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영국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22. 5. 4. 18:51

영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좋은 점도 있고,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먼저 좋지 않은 점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가족이 주변에 없어서 완전한 핵가족 자녀로 성장하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삼촌, 사촌들은 모두 먼 나라에 존재하는 대상.  책에서나 보는 것.  친구들에게나 곁에 있는 존재이다.  어릴 때부터 대가족의 테두리 속에서 가족 모임을 자주 하며 자라온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지 못하는 게 참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 외에도 좋지 않은 점을 손에 꼽으라면 많겠지만, 그 외의 좋지 않은 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찌 보면 좋은 점도 있다 보니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것은 아니니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고,

영국에서 아이를 키워서 좋은 점은 야외활동의 기회가 참 많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아이들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논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친다.  어떤 날씨에도 밖에서 노는 거라는 것을!

모래놀이 바로 옆쪽이 젤 큰 아이들, 우리 잭 반 아이들이 노는 교실이다.


사실 지난 겨울에 우리 부부가 어린이집에 대해 감탄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영상 3도도 되지 않는 날씨.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가보면 이미 어린이집 가든에는 제일 꼬꼬마 아이들인 돌쟁이와 돌도 안 된 아이들이 가든에 나와서 놀고 있었다.

온 몸을 감싸는 우주복 스타일의 외투를 입고,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채 아장아장 가든을 거닐고, 유아용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는 친구도 있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는 가든에 깔아둔 피크닉용 매트에 앉아 찬 바람을 맞으며 선생님과 딸랑이를 흔들며 놀고 있었다.

전체 아이들 중에 가든에 제일 먼저 나와서 노는 그룹이 저 가장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9시에서 9시 반 가량.  그렇게 일찍 나와서 노는 이유는 10시가 좀 넘으면 더 큰 아이들이 나와서 놀게 되는데, 혹시라도 큰 아이들이 놀면서 어린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이 생길까봐 시간을 엇갈리게 한다고 했다. 

아기들은 9시쯤부터 선생님들이 실내에서 아이들을 중무장시킨 후 밖에서 놀다가 10시쯤 되면 방으로 돌아가서 간식을 먹는다.  우리 뚱이와 잭은 10시쯤 간식을 먹고, 간식 먹은 후 바로 밖으로 나와서 뛰어 논다.  즉, 더 추울 때 아기들이 나와서 놀고(안전 우선), 덜 추울 때 형아들이 나와서 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 등원시간이면 늘 아가들이 아장아장 나와서 놀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9시반에서 10시 사이로 등원을 좀 늦게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겨울 내내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는 모습이 인상깊었던 것은 1년 전 겨울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닌 3개월의 시간 중에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한 날은 손에 꼽기 때문이다.  둘째 뚱이는 한번도 야외활동을 한 적이 없었고, 큰 아이 잭은 아마 세 번쯤?  평균 잡으면 한달에 한번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있었다. 

한국의 겨울은 영국보다 더 추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적은 횟수이다.  

거기에 사실 코비드까지 겹쳐서 혹시라도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큰 일 나다 보니 어린이집에서도 평소보다 더 야외활동을 제한한 것 같기는 했다. 

야외에서 뛰어오는 생활을 하던 우리 잭에게는 어린이집에서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게 참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잭과 나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그 길로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대체로 영상 3도에서 5도 사이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참 추운 날씨이긴 하다. 

아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우리 아이처럼 어린 아이는 잘 보기가  힘들었다.  코비드 상황이라 더 그랬을 것 같다.  전 국민이 가벼운 감기라도 걸릴까봐 조심하고 지내던 시기이니 말이다. 

엄마 아버지께서는 이 추운 날씨에 애를 데리고 밖에서 그렇게 놀면 어쩌냐고 엄마 아버지께서도 걱정을 하시긴 했다.

그래도 주택에서 실컷 뛰어놀며 지내던 아이를 아파트 생활하게 하는 것도 미안한데, 놀이터도 못 가게 하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싶어 밖에 데리고 나갈 수 있던 날은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지내다 영국에 돌아왔다 보니 영국에서의 어린이집 야외활동이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었다.  큰 가든.  아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는 환경. 

물론 모든 어린이집이 우리 아이들의 현재 어린이집만큼 큰 가든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잭이 2년전 다녔던 어린이집은 가든이 매우 작았다.  거기서는 작은 가든에서 아이들이 옹기종기 시끌복작하게 놀았다.  그래도 거기서도 오전에 한 시간, 오후에 한 시간 야외에서 노는 시간이 있는 것은 똑같았다.  오후 간식 후에도 다시 가든으로 나온다.  그러니 오후에는 야외에서 노는 시간이 더 많이 있다.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을 처음 방문했던 날.  그 날도 어린아이들은 이미 야외에서 놀고 있었다.  3월 말이었지만 날이 아직 추웠던 지라 어린아이들은 중무장을 하고 야외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모래놀이도 하고 장난감도 갖고 놀고 있었다.

