잠시 잠시 놀긴 하지만, 잭처럼 뭔가 자기만의 놀이, 자기만의 세상을 창작해내면서 노는 경우는 잘 없다. 

대신, 형아가 뭘 만들면 그게 신기해서 그걸 옆에서 구경하다가 자기도 같이 하고 싶어서 덤벼들었다가 괜히 둘이 싸움만 나기 일쑤이다. 

둘째는 둘째이다 보니 자신이 모방할 수 있는 형아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어찌보면 굉장히 이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제한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틈이 없다.  자신의 삶에는 그럴 틈 자체가 없었다. 

태어났더니 엄마 아빠 옆에는 이미 자기랑 비슷하면서도 자기보다 조금 더 덩치가 큰 존재가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둘째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첫째를 동경하면서도 첫째와 경쟁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둘째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형아가 하는 것.  가장 갖고 싶은 것은 형아가 갖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 있어서만 자기의 호불호가 강하고,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 형아를 따라간다.  형아가 하니까 자기도 하고 싶고, 형아가 가진 건 자기도 갖고 싶다. 

형아가 내복 위에 겉옷을 입으려고 하니, 자기도 반드시 내복을 입고 그 위에 겉옷을 입어야 한다.  형아가 내복 바지 위에 겉옷 바지 하나 더 입는 것을 보고 몇번이나 자기 바지 허리춤을 열어 자기도 안에 내복이 있음을 확인하며 좋아한다.

형아가 늘 신발끈을 꽉 조여주길 요청하니, 어느 때부턴가 자기도 신발을 꽉 조여달라고 한다.  꽉! 꽉! 형아처럼! 

둘째가 놀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형아처럼 하고 싶어.", "형아하는 거 뚱이도 하고 싶어." 라는 말이다. 

뚱이가 그러는 걸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내가 좋아한 가수는 언니가 좋아한 가수였다.

어린 시절 나의 모든 것은 언니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사실 커서도 언니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어릴 때는 언니들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는 게 참 힘들었다.  난 언니만 있는 게 아니라 언니"들"이 있다 보니 언니들의 행보는 내게는 우리집 대세였고, 그 대세를 거르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히고 나도 내 자아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 사이에서 늘 갈등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기억이 난다. 

다시 우리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서, 잭과 뚱이가 저렇게 다르다.  

어린 시절의 내 기억을 되살려 보니, 우리 뚱이에게도 외부의 자극 없이 온전히 자기가 원하는 것을 따르고 즐기는 시간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언니들이 모두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나 혼자 엄마와 함께 하던 시간을 내가 얼마나 좋아했던가!  엄마와 단둘이 장을 보러 가고, 엄마 곁에 누워 낮잠을 자던 시간.  평화롭고 즐거웠던 시간들이다. 

우리 잭과 뚱이가 이렇게 다른 기질을 가졌지만, 둘이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건 바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악다구니!  남자아이들이라 그런가, 잭이 완력으로 뚱이를 밀어버릴 때가 있고(특히 자기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을 뚱이가 망가뜨리려고 할 때), 뚱이는 뚱이대로 형아의 그런 완력에도 괘념치않고 끝까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하려고 할 때가 있다.  즉 어떻게든 계속 형아것을 망가뜨리려고 덤비거나 툭 건드리기라고 하려고 덤비는 것. 

형아가 저렇게 힘이 세면 동생이 주눅이 들법도 한데, 뚱이는 그러지 않는다.  몸으로 밀려도 다시 도전하는 맷집이 있다.  

저 다른 아이들이 같은 부모 아래에서 한 집에서 자라며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참 궁금하다. 

잘 키우고 싶다.  잘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