난 혹시 코비드 때문에 야외에서 이렇게 활동하는 거냐고 선생님에게 물었다.  왜냐하면 그 때도 날씨가 제법 추웠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선생님의 대답.  아니, 원래 평소에 이렇게 밖에서 노는 거라고.  코비드 때문이 아니라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고. 

그 때 나와 틴틴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너무 좋다고.  실내에만 있는 걸 답답해하는 우리 애들에게도 이런 환경이 참 좋겠다고. 

아래 나무 펜스 안 놀이터는 아가들이 형님들 방해 없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 아침, 우리 잭이 비가 오는 게 싫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일기 예보에 비가 예정되어 있어서 아이 비 옷이 어린이집에 있는지, 혹시 아이 비옷이 집에 있지는 않은지 체크를 했다.  그 때 잭이 말했다.

"엄마, 비 올 때 나가는 거 안 좋아."

"그래?"

"비 올 때 안 나가고 안에 있고 싶어."

"그래?  엄마가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할게."

그렇게 아이를 달래서 어린이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아이를 방으로 넣어주며 Kate에게 말했다. 

"우리 잭이 비 올 때 나가는 게 안 좋대요.  비 오면 자기는 안에 있고 싶대요."

그랬더니 Kate가 말했다. 

"아니, 잭.  우리는 어떤 날씨에라도 밖에서 놀아."

We play outside in all weather!

그래, 그랬다!  어린이집에서는 어떤 날씨에도 밖에서 나가서 놀았다.  우리 부부, 특히 내가 익숙치 않은 것.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 나가는 영국인의 삶의 방식.  그걸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배우고 있었다. 

정적인 성격인 나는 비가 오거나 추우면 밖에 나가는 걸 싫어했다.  비에 신발이나 옷이 젖는 것도 싫어했다.  해안가에 가서 모래가 내 신발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모래사장을 걷노라면 몇 번을 멈춰서서 신발에 모래를 털어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를 겪던 중에는 빗속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세차게 내리꽂는 빗줄기 속에 내 몸을 맡겼을 때의 쾌감과 후련함이 좋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세차게 비가 내릴 때는 더운 장마철.  더운 날씨에 빗속에 몸을 내던지는 건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에 비가 온다.  말이 봄, 가을, 겨울이지 저건 모두 겨울이다.  여름 두세달을 빼고는 모두 겨울이다.  영국에는 4계절이 있지만 사실 2계절밖에 없다.  여름과 겨울. 

이런 영국에서 비가 와서 집에 있고, 바람 불어 집에 있고 하다 보면 밖에 나가서 놀 수 있는 날이 없다.  연중 3분의 2가 비가 오는데, 어떻게 그 시간을 모두 실내에만 있을꼬. 

그러니 영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떤 날씨에도 나가서 논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란다. 

영국인인 친구의 남편도 언젠가 똑같은 문장을 말한 적이 있다.  자기는 어떤 날씨에도 나간다고.  걷거나 달리거나 한다고.  비가 와도 나가고, 눈이 와도 나가고, 해가 나도 나가고.  그냥 항상 나간다고. 

그 때 그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같은 말을 Kate 선생님에게 들었다. 

아이들이 놀기 충분한 공간이 있어 참 좋다.

 

날씨에 상관없이 외출하는 만큼, 영국에서는 날씨에 상관없이 야외활동 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린 아이들은 비옷을 입고, 추운 날에는 비옷 안에 따뜻한 안감이 덧대어진 옷을 입고, 아기들은 방수 천 안에 따뜻한 안감이 들어있는 전신 우주복을 입고 밖에서 논다.  

비가 올 때도 자전거를 타고, 날이 좋을 때도 자전거를 탄다.  비가 올 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방수 잠바도 팔고, 방수 바지도 팔고, 빗속에서 눈에 잘 띄도록 형광 조끼나 잠바도 판다. 

이런 물품들이 특별히 빗속에서 야외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라 존재한다.  그게 참 신기하다. 

비가 자주 오는 나라인 만큼 비와 함께 살고 생활하는 방식이 발달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은 영국 어린이집에서 날씨에 상관없이 야외활동하며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니 우리보다는, 아니, 적어도 나보다는 영국 생활이 좀 더 편하리라.  기대해본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마음껏 뛰어놀며 자랄 수 있다는 것, 어떤 날씨에도 밖에 나가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 그것만큼은 우리가 아이들을 영국 어린이집에 보내며 아주 만족스러운 점이다.